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488화 - 사라진 소녀

저희 외갓집은 전라북도 완주군 한 시골마을입니다.

그 부근에 학교라고는 엄마께서 다니던 초등학교(지금의 초등학교) 하나뿐이라 몇 시간씩 걸어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답니다. 엄마 또한 한 시간 남짓을 걸어야 학교에 갈 수 있었기에 너무 힘들어 학교에 다니는 게 너무나 싫었답니다.

허나, 무엇보다 학교에 다니기 싫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답니다.

같은 학년 같은 반인 조금 정신이 이상한 언니 때문이었죠. 외갓집 앞동네 산을 넘어 오는 언니인데 엄마보다 한살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엔 학교를 늦게 입학하는 경우가 허다해 같은 학년이어도 나이대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돌림을 당할까 선생님은 아무 말 안하셨지만 엄마를 포함한 동네 친구들은 그 언니가 앞산 너머 사는 유명한 무당집 외동딸이며 단둘이 살고 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언니의 등하교 길은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평범했으며 수업시간엔 가끔 멍하니 먼 산만 보다 선생님께 꾸중을 듣기도 하지만 나름 열심히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가 오기 직전이나 좀 우중충한 날. 또는 수업이 끝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갈 때면 갑자기 교실을 나가 운동장이며 학교 뒤뜰을 혼자 정신없이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봄이면 개나리 덩굴 사이를 한참을 바라보다 버럭 고함을 지르고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화를 내기도 하고 방과 후 아이들이 학교에 거의 남아있지 않을 땐 학교 뒤 변소 문을 차례로 열어젖히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실실 웃기도 하다 변소 앞에서 춤을 추기도 했답니다.

한번 춤을 추기 시작하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지치지도 않고 계속 춰대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합니다. 유난히 겁이 많던 엄마는 먼 학교길보다 같은 반인 이 언니가 더 무서웠던 게지요.

날이 구진 날 수업증 언니가 사라져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찾아 나서면 백이면 백 변소 부근에 있었더랍니다. 변소 한 칸 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고 어떨 땐 변소통 속에 들어가 얼굴에 변을 덕지덕지 치덕거려놓고 깔깔거리며 서있기도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명의 친구들과 엄마는 화단에 들어가 화단을 망가뜨려 놓았다는 이유로 방과 후 교실에 남아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벌로 늦게까지 교실이며 복도 청소를 하고 있었더랍니다.

늦가을, 해도 뉘엿뉘엿 져 가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예쁜 아주머니께서 정신없이 달려오시더니 담임선생님과 한참을 예기하더니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 자리에 주저앉다 선생님께선 엄마와 일행들에게 그 언니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냐며 물으셨답니다.

엄마 일행 중 한명이 방과 후 변소에 갔다 오면서 마지막칸 앞에서 중얼거리던 언니를 보았다고 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선생님과 아주머니는 변소로 정신없이 달려가시더니 아주머니께서 기겁을 하고 쓰러지셨답니다.

엄마가 조심스럽게 가보니 변소통이 퍼낼 때가 다 되어 분뇨들이 가득 차있고 그 위엔 그 언니가 오늘 입은 옷들이 있더랍니다.

담임선생님과 학교를 지키시던 아저씨께서 서둘러 분뇨를 퍼내셨고 부근 동네 사람들까지 불러 변소 분뇨를 다 퍼냈지만 나온 건 옷가지뿐이었답니다.

그보다 더 끔찍한 건 옷가지 위에 정확히 열 쌍의 사람의 손톱 발톱이 있었답니다.

그 뒤로 아주머니께선 학교에 여러 번 찾아오셨고, 다음해 봄이 되자 아주머니께서 학교에 보이지 않자 그 동네 사는 친구에게 물었고 그 친구는 엄마에게 방학동안의 일을 말해 주었답니다. 겨울 내 낮이고 밤이고 불쌍한 내 자식 내 손, 발톱 다 줄 터이니 돌려놓으라며 징을 쳐대더니 갑자기 어느 날 조용하자 이상하게 생각하신 이장아저씨께서 찾아가보니 자신의 손발톱을 모조리 뽑아 가지런히 개어 놓은 하얀 천에 차례에 맞춰 놓고는 그 위에 목을 매달아 죽어 있었더랍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고 엄마가 저를 가져 만삭이 되어 외갓집을 가는 길에 그 동네에 살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굿하는 소리가 나기에 가보았더니 동네사람이 모두모여 굿판을 보고 있더랍니다.

