1.
이년 전의 일입니다.
꿈속에서 저는 어떤 거리에 서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너무 기다려서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날은 너무 어둡다 못해 음침할 정도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이상하게도 그 곳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지금은 시흥 시에 살지만 그 전에 안양에서 20년을 살았기 때문에, 길치인 저라도 안양에 무엇이 있는지는 다 알고 있습니다.
네, 꿈 속의 그 곳은 제가 그 20년 동안 지내던 안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꿈속에 있던 그 고향은 너무 달라보였습니다. 제가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없던 간판과 건물이 있었고, 특히나 제가 눈여겨 본 것은 바로 앞에 술집이었습니다. 반 지하에, 검은 간판 그리고 화려한 네온사인.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별 것도 아닌 거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어 또 그 버릇이 도졌나보다라고 생각했죠.
한참 뒤에 멀리서 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좀 이상했습니다. 하늘색 페인트 한 줄이 버스 한 가운데를 가로로 그리고 있는 그 버스는 일반 버스가 맞나, 의심스러웠습니다.
이상한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버스는 라이트도 켜지 않은 상태였으며 버스 안이 어찌나 어두운지 운전사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버스 번호는 ...없었습니다. 그 파란색 줄 빼고는 전체가 다 하얀 색이었습니다.
[저래서 어떻게 운전을 한다는 건지... 왠지 타기가 꺼림직하네]
정말 기분 묘했습니다. 난생 처음 그렇게 기분 나쁘게 생긴 버스는 처음이었죠. 그런데 그 버스는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 앞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제 앞에 도착한 버스. 버스의 문이 열렸습니다. 전 타기에 앞서 그 운전수를 보고 싶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없었다는 건 아니고, 얼마나 캄캄한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제 뒤에서 달려들더니 앞 다퉈 타는 것이었습니다. 전 밀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죠. 다행히 저는 그 버스 속으로 밀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타기가 싫었습니다. 그 버스 행선지를 알 수도 없었고,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는 저였지만 왠일인지 그 컴컴한 버스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한참 동안 내가 타기를 기다렸던 버스는 저를 포기했는지, 문을 닫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버스는 언제 올까라는 생각에, 그냥 탈 걸 그랬다하는 후회를 하며 마냥 기다리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2.
여기까지는 꿈 얘기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꿈을 생각할 때마다 소름끼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 꿈을 꾼 지, 사흘 뒤의 일입니다. 그날 오후 어머니가 제게 오시더니.
[우리가 살던 안양 있잖니? 예전에 그 근처 술집에서 살인사건이 났다던데 그 범인이 잡혔다더라]
라고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제가 이사 오기 전 까지만 해도 그 동네에는 술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맨 술집? 갑자기 꿈속에 유심히 봤던 그 술집이 떠올랐습니다.
나도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그 술집.
제가 꿈에서 본 술집과 똑같았습니다. 가게 위치, 반지 하에 검은 간판. 네온사인. 그리고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다는 것까지.... 하지만 전 그 술집을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살인사건은 그 술집에서 일어났다는 겁니다. 제가 그 꿈을 꾼 날과 그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도 똑같았습니다. 아직 전 그 술집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제가 꿈속에서 본 가게가 그 가게라면...
그리고 또 한 가지.
제가 그 버스를 탔다면, 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투고] 심심풀이 땅콩님
검은머리소녀
Snakecharmer
어휴, 그런 일이, 정말로 멀리보고 ?戮막
제길삐삐
아,, 끔찍하네요. 클날뻔하셨어요. 안타길 정말정말 잘하셨어요~!!
오니즈카 카부토
뮬리아나
새우;노블
2시간 이내 거리면 다 걸어다닙니다.
시간이 금이라고 하지만 걷는것이 좋군요^^
저승가이드
Ardennes
루나리나
한원
thering
Snakecharmer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 [기프트]란 영화를 봤는데 예지에 대한 내용이었죠. 그럼 Snakecharmer님이 계신 곳에서는 기프트란 단어를 예지에 관련된 의미로 자주 쓰나요?
제길삐삐님| 왠지 연쇄살인마 유씨의 일과 오버랩되면서 오싹해졌습니다. 정말 아무 일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thering
뮬리아나님| 체력이 노쇠해져서인지 요새는 걷는 게 힘듭니다. 고등학교땐 맨날 친구랑 1시간씩 걸어서 집에 가곤 했는데 말이죠.ㅜ.ㅜ
새우;노블님| 아 아직도 노블님이 계신 곳엔 요금인상이 없으신가봐요~ 부럽습니다.ㅜ.ㅜ 그런데 2시간이나 걷다니 대단하세요~!
검은머리소녀
thering님! 역시 피곤하신가봐요....보신탕이라두....;;;;;
thering
루나리나님| 저도 지금 동네에서 십여년을 살았는데 가끔 다른 길로 가려다가 헤매곤 하죠.@_@
한원님| 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사고[및 죽음]을 당했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걸 생각하니 더 오싹해집니다...
Soul..!!
아무튼 신기하기는 하네요!!
thering
Soul..!!님| 아, 아닙니다... 데자뷰라면 지금 본 영상이나 상황을 어디선가 봤던데? 라고 느끼는 건데, 그렇게되면 투고하신 분이 살인범이 되시게되죠.^^; 예지에 가까운 꿈이라고 생각됩니다.
Snakecharmer
여기서나 미국에서나 주로 기프트는 예지 능력이나, 아무런 6번쩨 쎈쓰라고할수도있고, 다른사람들이없는 능력 이 있는사람들을 Gifted 이라합니다..
감사함다!
thering
토모요시
기프트는 신이 내린(준) 능력...이랄까 그런 의미라고 해요.
신이 준 '선물'같은 능력이랄까...아무튼 그게 '선물'인지 '저주'인지는 받은 본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아무튼 선물이라는 첫번째 뜻에 연결된 단어랍니다.
데굴데굴...
choco
치요
명탐정
취루
그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타고 다니는것 같았습니다...
왠지 무서워 졌었지요...
초삐
입고 온갖 비싼 장신구를 한 아줌마가 저를 힐끗 보는순간, 갑자기 운전기사 아저씨가 저를 향해 죽일듯이 욕을 퍼부으면서 버스를 세우더니 내리라는 거였습니다. 전 찔끔거리며 내렸고 거기서 꿈은
끝이 납니다... 정말 저승버스라는게 있는것 같기도 하고....
미스터파더
둘리????? ㅡㅡ;;
둘리 극장판 얼음별 대모험에서 그 어두운 버스가 생각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