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485화 - 해병 2사단 괴담

군복무 중 일어난 일에 관해서 투고 하려고 합니다.

제가 군복무 했던 곳은 해병2사단 보급대대 탄약소대라는 작은 곳이었습니다.
탄약 창고를 지키는 근무와 탄약 받으러 오는 군부대에게 탄약을 나누어 주는 게 모든 일과인 곳이었습니다.

일과가 이렇다 보니 상근대원들과 현역대원들의 인원 비율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전 이곳에 상근으로 가게 됐습니다. 상근도 야간조와 주간조가 있는데 야간조로 배치 받았습니다.

상근병들과 현역병들의 인원비율이 비슷하니까 상근 선임들이 상근도 현역하고 같다!!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면서 얕보이지 않기 위해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이야기하려는 사건이 일어난 건 이쪽으로 배치 받은 첫날의 일입니다. 어수룩한 이병으로 들어가서 아직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기수빨이나 달달 외웠죠. 이병 야간 근무는 현역 최고참 병들하고 같이 들어가는데 무지하게 떨렸습니다.

저녁 8시, 12시 근무까지는 그래도 덜덜 거리면서 잘 넘겼습니다. 문제는 새벽2시 근무. 이게 당시 현역 최고 선임이랑 들어가는 건데 많이 긴장됐습니다.

커다란 탄약 창고를 철조망으로 둘러쌓은 게 2개 이를 지키는 초소가 각 2개 총 4개의 초소에 근무자가 두 명씩 배치됩니다. 제가 이 최고참하고 들어간 곳은 1탄약고의 입구 쪽이 아닌 뒤쪽의 외진 초소였습니다.

30분마다 철조망을 따라 외곽순찰을 돌아서 입구 쪽 초소 근무자들과 교대 다시 30분 후에 뒤쪽으로 순찰 후 다시 근무자들과 교대인데 과감하게 무시하시더군요.

"무전기 가져왔냐?? 어차피 입구에서 간부순찰 들어오면 무전칠거니 그 무전 오기 전까지는 나 깨우지 마라."
"무전 오기 전까지 깨우지 않겠습니다!"

"졸면 죽는다!!병기 초소에 부딪히는 소리 나면 작살날 줄 알아!!"
"병기 부딪히지 않겠습니다!!"

완전 겁먹고 눈 번쩍 키고 병기 들고 초소바깥 근무 자리에서 차렷 자세로 있었습니다.
입구 쪽 근무자들도 30분 순찰 안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지키고 있었습니다.

전날 친구들과 과음 탓인지 과한 긴장 탓인지 살짝 졸음이 왔었습니다. 용케 균형을 잃고 초소에 부딪히려는 찰나에 일어나게 됐습니다.

휴 하고 정신 차리고 앞을 보는데, 앞에 보이는 언덕, 그 언덕 위에서 애들 둘이 놀고 있었습니다. 나무들이 우거져서 나중에 보니 한낮에도 깜깜한 언덕인데 그곳에서 흰옷을 입은 남자애들 둘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웃는 소리도 나지막하게 들렸습니다. 잘못본줄 알고 눈을 부비고 다시 봐도 보이고 들렸습니다.

처음엔 들어간 지 첫날이었고, 바로 철조망 하나 건너서 민가이니까 어리바리한 그때 생각에 그럴 수도. 라고 해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이 선임을 깨우고 나면 어찌될지 겁이 났습니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까 새벽 3시. 흠, 애들이 탄약창 언덕에서?? 철조망을 넘어 들어와서??
그런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아직 그 애들은 앞 언덕위에서 뛰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해병님. ***해병님."

뒤로 돌아 초소에 들어가 조심스런 목소리로 최고 선임을 깨웠습니다.

"왜 순찰 온다냐?"
"탄약 창고에 애들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뭐?? 뭔소리야 이 미친**야??"
"아, 그게……. 저기……."
"뭔소리야?? 어디에 들어왔는데??"
"저기 언덕입니다."

하면서 보는데 없었습니다.

"언덕 뭐!!언덕 뭐!! 자다 꿈 꿨냐?? 뒤질라고 작정을 했나!! 야간 근무 첫날에 쳐자?"
"방금 전까지 언덕위에서 뛰고 다녔습니다. 하얀 옷 입은 애들 둘이었습니다. 자지 않았습니다."
"아놔, 여기서 뭐 이상한 거 봤다는 애들이 왜케 많아!!"
"……."
"너 올라가서 확인 해봐!!아 너 때문에 잠 다 날아가잖아!!다 날아가기 전에 빨리!!"

그 말을 듣자마자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왜 이렇게 많다니,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위 나무들 때문에 더 깜깜하고 무서웠지만 천천히 언덕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바닥에 랜턴을 비추면서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데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잘못 봤구나, 이제 선임한테 혼나겠구나, 이런 생각하면서 언덕 중간쯤 올라갔을 때였습니다.

"야! 너 내려와!!! 당장 내려와!!!"