엄마도 구경삼아 아저씨들 사이를 비집고 한참을 구경하는데 엄마 또래의 젊고 예쁜 무당이 깡충깡충 뛰다말고 엄마 곁으로 오더니 손톱이 단한개도 없는 하얀 손으로 엄마 배를 쓰다듬더니 그러더랍니다.

'예쁜 딸이네. 너는 이런데 오는가. 아니란다. 아가야~ 예쁘게 크렴…….'

엄마 얼굴을 보고 씩 웃더니 자리로 가서 다시 굿을 하더랍니다.
그리고 15일 후. 엄마는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해 겨울 외갓집에 갔다가 엄마께 들은 예기를 할머니께 했더니 할머니께서 별 감흥 없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잖아도 몇 주 전에 그 동네 점순 네가 예기하드만…….너 알려줄라고. 그랬는갑다. 늬그 엄마 어렸을 적에 없어진 걔 아닌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별말은 안 하드란다. 그냥 엄마가 지 살려줬다고, 그 말밖에 안허더랜다."

[투고] 지렁이님
  1. 무서운 호랑이

    오호 1등이네요~~
  2. 소냐

    무서우면서도 애잔한 느낌이네요..
  3. sr

    헉....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ㅠㅠ
  4. 피닉스의깃털

    피깃 그리고 헌신의인장요
  5. 아누

    호오 뭔가 애잔 ㅠㅡㅜ
  6. 비오는날좋아

    저...이거 태클은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그런건데...손발톱 보통 다시 자라지 않나요...?
    1. 모도리

      잘못 뽑히거나...억지로 뽑히면 안자라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7. 백정원

    아싸~~~ > <
  8. 노르웨이숲

    신기하네요
  9. 깨어있지만죽어있는자

    아...이 글은 신빙성이 느껴지네요
  10. 비밀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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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나리

      헐 잘못했당 ㅠ비밀글하믄 아무도대답못해주는뎅 ㅠㅠ 다시! 마지막말이무슨말인디 설명좀 해주세여 ㅠ 그 언니가살았단 건가요??ㅠ
    2. 그러니까 그때 변소에서 손톱발톱놓고 사라진 언니가 무당딸이잖아요 근데 그무당이 자기손톱발톱뽑아서 굿하고 자살햇는데 주인공이 몇년후에 임신해서 고향오니까 손톱발톱없는 무당이 와서 말걸은거에요 주인공딸이 이얘기를 할머니한테햇더니 할머니가 동네사람들도 그손톱발톱없는무당이 그때사라진 무당딸이아닌가 추측하는데 그무당한테 물어봐도 "우리엄마가 나 살려줫다"이말밖에안한다는거죠 쨋든 그때 그무당이 지손톱발톱으로 살려내고 자기는 죽엇다 이거죠
  11. 무슨말인지

    무슨말인지 모르겠음...
  12. 새벽이언니

    무당 아줌마가 자기 딸 죽을 걸 자기 목숨하고 바꿔서 살렸다는 거겠지요
    거 참....
    근데 저도 태클은 아닌데, 윗분 말씀대로 손발톱은 다시 자라지 않나요;;
    뭔가 특수한 이사람들 나름의 사정이 있는건가..
  13. 비밀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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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낭만킹

    손발톱이 자라는 '판'이 있는데요.
    그 판까지 모조리 뽑으면 손발톱이 자라질 않습니다.
    모조리 뽑았다는 뜻은 아마도 판(뿌리)까지 모조리 뽑았다는 말이 아닐까요?^^

    오싹~하네요.
  15. 시골청년

    살짝 짠한 글이네요 으흐흙 ㅠㅠ
  16. 오... 소름
  17. 닉네임없어

    참고로 전 오른쪽 맨 끝발톱이 필요 이상으로 범위가 넓어 매일 신발 신으면 통증을 느꼈죠. 결국 병원 가서 발톱 일 부분 뿌리까지 제거하는 수술까지 했는 데 결국 다시 나오던데요. 나중에 의사도 갸웃뚱 하덥니다.
  18. 비밀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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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피카츄

