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다닐 때만 해도 학교에서 극기훈련을 거의 매년 다녔습니다. 특히 첫날밤에는 담력훈련이라고 해서, 밤 12시 이후에 혼자 아니면 친구 한 명과 같이 앝은 산을 넘어오는 걸 했었죠.
앝은 산이라곤 하지만 매년 장소를 달리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길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무마다 휴지를 묶어 길을 알려주거나 줄을 묶어[등산로를 따라 길에서 벗어나는 걸 막기 위해] 안전하게 훈련을 마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선생님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곳곳에 숨어 학생들을 놀래키거나 길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앞에 몇 팀이 지나가고 드디어 저와 좀 겁이 많았던 친구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출발하라는 소리에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초반부터 길을 잘못 들어 숨어있던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시 방향을 잡고 갔습니다만, 맨처음에만 갈림길이 있었고 그 뒤로는 계속 이어진 길이어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나무들은 울창했고 휴지로 표시한 것도 없어, 바닥이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길을 줄에 의지해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 채 친구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사방이 컴컴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길조차 구분이 안가는 상태였으니 불안과 공포는 커져갔습니다. 이러다 산 속에서 조난당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죠.
다급한 마음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그러자 조금 앞 쪽에 본래대로라면 줄이 있어야 할 곳의 약간 바깥쪽에 희끄무리한 게 보였습니다.
저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기쁨에 곧장 달려가 길을 물어보려 했지만, 같이 있던 친구가 어딜 가냐며 저를 붙잡았습니다.
[멀리 가지마. 나 무서워]
그래서 친구와 선생님의 중간쯤에 서서 길을 물어봤습니다. 선생님은 하얀 두건[옛날 시골 할머니들께서 밭일을 하실 때 햇빛을 막기 위해 쓰는 것과 같은]과 흰 소복을 입고 계셨습니다. 두건 때문에 얼굴은 전혀 보이질 않았고, 풀에 가려서인지 무릎 아래론 보이지 않았지만 그 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이 쪽으로 쭉 가면 되나요?]
큰 소리로 선생님에게 외치자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잔뜩 겁을 먹은 친구를 데리고 가까스로 산을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을 다 내려와서 집합장소로 가는 도중에 친구가 조심스럽게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 아까 누구한테 물어본 거야?]
선생님을 못봤나? 하고 의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하도 어두워서 친구가 선생님을 못봤나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에야 알게 된 것이었지만, 저와 친구가 갔던 길은 다른 애들이 갔던 길과는 조금 다른 길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길을 잃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잘못들은 길의 오른쪽은 산사태로 깎여 내려가 거의 절벽과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반이 약해 땅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길이라 막아놨던 길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선생님이 계실리가 없던 겁니다.
도대체 막아놨던 길을 어떻게 들어갔던 건지도 의문이지만 거기 서 있던 사람은 누구였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게다가 그 때 친구가 멀리 가지 말라는 말을 안듣고 선생님께 가까이 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투고] Y君님
가야수련
산에서 절벽 바로 앞에 있었다가 내려왔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섬뜩 -_-;
thering
shushu
도라몽
저승가이드
haha
나이쿤=nykkun
아이들이 "선생니~임"이라고 불러주어서 선심쓴게 아닐까.. 죄송합니다. 네..
뮬리아나
무서버
역시 도와준거로군요
그런데 흰 두건이 도와준게 맞다면 통행이 불가능한 길에 두사람을 들게 만든 또다른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thering
haha님| 세상에 저런 귀신만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봅니다만, 그러면 저는 괴담블로그를 운영할 수 없겠죠.@_@
나이쿤=nykkun님| 혹시 예전에 극기훈련갔다가 귀신분장한 채로 돌아가신 선생님의 영혼이었을지도 모르는 일...
뮬리아나님| 지박령중에서도 상당히 모범적인 지박령인 것 같습니다. 보통 지박령의 경우에는 [너죽고 나이미죽었다] 식으로 민폐를 끼치지 않습니까? 양심귀신상이라도 줘야겠습니다.
무서버님| 오른쪽만 가리켰다면 [링]의 저주비디오에 나오는 남자[사실은 류지]가 생각납니다. 그나저나 또다른 존재라면 흰 두건의 반대인 빨간 두건 챠챠!
Lara
thering
쿠마
thering
사랑이^^*
귀신아기가 엄마에게 자다일어나서 악몽을꿨다며 사람을?f다던가 하는이야기
였던것같은데 귀신입장에서보면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당황해서 잘가르쳐준게
아닐까생각.......하는 나는변태?ㅡ.ㅜ
thering
복뚱아
백발마녀
밤에 캠프파이어 끝나고 잘려고 이불펴다가 큰 창문 너머를 보고말았습니다...
작은 언덕같은 곳이었는데.... 무덤 서너개가 모여있더군요..
저랑 친구들은 소리를 지르면서(지금 생각해보면 왜 미친짓을 했는지;;) 문닫으라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습니다..;;서로;;;
"문닫어!!" "니가 닫아!!"이러면서;;
어쩄든 용기있는 한 친구가 닫으려고 다가가서 창문을 힘껏 닫으려고 했는데...(미닫이였습니다;;) 안닫혔습니다....
저희 결국 너무 무서워서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여러명이 달려들어서 창문 기어코 닫았습니다..;;
choco
데뿌까
wen9360
감동적이기도 하고 <
공
명탐정
교수
별로 가까이 가도 해코지 할 것 같진 않으네요!
하지만 끄덕 끄덕 대신에 이리와~ 라고 했으면 ;; 큰일날뻔 했어요
물론 그건(↑) 의문의 분이 낭떠러지 허공에 서있다고 가정하고, 친구말을 듣지 않고 가까이 갔을 때의 이야기지만요 ...^^;;(..)
그때 그 귀신
나중에 도와 줄께~
악귀
조작
보통 친구끼리는 궁금한게있으면 그자리에서 바로물어보지않나ㅋㅋㅋ설마 무서워서 입도못땟다는건아닐테고
아무도없는곳에서 혼자말하는걸 친구가봤다면 나같아도 지금누구한테말했냐고 바로묻겠다
야크트티거
귀신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