갑자기 뒤에서 선임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니까 병기도 매지 않고 철모랑 병기를 한손에 들고 고가 초소를 바람같이 내려오는 선임이 보였습니다. 내려오는 선임에게 뛰어갔습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구 쪽 초소에 가기 전까지 선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나지막하게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기만 했습니다.

입구 쪽 초소 도착하자마자 안으로 들어가더니 원 근무자 2명을 초소건물 앞으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전 원 근무자 2명하고 앞에 섰습니다.

근무지 최고선임은 다음 근무자 와서 교대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대가 끝나서야 입을 열었는데, 휴게실로 절 불러서 한말은…….아직도 오싹합니다.

"너 언덕 오를 때 아무것도 못 봤어?"
"랜턴 들고 확인하면서 올라갔지만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언덕위에서 너한테 웃으면서 손짓하는 애들 못 봤어?"

선임은 처음에는 언덕위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중턱정도 올라갔을 때 좌우에서 하얀 옷 입은 아이 둘이 나타났다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걸음을 천천히 옮길 때 마다 손짓을 하며 웃어댔답니다.

그리고 그 선임은 제대할 때까지 소대장님께 부탁해서 초소 근 무외에 상황실 근무만 한 후에 제대했습니다. 저 역시 미친 소리 들을 각오하면서 53초소 근무만 열외해달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이후에 저 같은 애들이 많이 나오자 소대장님이 53초소 근무지를 언덕이 보이지 않는 중간 쪽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그 후에는 제가 소집해제 할 때까지 무언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그 아이들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 애들 웃음소리와 그 때 선임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저를 소름 돋게 합니다. 예비군 5년차라 이젠 다 잊은 줄 알았는데.

[투고] MoomBa님
  1. 악질

    오홍1등 신선한글잘보구가욬ㅋ
  2. 탄약고767 기

    후배님!안녕요ㅎ같은 곳을 나오셨네 마송쪽 사단탄약고 맞으신가?거기 전설같은 귀신이야기가 엄청 많아요ㅎ
  3. 서글픈구름

    다 읽었다. 이제 그만 잘 시간....
    역시 여기 글들은 자기전에 봐야...
    1. 힌옷입은 아이들

      근데 그사람등이 우리 봤던거야?
      나 그사람한테 손짓한게아니라
      그사람위에있는 벌래한테 손짓한건데...
  4. 아이1

    헤헷
  5. 아이들

    떫!!!!
  6. 암천무제

    헉 막 자려는 찰나에 이 신선하고 소름끼치는 글이 ㄷㄷ. ㅡ아이폰
  7. 윤마린

    귀신잡는 해병대 지못미 ㅠㅠ
  8. 탄약고767 기

    아까는 바빠서 걍 댓글만 달았는데 저는 이글에서 나오는 탄약고를 95~97(정확하게는 96년1월부터97년12월까지)에 근무한 사람입니다. 몇자 덧붙이고자 합니다.제 후임중에 799기 따식이란 아이는 저하고 근무나갔다가 겨울에 팔각모와 쎄무워커를 착용하고 있는 환영을 본적도 있습니다.여기는 김포라서 겨울밤에 이렇게 20분만 있으면 동사직전까지갑니다ㅎ그리고 2현장이라고 있는데 거기 55초소는 자살한 사람이 있다고도 하고 하여튼 사연있는 초소인데 폐쇄한 곳입니다.53초소에서도 종종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따식이가 본 곳과 이 글의 배경이 되는 언덕이 같은 곳같은 느낌이 듭니다.저도 여기서 엄청나게 많은 군화발소리 들은 기억이 나네요.(아이러니하게도 거기는 낙엽이 많이 모입니다ㅋㅋ)이 탄약고에서만 아는 귀신이야기만 해도 열가지는 넘을듯하네요...각 년도마다 이런거 보던 해병들이 있었습니다...저의 윗기수선배해병한분중 담크기로 소문난 분(714기라고 들었습니다)은 후임들이 자꾸 헛것을 보니까 수류탄 착용하고 도깨비잡으러 다녔다고 들은적도 있고 저는 애궂은 남의묘를 잘못 건드려서 말년에 군기교육만 연속 3번 당첨된적도 있습니다.이 부대는 다른 곳과 달리 특이하게 내무지역 그리고 탄약고 내부에 주인없는 묘와 명절때 민간인에게 성묘가 허락되는 곳입니다. 지금은 세월이 바뀌어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서그런지 무수히 많은 전설같은 이야기를 가지고있는 부대이기도 합니다^^시간이 되면 저의 경험담도 올리고 싶네요ㅎ
    1. 탄약고 983기

      필승!!탄약고 983기 입니다.
      방명록에 투고글 적었는데 오늘보니 올라와 있네요..

      말하신것 전부다 탄약고에서 아직 전설로 전해집니다.
      군화발 소리, 환영이야기, 묘지 다 제가 제대하기 전까지 그대로 였습니다. 53초소는 결국 이동됐습니다...