    단순히 정황만 가지고 생각하면, 그 아이에게 신내림을 내리게 하려고 신이 자꾸 아이를 유도했고(아무래도 화장실이 귀신이 많이 존재한다고 하니) 어머니는 아이를 학교에 다니게 한다는 건 신내림을 받지 않고 보통의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가정할 때, 어머니에게 압박을 줘서 설득시키거나 교환시킨 게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이 해석도 좀 손톱이야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20. gma

    수업증, 예기
  21. 소영이

    무섭네요. 섬뜩합니다..
  22. gks0726

    무섭지만 슬프네요;
  23. 한글대왕

    아.....뭔 소린지 몇번을 읽어봐도 모르겠어요.....ㅠㅠ 누가 설명좀....
  24. 잇힝

    요약하면 화자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엄마의 딸이고 일을 목격하신 건 어머니이신데, 같은 초등학교의 무당 딸이 손톱. 발톱. 옷가지만 남긴 채 없어지고 무당 어머니가 그걸 찾아다니시다가 손톱.발톱 다 뽑아놓으시고 자살하셨는데, 그 이후 성인이 된 엄마가 외갓집을 방문하러 내려갔다가 당시 없어진 그 언니로 추정되는 무당을 만나신 게 아닐까요?(엄마또래의 젊고 예쁜 무당이라 했으니..)이후 태어난게 화자(딸)이고요. 할머님의 말을 빌어보면 아마 어머니가 대신 제물이 되어 귀신에게 잡혀간 딸을 살린 것인듯...
  25. 영혼늑대

    쭉 읽어보니 잇힝님이 쓴거처럼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동네 무당에 미친딸이 있음 - 어느날 딸이 실종 - 무당엄마가 자신의 손톱발톱(손톱발톱에는 혼이 있다죠 즉 목숨)을 대신 내놓고 딸을 돌려달라 하다가 자살함 - 그 딸은
    나중에 무당이 되서 다시 만남
  26. 엠마누엘

    저도 위에 두분처럼 그런 생각이 드네요... 으아 무서워라...
  27. 크라이네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생각입니다.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이야기네여...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닌가 하네여 ..
  28. 김솔비

    조금 오싹~하네요
    그런데...등뒤에 누가 있는...느낌 이네요...
  29. 햄짱

    이거, 완전 소설, 아니 영화감인데요.0ㅅ0! 권유합니다.ㅋ 왠지 무서우면서도 짠한, 그런 좋은(?)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공포, 감동, 눈물, 스릴, 마무리까지 잘 섞여 있는 이야기들이 흔치 않죠.
  30. 지나가는 고구마

    오싹하네요 ! 다음편도 재미있게 읽겠습니다 ~
  31. Clyde

    오랜만에 역주행하는 중에 리플 남겨요. 다른 이야기들도 재밌지만 이건 진짜 오싹하네요.
  32. 에르

    완주군 어딘지 궁금하네요 정말 무서워요 ㅠㅠ
  33. 으응??

    "예쁜 여자아이네, 너는 여기 있으면 안되, 예쁘게 크렴"

    이건 대체 무슨 의미죠???
  34. 사신

    아무도 눈치못챈건가?? 열쌍씩이면 20개씩인데... 손톱 20개 발톱 20개
    1. 손발톱 열쌍씩 =
      손톱 10쌍 + 발톱 10쌍, 이 아니라,
      (손톱 + 발톱) 이 10쌍(20개)
      란 의미로 쓰신거같은데요ㅎㅎ
      중의적인 표현이긴 하죠ㅎㅂㅎ;
  35. 상관은없는데

    다음루리웹에 머리 두개인데 몸하나 그사람에 대한 애기가 몸은 누가 움직이냐 어쩌고 별로 재미없는 질문하시는데 제가 가장 궁금한건 .. 한사람이 죽으면 어뜨카지..
  36. 리틀지연

    아주 째끔 무섭다...ㅠㅠ
  37. ㅡㅡ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야
  38. 윤팔계

    그게 아마 변소귀신이거나 고지역음귀신이 무당딸을 꼬드겨서 죽일려고 홀려놨는데 애미무당이 지목숨 내주고 살린거같습니다. 매개체는 손톱이구요. 열쌍이면 열사람이고. 으미 그귀신 무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