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63화 - 극기훈련

제가 초등학교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다닐 때만 해도 학교에서 극기훈련을 거의 매년 다녔습니다. 특히 첫날밤에는 담력훈련이라고 해서, 밤 12시 이후에 혼자 아니면 친구 한 명과 같이 앝은 산을 넘어오는 걸 했었죠.

앝은 산이라곤 하지만 매년 장소를 달리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길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무마다 휴지를 묶어 길을 알려주거나 줄을 묶어[등산로를 따라 길에서 벗어나는 걸 막기 위해] 안전하게 훈련을 마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선생님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곳곳에 숨어 학생들을 놀래키거나 길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앞에 몇 팀이 지나가고 드디어 저와 좀 겁이 많았던 친구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출발하라는 소리에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초반부터 길을 잘못 들어 숨어있던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시 방향을 잡고 갔습니다만, 맨처음에만 갈림길이 있었고 그 뒤로는 계속 이어진 길이어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나무들은 울창했고 휴지로 표시한 것도 없어, 바닥이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길을 줄에 의지해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 채 친구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사방이 컴컴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길조차 구분이 안가는 상태였으니 불안과 공포는 커져갔습니다. 이러다 산 속에서 조난당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죠.

다급한 마음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그러자 조금 앞 쪽에 본래대로라면 줄이 있어야 할 곳의 약간 바깥쪽에 희끄무리한 게 보였습니다.

저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기쁨에 곧장 달려가 길을 물어보려 했지만, 같이 있던 친구가 어딜 가냐며 저를 붙잡았습니다.

[멀리 가지마. 나 무서워]

그래서 친구와 선생님의 중간쯤에 서서 길을 물어봤습니다. 선생님은 하얀 두건[옛날 시골 할머니들께서 밭일을 하실 때 햇빛을 막기 위해 쓰는 것과 같은]과 흰 소복을 입고 계셨습니다. 두건 때문에 얼굴은 전혀 보이질 않았고, 풀에 가려서인지 무릎 아래론 보이지 않았지만 그 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이 쪽으로 쭉 가면 되나요?]

큰 소리로 선생님에게 외치자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잔뜩 겁을 먹은 친구를 데리고 가까스로 산을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을 다 내려와서 집합장소로 가는 도중에 친구가 조심스럽게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 아까 누구한테 물어본 거야?]

선생님을 못봤나? 하고 의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하도 어두워서 친구가 선생님을 못봤나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에야 알게 된 것이었지만, 저와 친구가 갔던 길은 다른 애들이 갔던 길과는 조금 다른 길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길을 잃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잘못들은 길의 오른쪽은 산사태로 깎여 내려가 거의 절벽과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반이 약해 땅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길이라 막아놨던 길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선생님이 계실리가 없던 겁니다.

도대체 막아놨던 길을 어떻게 들어갔던 건지도 의문이지만 거기 서 있던 사람은 누구였는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게다가 그 때 친구가 멀리 가지 말라는 말을 안듣고 선생님께 가까이 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투고] Y君님
  1. 가야수련

    담력훈련은 한번도 해보질 못했지만,
    산에서 절벽 바로 앞에 있었다가 내려왔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섬뜩 -_-;
  2. thering

    가야수련님| 저도 담력시험을 한번도 못해서 아쉽습니다.ㅠ.ㅠ 예전에 폐가모임이 부흥하기 전에 모 유명까페에서 1기로 모임을 갔었는데, 기묘한 일이 있었습니다. 기묘한게 怪랑 거리가 먼 기묘한 일이라서 좀 그렇지만 나중에 올리도록 하죠.^^
  3. shushu

    전 왜 귀신이 도와준거라고 생각했는지 -_-a;;;
    1. 도라몽

      저도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ㅋㅋ
    2. 저승가이드

      여러분~ 귀신이 나쁘다는 생각은 접으세요~ ^^
  4. haha

    그래도 양심은 있나 곱게 보내주는군요.
  5. 나이쿤=nykkun

    선생님이 장래희망이었는데 이루지 못하고 성불 못한 귀신이
    아이들이 "선생니~임"이라고 불러주어서 선심쓴게 아닐까.. 죄송합니다. 네..
  6. 뮬리아나

    으음. 어쩌면 거기서 떨어죽었는데, 사람들이 잘못해서 그 쪽으로 빠져버릴까봐 서있는거 아닐까요?
  7. 무서버

    해꼬지를 하려했다면 오른쪽만 조용히 가리켰으면 됐을텐데요,
    역시 도와준거로군요


    그런데 흰 두건이 도와준게 맞다면 통행이 불가능한 길에 두사람을 들게 만든 또다른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8. thering

    shushu님| 헉, 도와준 거 아니였나요?; 아무래도 무사히 돌아온 걸 보면 도와준 게 아닐까 합니다.@_@ 그런데 산속의 하얀소복이라니 존재 자체만으로도 무섭습니다...

    haha님| 세상에 저런 귀신만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봅니다만, 그러면 저는 괴담블로그를 운영할 수 없겠죠.@_@

    나이쿤=nykkun님| 혹시 예전에 극기훈련갔다가 귀신분장한 채로 돌아가신 선생님의 영혼이었을지도 모르는 일...