      군화발 소리는 아직도 종종 들린다고 들었습니다..
      그 탄약고는...좀 이상해요 정말 ㅠㅠ
    2. 탄약고767 기

      후배님 언제 만나서 제가 나머지 이야기해주고싶네용ㅎㅎ
    3. 김포사람

      와나 소름끼쳐서 처음으로 댓글다네요
      김포사람인데 김포에 있는 해병부대에서 이런일 있다니까
      무섭네요 그나마 통진 마송쪽인걸 감사히 생각해야하나...
  9. 탄약고767 기

    아참 저희때는 고가초소는 없었고 인원문제로 1현장근무는 안했습니다. 제작년인가 가보니 1현장에 고가초소가 있더군요...오랫동안 딴 카페서 활동하다 잠시 침묵기를 지나 여기 둥지튼지도 5개월 다되어가지만 댓글 이렇게 심각하게 달아보는거도 처음이네요ㅎ아는곳이 나와서 간만에 말초신경이 흥분했네요..딴분들께는 죄송합니다..댓글이 너무 길어서^^
  10. 소녀오알

    요즘 초딩들 너란 초딩..
  11. 꿍시렁

    오오오오오 아침이지만, 지금 햇빛이 쨍쨍하지만 서늘해졌어요!!!!ㅇㅁㅇ
  12. 김쫄깃군

    아.. 역시 군대 괴담이 제일 무섭군요 ㅎㅎ..
  13. 미요릉

    이건 정말 오싹한 내용이네요.
    피 철철 흘리는 귀신보다 이런게 더 무섭습니다 ㅜㅜ
  14. ㅎㅎ

    무섭네요 ㅠ
  15. 발소리

    저는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대학교 졸업한 후까지...
    가끔..자정에서 새벽 사이에... 아주 많은 수의 사람이 열맞춰 가는 듯한 발소리를
    자주 들었어요.
    저희 집이 있던곳은 주택가
    혹은 친구집이 있던곳은 아파트 단지...

    잠이 안오는 새벽에 책을 읽고 있으면

    아주 가끔...1년에 2-3번 정도
    군화소리 같기도 한...
    아주 많은 사람이 발 맞춰 행진 하는 것같은
    발소리를 듣곤했죠
    지금은...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아도..그런 소린 안들립니다.
  16. 소영이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댓글 같은거 잘 안달고 특히 잠밤기에서는 한번도 댓글 달어 본적 없는데 , 이야기가 정말 무섭고 묘사도 리얼해서 댓글 답니다^^; 지금 커피숍에서 팥빙수 먹으며 글 읽고 있는데 너무 무서워서 소름돋고 너무 춥네요..ㅜㅜ
  17. gks0726

    무섭다ㅜ
  18. 노르웨이숲

    세상엔 별의별일들이 많군여 무섭네여
  19. 음하하

    잉여
  20. 크라이네

    선임 아니었음 어케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오싹하네여 ..
  21. 햄짱

    아뇨, 가라고 한 선임이 더 이상한데요.ㅋㅋ 아마도 선임은 그런 일을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나보죠. 그게 더 신기하네요. 어떻게 무턱대고 확인하라고 오라고 합니까.ㅋ 어쨌든 선임 때문에 끝까지 당하진 않았지만요.
  22. mcllhn@yahoo.com

    내가 40년 전에 근무할때 술 마시고 자던 곳 같은데. 요새 후배님들은 정말 귀신도 눈에 보이나요?
    구글 지도에는 부대위에 구름이 쫙 끼었네요.
  23. ^^

    댓글달려는데 왜 저는 차단됐다고 나오죠?
  24. 헐..

    1135기 2사단 탄약소대 상근입니다 저도 그 얘기 아직도 돌고있습니다 저도 선임들에게 몇번 들어본적 있는얘기네요
  25. 탄약고 1131기

    필승 탄약고 1131기입니다! ㅋㅋ
  26. kugirl

    제2수색대대 청룡
  27. 1113k

    필승2사단 전역한 해병입니다.저는 강화도 쪽에서 근무한 지라김포 마송쪽 탄약고 괴담은 듣지 못했지만,같은 청룡부대로서 반가웠습니다.기회가 되면 저도 저희 부대에서 내려오는괴담들을 올리고 싶네요.ㅎ
  28. ♥ 카라멜마끼아또♥

    초딩귀신:형같이놀자이리와
  29. 탄약소대1177기

    필승 1177기입니다.
    이러한 얘기를 듣기는 들었지만 전역하고서야 자세히 듣게되었습니다. 현재 1현장은 53초소 야간근무와 보병들의 전원투입으로 야간에도 싸한느낌이 그리 많이 들진 않습니다. 2현장도 라이트 교체로 무지 밝고 묘지도 몇 이장하긴했지만 굳이 야간에 가고싶지는 않긴합니닿ㅎ 대선배님들 건강하십시오 필승
  30. 나 보급중대 1177긴데

    반갑다 탄약 1177기야 ㅋㅋㅋ 우리서로 아는 사이일텐데 그지?
  31. 1기

    필,,,,승,,,,,^^,,,, 절므니들이,,,,고생이,,,,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