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441화 - 산후조리원

재작년에 겪은 일입니다.

저희 회사는 매년 사업계획 수립 시, 팀 단위로 아파트나 빌라를 1개월 정도 빌려서 합숙을 합니다.
그런데 재작년에는 워낙 집이 안 구해져서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한군데를 섭외 했었습니다.

그 건물은 2층은 산부인과이고 3층은 원래 산후조리원이었던 곳인데, 산후조리원은 영업을 그만두고 고시원으로 변경하려고 하던 중이었습니다.

저희 팀장님은 썩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셨지만, 대안이 없는 터라 결국 그곳에서 합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조는 긴 복도가 거실을 기점으로 좌우로 있고, 그 복도에 자그마한 방이 여러 개, 샤워실과 화장실은 거실 가운데에 있는 구조입니다. 이 중 저희는 제일 큰방 하나와 작은방 두개를 쓰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방은 모두 문을 잠갔습니다.

입실한 날 밤이었습니다.
새벽에 갑자기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서 잠에서 깼습니다.
소리가 어디서 나는가. 했더니 사용하지 않는 구석방의 텔레비전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알람 설정이 되어 있나 싶어 주인아저씨에게 꺼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며칠 지나다보니 적응이 되었고, 신경 쓰지 않고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일요일.
다들 집으로 쉬러 가시고 저를 포함한 두 명이 남아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산후조리원으로 운영되던 곳이라 찜질방이 내부에 있어서, 거기서 잠깐 낮잠을 자는데 가위가 눌렸습니다.

그날 저녁. 팀장님을 제외한 팀원들이 모두 돌아와서 맥주를 한잔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마시고 있는데, 샤워 실에서 물소리가 나면서 허밍소리와 함께 씻는 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샤워 커튼 밑으로 발뒤꿈치도 보였습니다.

팀원 중 안 보이는 한명이 씻고 있겠거니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안보이던 한명은 샤워 실이 아닌 방에서 나왔습니다. 순간 모두 얼어서 누군가가 장난친 게 아닌가 싶어서 팀원들의 머리에 물기가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둘러봤지만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잘못 들었나 싶어 샤워 실에 들어갔는데, 바닥에 물이 흥건히 젖어있고 긴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참고로 합숙은 남자들만 합니다.

모두 얼어서 당황하고 있는데, 구석방에서 전화벨 소리가 났습니다. 잠겨 있는 방에서요. 산후조리원을 접으면서 분명 일반전화는 다 끊어진 상태인데 말입니다. 다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입구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벨소리가 끊어졌습니다.

이윽고 저희 팀장님이 오셨습니다. 다시 상황을 정리하고 팀장님께 방금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놀라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팀장님이 이곳에서 합숙을 하기 싫은 이유가 있으셨답니다.

팀장님 댁에 아이가 두 명인데 터울이 좀 있습니다. 그 이유가 예전에 둘째를 가지셨는데 몸이 안 좋아서 유산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병원이 아래층에 있는 산부인과고, 유산 후 이곳 산후조리원에서 며칠 계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싹한 밤을 보내고 난 이후엔 아무런 일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 날 밤 있었던 일은 십 수 년 만에 이곳에 온 아빠에게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고 부탁하는 애기 혼령의 작은 몸짓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건 팀장님이 오시기 전엔 존재를 알리기 위한 신호를 보내던 그 무엇인가가 팀장님이 오시자 조용해진 건 무슨 이유일까요? 오랜만이라 부끄러워서 일까요. 아님 놀래키지 않고 싶어서일까요…….

[투고] 훌륭맨
  1. law34

    선리플 후감상!!맨날 눈팅만 하느라 댓글도 안달았었는데 처음으로 1위네용
  2. 2등이네요!
  3. ssu

    은근 오싹하네요 ㄷㄷ;;
  4. 으악

    헐 섬뜩하넹
  5. HounDog

    으드디디디드드드디디디디디드드
  6. 무서비.....
  7. ㅎㄷㄷ

    헐 ㄷㄷ 솔직히 무서웠을듯
  8. 아르헨티나백브레이커

    애기는 죽게되면 모두 천국에간다는데ㅠ. 것보다 허밍에 긴머리라니... 애기라기보다는...ㄸ
    1. 저도...

