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저희 일가는 제사와 함께 장례를 치뤘습니다. 몇주 전부터 행방불명이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아무도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치매로 길을 잃으셔서 동사하셨다]는 이야기밖에.
그리고 제사를 치룬 그날 밤이었습니다. 다른 친척들은 먼저 올라가고 할아버지마저 예전에 돌아가셨던 터라, 큰집이었던 저희 가족만 남았고, 길이 막히는 걸 생각해서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다들 일찍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예민한 저는 잠을 자다가 거실에서 나는 소리에 잠을 깨게 되었습니다. ...물건들을 마구 헤치는 듯한 소리.
저는 부모님께서 새벽부터 짐을 꾸리시는 줄 알고, 거실로 나갔습니다만, 거실에 아무도 없었고 어둠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는 소리. 달그닥... 달그닥...
그때만 해도 엄마가 짐을 꾸리시는 줄 알고,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는 눈으로 거실을 바라보며 [엄마 뭐해?] 라고 말했습니다만, 이윽고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을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거실에서 있던 사람은 우리 할머니였습니다.
마치 피로 물든 듯한 붉은 소복을 입은 할머니는 서랍 여기저기를 찾고 계셨습니다. 평소 할머니는 저에게 엄하게 대하셨기에 할머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저런 모습... 아니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만으로도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뭔가 찾고 계시던 할머니는 절 발견하셨고, 무서운 눈으로 절 째려보시더니 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제가 뭔가 잘못했을 때 혼나러 오시는 것처럼.
[뭐하니? 여기서 자면 어떡해?]
그리고나서 기억은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거실에서 자고[사실은 쓰러져있던] 절 깨우셨고 그제서야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전 제게 다가오는 할머니를 보고 바로 기절했던 모양입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모두 돌아가셔서 이제는 그 집은 아무도 안 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파시겠죠. 하지만 그때까지 할머니는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뭔가 계속 찾고 계실까요?
너무 두려운 경험이었기에 가끔은 제 방에 혼자 있을때는 한밤중의 거실에 가기가 두렵습니다. 혹시라도 할머니께서 거실에서 계실까봐 말이죠.
[투고] 赤雪님
지렁이
흐음.. 할머니가 뭐 두고 가셔서 찾으러 온게 아닐까요?
아니면 뭐 두러 오셨을수도 있고..
흐음..
-----------------
앗 드디어 좀만 있으면 실화 100회를 채우는 군요..
이 블로그에선 과연 뭐가 강림 될까요?
기대기대 입니다!!
Hark
그나저나, 투고하고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 ;;
워낙 옛날 얘기인데다가, 100회감으로는 택도 없는 얘기라 보류하겠습니당-_-;
100회라, 그러고보니 백물어 완성이네요 ~
달의 축복
뭘 찾구 계셨던걸까요...?;
음.. 대략 전 만화의 한 장면이..
작가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 해 주는
형식으루 되어있었고, 손자의 심장(?)을 자신의 부활(?)을 위해 먹는;
뭐 그런;;;(앗; 넘 허접한 설명..ㅡㅜ)
朔夜
아니면 무언가를 두고 가시기 위해 오셨던 걸까요..
조금 지났지만 할머님이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기원합니다.
드레스가면
난 귀신이다
??
아니면 가스난로를 통째로?근데 가스가 없었나봐요..
바로 다음편이100회네요.되도록이면 무서운 이야기가 있었으면좋겠어요.
우스겟소리
무서버
정을 떼기 위한 일종의 의식(공포로 슬픔을 덮는)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많이 좋아했거나 친했던 사람에게는 반드시 나타난다고 합니다
투고자 분은 할머님께 가장 사랑받는 손주셨던게 아닐까요?
강이스이
아기까마귀
ㅠㅠ 사진 한 장도 없고...고모할머니만 뵈었었다는...전 그렇게라도 할머니를 뵙고 싶어여........ㅠㅠ 그치만..무섭네요..ㅎㅎ;;
오니즈카 카부토
안졸려
한밤중에 마당 장독대쪽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동생과 나가봤더니
부산에 거주하시는 할머니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시고는 장독대 뚜껑을 만지작 거리시더래요
그래서 엄마아빠를 깨워서 할머니 왔다고 알려드리는 순간 할머니의 부고를 알리는 전화벨이 울렸다고 합니다. 이후로 점집에 가면 할머니가 등뒤에 계신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요(좋은 의미로써의 수호신)
thering
Hark님| 사실 100회는 준비했답니다. 그래도 Hark님의 이야기는 무지하게 궁금하오니 어서 투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_)
달의 축복님| 어흑. 할아버지께서 너무 욕심이 지나치신 분 같습니다. 어떻게 손자의 심장을 꿀꺽하실 생각을.-_-+
thering
드레스가면님| 그러게 말입니다. 헤메시는 일없이 편히 잠드셨으면 하는데... 그나저나 정말 기도의 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제 친구분 어머니도 입원하셨었는데, 병원에서도 힘들거라고 한 게 이모분께서 계속 기도드렸더니 차도가 좋아지셨다고 합니다.^^
키키님| 사실 이런 기이한 실화보다도 부시가 재선되었다는 사실에 제일 무서운 것 같습니다.ㅜ.ㅡ
thering
무서버님| 옷. 공포로 슬픔을 덮는다는 의식에 대해선 몰랐는데,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생전에도 화를 많이 내셨다는 건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쓰셨다는 얘기겠죠.
아기까마귀님| 만약에 다음에 만나실 땐 환한 모습으로 또는 환한 미소로 그 분을 맞이할 수 있으시면 좋겠죠?^^
검은머리소녀
traplotz
달의 축복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OTL
여튼 상당히 섬뜩한 만화였다는 것만은 기억 나는군요^^
죽지 않기 위해 손자까지 해치다니.. 역시나 인간이 젤 무섭습니다;ㅁ;
thering
안졸려님| 안타까운 기묘한 이야기입니다.ㅜ.ㅡ 그래도 돌아가신 후에도 곁에서 지켜주시니 왠지 훈훈하네요~
검은머리소녀님| 왠지 동사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저승가시는 길이 추우셔서 그러신 게 아닐까 합니다.ㅜ.ㅡ
seimei
묘자리가 불편하신 걸까요?
thering
달의 축복님| 아무래도 이토준지님 만화는 아닌 것 같은데, 저도 매우 궁금합니다. 흑흑...
seimei님| 그러게 말입니다. 하얀 소복도 아니고 피가 물든 듯한 느낌의 붉은 한복이라니... 지금은 편히 가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달의 축복
하겠습니다: ) 상당히 잼있었단~ㅎㅎㅎ
thering
달의 축복
펫숍까지~!!! 냐핫~더링님도 책 내시면 사 드립니다!
이름없는 자
혼자 있는데 ㅠ 지금 새벽인데 ㅠ
Silver
thering
이름없는 자님| 저도 이 이야기를 맨 처음 보았을때[한밤중이었음] 거실에 물 마시러 가야하나 하고 고민했답니다.ㅜ.ㅡ
Silver님| 빨간 내복을 입고 계셨다면 그래도 가시는 길이 춥지는 않으실 듯 합니다.^^[찾으시는 게 그거였을지도]
달의 축복
제가 확실히 판매부수 "1"은 올려드리겠습니다!!
(학생이라.. 돈이 별로 없어서OTL)
thering
달의 축복
thering
공
명탐정
명란젓
http://www.thering.co.kr/217?category=20
비슷한 얘기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카라멜마끼아또♥
:으악귀신이다!!할머니왈:난손자보러온건뿐인데가기전에우리손자놀라서우짜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