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73화 - 꿈 속의 버스

1.
이년 전의 일입니다.

꿈속에서 저는 어떤 거리에 서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너무 기다려서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날은 너무 어둡다 못해 음침할 정도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이상하게도 그 곳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지금은 시흥 시에 살지만 그 전에 안양에서 20년을 살았기 때문에, 길치인 저라도 안양에 무엇이 있는지는 다 알고 있습니다.

네, 꿈 속의 그 곳은 제가 그 20년 동안 지내던 안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꿈속에 있던 그 고향은 너무 달라보였습니다. 제가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없던 간판과 건물이 있었고, 특히나 제가 눈여겨 본 것은 바로 앞에 술집이었습니다. 반 지하에, 검은 간판 그리고 화려한 네온사인.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별 것도 아닌 거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어 또 그 버릇이 도졌나보다라고 생각했죠.

한참 뒤에 멀리서 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좀 이상했습니다. 하늘색 페인트 한 줄이 버스 한 가운데를 가로로 그리고 있는 그 버스는 일반 버스가 맞나, 의심스러웠습니다.

이상한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버스는 라이트도 켜지 않은 상태였으며 버스 안이 어찌나 어두운지 운전사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버스 번호는 ...없었습니다. 그 파란색 줄 빼고는 전체가 다 하얀 색이었습니다.

[저래서 어떻게 운전을 한다는 건지... 왠지 타기가 꺼림직하네]

정말 기분 묘했습니다. 난생 처음 그렇게 기분 나쁘게 생긴 버스는 처음이었죠. 그런데 그 버스는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 앞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제 앞에 도착한 버스. 버스의 문이 열렸습니다. 전 타기에 앞서 그 운전수를 보고 싶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없었다는 건 아니고, 얼마나 캄캄한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제 뒤에서 달려들더니 앞 다퉈 타는 것이었습니다. 전 밀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죠. 다행히 저는 그 버스 속으로 밀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타기가 싫었습니다. 그 버스 행선지를 알 수도 없었고,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는 저였지만 왠일인지 그 컴컴한 버스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한참 동안 내가 타기를 기다렸던 버스는 저를 포기했는지, 문을 닫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버스는 언제 올까라는 생각에, 그냥 탈 걸 그랬다하는 후회를 하며 마냥 기다리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2.
여기까지는 꿈 얘기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꿈을 생각할 때마다 소름끼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 꿈을 꾼 지, 사흘 뒤의 일입니다. 그날 오후 어머니가 제게 오시더니.

[우리가 살던 안양 있잖니? 예전에 그 근처 술집에서 살인사건이 났다던데 그 범인이 잡혔다더라]

라고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제가 이사 오기 전 까지만 해도 그 동네에는 술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맨 술집? 갑자기 꿈속에 유심히 봤던 그 술집이 떠올랐습니다.

나도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그 술집.

제가 꿈에서 본 술집과 똑같았습니다. 가게 위치, 반지 하에 검은 간판. 네온사인. 그리고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다는 것까지.... 하지만 전 그 술집을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살인사건은 그 술집에서 일어났다는 겁니다. 제가 그 꿈을 꾼 날과 그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도 똑같았습니다. 아직 전 그 술집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제가 꿈속에서 본 가게가 그 가게라면...

그리고 또 한 가지.

제가 그 버스를 탔다면, 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투고] 심심풀이 땅콩님
  1. 검은머리소녀

    아궁...ㅡㅜ
  2. Snakecharmer

    2등.
    어휴, 그런 일이, 정말로 멀리보고 ?戮막
  3. 제길삐삐

    그럼 버스에 앞다퉈 탔던그 수많은 사람들은 다 살해된건가요?
    아,, 끔찍하네요. 클날뻔하셨어요. 안타길 정말정말 잘하셨어요~!!
  4. 오니즈카 카부토

    버스에서 밀릴때가 행복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_-;; 확실히 버스 기다리는 것은 한번 놓치면 엄청나게 억울해서...(카부토가 학생이라 버스로 학교를 다님) 밥상이라도 뒤엎고 싶은 느낌..
  5. 뮬리아나

    전 버스가 이상하면 걸어간다죠;
  6. 새우;노블

    버스는 타지않습니다. 왠지 그 600원이 아깝달까요;
    2시간 이내 거리면 다 걸어다닙니다.
    시간이 금이라고 하지만 걷는것이 좋군요^^
    1. 저승가이드

      버스는..스쿨버스만 탑시다..ㅋㅋㅋㅋ
  7. Ardennes

    저는 주 활동범위가 버스
  8. 루나리나

    고등학교때까지 안양에 살았습니다만...20평생을 안양에서 살고 있는 저의 길치 친구...안양에 무슨 대학교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_-; 저분은 길치가 아닙니다 T_T (왜 니가 우냐;;)
  9. 한원

    오싹하군요....//
  10. thering

    검은머리소녀님| 이상한 일입니다만 분명 제가 답글을 방금 달아드렸거든요? 그런데 사라졌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ㅜ.ㅜ

    Snakecharmer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 [기프트]란 영화를 봤는데 예지에 대한 내용이었죠. 그럼 Snakecharmer님이 계신 곳에서는 기프트란 단어를 예지에 관련된 의미로 자주 쓰나요?