      저도 애기는 아닌 것 같아요. 옹알 거리는 것도 아니고 허밍에 샤워에 긴머리... 애기가 아니라 갈 곳 없는 노숙자가 사람들 몰래 같이 기거하는 거 아닐까요?
    2. 앗!

      앗!너뭏ㄷㄷ함 이제는 여름이다가와
      더워질테니 자주 들려야겟군용(ㅇ_ㅇ;)
  9. artemisia

    은근히 무섭네요 ㅡㅡ;;;
  10. 집행인

    고시원이 되었겠군요. 지금은...
    고시원 괴담이 생기겠군요.
  11. 나르씨

    고시원에 살고 계신 분들은...
    사람도 많고 다들 개인주의라 귀신이 나와도 귀신인지 모르지 않을까요..ㄷㄷ
  12. 소녀오알

    고시원 괴담 ㄱㄱ
  13. 하이에나

    답은 하나야!! 팀장님하가 샤워실에서 장난을 치고 머리를 말린다음 태연하게 나타난거지.
    따라서 범인은 팀장님~ (응?)
  14. 히;히히히힣

    선리플 감상 뭐지
  15. 앙앙

    엘라스틴 하세요
  16. 말빨의신

    난지금온갖집중이산후조리원이뭔지알려는데쓰여져있음...
    1. 카르안

      지금은 아셨는지요;;
      산후조리원이라는 건 출산 후에 몸 조리를 할 수 있게끔 시설이 되어있는 곳을 말하는 겁니다.
  17. 작은절망

    긴머리는 어디가고...
    애기가...
    그 애기귀신이 자라서 성숙한 처녀귀신이..??
    1. 으흥

      그래서 그 귀신이 부끄러워 했던걸지도...
  18. 류크

    그나저나 졸음운전에 묻혀 못 볼뻔 했군요
  19.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 gks0726

    흠.... 놀랍네;ㅋ
  21.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ㅋㅋ
  22. 발사마

    무섭당...
  23. 비밀이얌 ^.~

    우와 ㅠ.ㅠ 무서움
    ㄷㄷ 이런 글 좋아요 ㅋㅋ 도시괴담보다 실제괴담이 더 좋음
  24. 푸훗녀

    아이가 아빠를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이담겨졌나보군요 .. 정말가슴이찡합니다 .
  25. Mr.클리우디

    정말 즐감했습니다~^^
  26. 와 진짜로 섬뜩하네요!ㅜㅜ
  27. 흠이거사실?

    팀장이 아빠아닌가요?
    머 저의 생각으로는요...
    그래서 왔을때
    그소리는 멈췄을거고
  28. 야호

    자...잠깐 남자들만 합숙하고있었다며! 근데 처녀귀신이 다 벗고 목욕을 하고있었어? ...............
  29. 좀 이해가 안 되는데, 이미 앞서 샤워실에서 허밍 소리가 들렸는데 왜 긴 머리카락을 보고 나서야 여자라고 놀란 거죠? (참고로 합숙은 남자들만 합니다 부분이 이 때 나왔으니 성별로 인해 놀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자인 줄 알든 남자인 줄 알든 허밍 소리를 들은 시점에서 성별 파악이 되는 게 정상 아닐까요?
    남자 같은 여자 목소리도 있고 여자 같은 남자 목소리도 있지만 일단 소리를 듣게 되면
    그게 틀리든 맞든 아 저건 남자 같다, 저건 여자 같다 이렇게 인식을 하게 되잖아요.
    즉 허밍 소리가 들릴 때 여자 목소리였으면 이미 왜 여자 목소리가 들리지? 라고 성별로 인해 먼저 놀라게 됐을 것이고.. 남자 목소리였으면 긴 머리카락을 보고 왜 긴 머리카락이 있지? 하고 머리카락의 길이 자체에 놀라지, 성별로 인해 놀라진 않았을 거란 얘기죠.
    실화가 아닌 것 같고, 만약 실화라면 글을 쓰신 분의 표현이 좀 얘기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30. 죄송한데 산후조리원이 뭐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