    뮬리아나님| 지박령중에서도 상당히 모범적인 지박령인 것 같습니다. 보통 지박령의 경우에는 [너죽고 나이미죽었다] 식으로 민폐를 끼치지 않습니까? 양심귀신상이라도 줘야겠습니다.

    무서버님| 오른쪽만 가리켰다면 [링]의 저주비디오에 나오는 남자[사실은 류지]가 생각납니다. 그나저나 또다른 존재라면 흰 두건의 반대인 빨간 두건 챠챠!
  9. Lara

    "너 죽고 나 이미 죽었다"에서 쓰러졌습니다. 더링님
  10. thering

    Lara님| 아니 비행기 태워주시면 못된 더링은 외도하는 거 아시면서.^^ 못난 센스지만 감사드립니다.
  11. 쿠마

    한 맺쳐서 죽은 귀신은 아닌것 같네요-_-..그냥 미련이 남은 귀신...
  12. thering

    쿠마님| 저렇게 뒹굴거리다가 심심하면 민폐도 끼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어서 성불하세요~!
  13. 사랑이^^*

    갑자기 얼마전에 읽었던 유머의 한장면이 생각나는군요

    귀신아기가 엄마에게 자다일어나서 악몽을꿨다며 사람을?f다던가 하는이야기

    였던것같은데 귀신입장에서보면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당황해서 잘가르쳐준게

    아닐까생각.......하는 나는변태?ㅡ.ㅜ
  14. thering

    사랑이^^*님| 여기 오시는 분들이 좀 변태성향이 좀...이 아니라, 변태이실리가 있나요~ 그나저나 그 유머의 아기귀신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요?^^
  15. 복뚱아

    ... 무서워. 우리 낼 극기 훈련 가는 데!
  16. 백발마녀

    몇달전에 갔다왔던 극기훈련이 생각나는군요,,..;;;
    밤에 캠프파이어 끝나고 잘려고 이불펴다가 큰 창문 너머를 보고말았습니다...
    작은 언덕같은 곳이었는데.... 무덤 서너개가 모여있더군요..
    저랑 친구들은 소리를 지르면서(지금 생각해보면 왜 미친짓을 했는지;;) 문닫으라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습니다..;;서로;;;
    "문닫어!!" "니가 닫아!!"이러면서;;
    어쩄든 용기있는 한 친구가 닫으려고 다가가서 창문을 힘껏 닫으려고 했는데...(미닫이였습니다;;) 안닫혔습니다....
    저희 결국 너무 무서워서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여러명이 달려들어서 창문 기어코 닫았습니다..;;
  17. choco

    무섭슴다!! 처음에 귀신이 도와준줄...
  18. 데뿌까

    숨어있던 선생님이 더 무섭겟다;
  19. wen9360

    맨마지막에 귀신과 친구의 도움을 받은거네요 [! ]
    감동적이기도 하고 <
  20. 수련회 극기훈련이 생각났어요!
  21. 명탐정

    갔다면 선생님이 놀래키죠. ㅎ
  22. 교수

    그 의문의 분이 길을 알려주었으니 오히려 다행 아닌가요?
    별로 가까이 가도 해코지 할 것 같진 않으네요!

    하지만 끄덕 끄덕 대신에 이리와~ 라고 했으면 ;; 큰일날뻔 했어요
    물론 그건(↑) 의문의 분이 낭떠러지 허공에 서있다고 가정하고, 친구말을 듣지 않고 가까이 갔을 때의 이야기지만요 ...^^;;(..)
  23. 그때 그 귀신

    잘 가~
    나중에 도와 줄께~
  24. 악귀

    가까히 오면 잡아먹으려구 했지 히히히히히히!
  25. 조작

    이것도 딱보니 구라네 ㅋㅋ 이딴식으로 거짓투고하면 당사자는좋나 ㅡㅡ

    보통 친구끼리는 궁금한게있으면 그자리에서 바로물어보지않나ㅋㅋㅋ설마 무서워서 입도못땟다는건아닐테고

    아무도없는곳에서 혼자말하는걸 친구가봤다면 나같아도 지금누구한테말했냐고 바로묻겠다
  26. 야크트티거

    독일 산악강습부대 게비르크스야거
  27. 귀신짱

    귀신보러 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