    제길삐삐님| 왠지 연쇄살인마 유씨의 일과 오버랩되면서 오싹해졌습니다. 정말 아무 일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11. thering

    오니즈카 카부토님| 저도 출근할때 지하철 한대만 놓쳐도 가슴이 쿵쾅쿵쾅합니다. 한대 놓쳤을뿐인데 10분 차이가 나니 원...[사실 애초에 일찍 일어나면 해결되는 일]

    뮬리아나님| 체력이 노쇠해져서인지 요새는 걷는 게 힘듭니다. 고등학교땐 맨날 친구랑 1시간씩 걸어서 집에 가곤 했는데 말이죠.ㅜ.ㅜ

    새우;노블님| 아 아직도 노블님이 계신 곳엔 요금인상이 없으신가봐요~ 부럽습니다.ㅜ.ㅜ 그런데 2시간이나 걷다니 대단하세요~!
  12. 검은머리소녀

    ...혹시 종이나 방울소리로 귀신이 온나는걸 믿으십니까??????

    thering님! 역시 피곤하신가봐요....보신탕이라두....;;;;;
  13. thering

    Ardennes님| 대학로와 저희 집이 좀 그런 관계입니다. 걸어서 20분정도 걸리는데 걷자니 힘들고, 차를 타자니 돈이 아깝고.[이 코멘트를 보던 친구는 20분이면 다들 기본으로 걷는 거리라고 구박합니다.=_=]

    루나리나님| 저도 지금 동네에서 십여년을 살았는데 가끔 다른 길로 가려다가 헤매곤 하죠.@_@

    한원님| 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사고[및 죽음]을 당했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걸 생각하니 더 오싹해집니다...
  14. Soul..!!

    데자뷰 같은 현상인가요??
    아무튼 신기하기는 하네요!!
  15. thering

    검은머리소녀님| 그러니까 종이나 방울소리로 귀신이 소환하는 건가요? 듣고 싶습니다.+_+ 그나저나 일년동안 뒹굴거리다가 갑자기 알바하려니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근무하면서 알바하는 건 힘들어요. 흑흑.ㅜ.ㅜ 그래도 정신차려서 관리도 열심히 해야죠. 비타500 파워로 충전~

    Soul..!!님| 아, 아닙니다... 데자뷰라면 지금 본 영상이나 상황을 어디선가 봤던데? 라고 느끼는 건데, 그렇게되면 투고하신 분이 살인범이 되시게되죠.^^; 예지에 가까운 꿈이라고 생각됩니다.
  16. Snakecharmer

    아 기프트는, 사전을 찾으면 " 선물" 이란듯이지만,
    여기서나 미국에서나 주로 기프트는 예지 능력이나, 아무런 6번쩨 쎈쓰라고할수도있고, 다른사람들이없는 능력 이 있는사람들을 Gifted 이라합니다..

    감사함다!
  17. thering

    Snakecharmer님| 오호, 그렇군요~ 저야말로 [Gifted] 라는 기묘한 단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8. 토모요시

    더링님...지나가다 기프트란 단어보고 답글 써요...시간이 많이 지난 거 같지만...
    기프트는 신이 내린(준) 능력...이랄까 그런 의미라고 해요.
    신이 준 '선물'같은 능력이랄까...아무튼 그게 '선물'인지 '저주'인지는 받은 본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아무튼 선물이라는 첫번째 뜻에 연결된 단어랍니다.
    데굴데굴...
  19. choco

    저 시흥에 사는데 ㅠㅠ 앗! 주소를 밝혀버렸다!!ㅠㅠ
  20. 치요

    안양에서 살고있는데 왠지 섬뜩 =_ +!
  21. 명탐정

    버스를 탔다면 집에 갔겠죠. ㅎ
  22. 취루

    제가 잠깐 살았던 수원쪽에는 번호없는 버스가 다니더군요...
    그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타고 다니는것 같았습니다...
    왠지 무서워 졌었지요...
  23. 초삐

    잠깐...!제가 예전에 꿨던 꿈이랑 꽤 비슷한데요? 저도 꿈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주위는 컴컴하고 인도와 도로는 마치 새로 포장한것 처럼 깨끗하고.. 저 멀리서 버스가 한대 섰는데 저도 기억하기로 하늘색 줄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거기다 저는 아무 의심없이 돈을 내고 버스를 탔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절 위아래로 힐끔거리는 것이였습니다. 버스안에는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내 옆을 보는데 모피코트를
    입고 온갖 비싼 장신구를 한 아줌마가 저를 힐끗 보는순간, 갑자기 운전기사 아저씨가 저를 향해 죽일듯이 욕을 퍼부으면서 버스를 세우더니 내리라는 거였습니다. 전 찔끔거리며 내렸고 거기서 꿈은
    끝이 납니다... 정말 저승버스라는게 있는것 같기도 하고....
  24. 미스터파더

    음.... 이걸 읽다가 생각난 것 하나
    둘리????? ㅡㅡ;;
    둘리 극장판 얼음별 대모험에서 그 어두운 버스가 생각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