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겪었던 일입니다.
당시 외가 친척들은 남해안의 작은 섬에 모여서 살고 계셨습니다. 작은 섬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섬은 3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기에 전기는 자가발전기로 식수는 우물에서 해결하는, 흔히 말하는 현대문명과는 거리가 먼 외진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방문할 일이 전혀 없었던 곳이었습니다만, 마침 여름방학때 큰 외삼촌의 환갑잔치가 있기 때문에 저희 가족은 그 곳으로 휴가를 가게되었던 것입니다.
섬에 도착한 첫째 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제사를 지냈습니다만, 큰 외삼촌의 환갑날까지 아직 나흘일이나 남아있었기 때문에, 저는 동생과 함께 섬의 꼭대기에서 여기저기를 바라보았습니다.[아직 지리에 익숙하지 않기에]
그리고 둘째 날.
무료했던 어제를 뒤로 하고, 저와 제 동생은 [저보다 어린] 조카들을 이끌고 이미 20년 전에 폐교가 된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문득 저는 외삼촌의 심부름이 생각나서 섬 남쪽의 부둣가로 가야했습니다. 동생들은 한발 먼저 학교로 가기로 하고 말입니다.
사실, 어제 섬을 어느 정도 둘러 본 뒤였기에 혼자서도 학교로 다시 찾아올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바라보며 계속 걷기 시작한 저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시계를 바라봤습니다.
이미 심부름을 다녀온 지 두 시간이나 지나 있었습니다.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주변을 둘러봐도 학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학교를 바라보며 걷고 있었는데, 시계를 바라본 후 주위를 보니 그 어디에도 학교가 없는 것입니다.
분명 길을 잃어버린 게 틀림없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생각에 어차피 섬이니 해안가를 따라 돌아보면 다시 부둣가가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곤, 해안가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갑자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바람이 차가워졌습니다.
그제서야 상황이 위급한 걸 깨달은 저는 정신없이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라도 비를 쏟을 듯한 구름을 쳐다보자 점점 더 다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한참을 달리고 있을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달리고 있는 게 아니였습니다.
오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해안가의 절벽에 매달린 체 절벽을 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친을 차렸을 땐 이미 돌아갈 길은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천길 낭떠러지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높은 절벽의 한가운데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눈앞에 튀어나온 돌덩이에 몸을 의지한 체 밑에서 들려오는 거친 파도소리를 들으며 저는 와들와들 떨고 있었습니다.
다행인지도 그때 저는 뭔가에 홀린듯 절벽을 미친듯이 기어올라서 절벽끝에 도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비행기만 타도 벌벌떠는 제가 어떻게 그 절벽을 기어 올라왔는지 알수 없습니다.[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나서 정신없이 눈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그 길은 눈에 익은 길이었습니다. 섬에 도착한 첫째 날 제사를 지내러 가던 길 이었기 때문입니다. 외삼촌댁이 그리 멀지 않음을 느낀 저는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등에서 땀이 베어나올정도로 달리고 돌맹이에 굴려 넘어지고 턱까지 차온 숨을 몰아쉬면서, 정말 죽지 않으려고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낮에 나간 큰 녀석이 7시가 다 되가도록 돌아오지 않는 것에 외가어른들은 조바심나서 밖으로 찾으러 다니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다가 결국 외삼촌이 절 발견해주셨습니다만. 외삼촌이 절 발견했을때...
전 공동묘지의 이름모를 커다란 무덤주위를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며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이름을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무덤주위를 돌면서 달리고 있던 저를 외삼촌이 붙들어서 매치고는 집까지 업어왔다고 합니다. 저는 그때 외삼촌에게 매치기를 당한후 기절해 있었기 때문에 그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다음날에 들은것은 학교로 향하는 길이 작년의 태풍으로 커다란 고목나무가 여러그루 쓰러져서 길이 막혀버린 바람에 동생과 조카들은 학교로 가는것을 그만두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와서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투고] ache님
wisLearn
어떤 귀신의 장난이라고 보기보다는 어떤 결계나 풍수적으로 어두운기운이 몰려있던 곳에 빠져서 그런거라 생각되는군요. (갑자기 퇴마록이 생각나네요)
가야수련
가야수련
seimei
그런데 진짜 투고자님 귀신에 홀리셨던게로군요!!
드레스가면
나무빛
카마이타치의밤
도깨비고갯길이라부르는곳에운동갔다가 홀려봤네요..무덤이3개씩이나있어서..
밤에는절대못지나가죠...살벌해서.
Snakecharmer
헉..저갔으면 미처버렸을지도..
지렁이
어느 귀신이 홀렸는지 모르는도다..
뮬리아나
thering
가야수련님| 헛헛- 죄송합니다. 오타에 신경쓴다고 생각하는 데도 아직 오타가 남아있으니 민망하옵니다.
가야수련님| 헉- 세 군데씩이나...ㅜ_ㅡ 제가 사실 타자에 익숙하지 않아서...[타법부터 독수리( -_)] 아무래도 고치도록 하겠습니다.(_ _)
thering
드레스가면님| 허허허헛- 정말 기묘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동족의 원수를 갚으려는 여우들에게 당하신 듯 한데, 큰 일은 없으셔서 다행이신 것 같습니다.
나무빛님| 으핫- 이야기가 [그리고 둘째날]에서 끝나면 왠지 웃깁니다. 이히히힛[...] 그 차타고 산속에서 헤맨 이야기도 정말 무서웠었죠!
thering
Snakecharmer님| 만약 저 였으면 절벽에서 바로 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 살아서 돌아오신 게 다행이며 기적입니다.
지렁이님| 혹시 무덤가의 귀신이 바다에 빠져 죽은 귀신이 아닐까요? 아니라면 커플공격이었을지도...
카마이타치의밤
어느날 약주마시고 집으로돌아가기위해 도깨비고갯길로지나가는데 어떤사내가
다짜고짜시비을걸었답니다 약주도드셧기에 누구나..술은좀마시면 용기가나죠?
그 시비건사내와말싸움과몸싸움을했는데 싸움에서 이기셧답니다..
기분좋게집으로돌아와서 한숨주무시고 다음날 도깨비고갯길로가보니 상당히오래된빛자루가있었다네요..저희어머니친구분아버님은 너무놀래서집으로돌아오셧는데..다음날 자살하셧답니다..그이유는 아직도모르지만..저희어머니친구분소식도끊기고.. 아직도 도깨비고갯길에 무언가 찜찜하면서 소름돕는..
thering
카마이타치의밤님| 오우- 정말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빛자루[빗자루죠?;]을 타고다니는 마녀들은 사실은 도깨비를 타고 다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역시 중세시대부터 여성상위시대는 존재했던 것입니다...
카마이타치의밤
강에다가버렸다는데 죽어서 사람이떠오르면 마녀라고하네요..;
화형도있고..여러가지고문도한다는데..
thering
영감제로
영적인 힘이라던가.....
이치고
취조반장ㅡㅡ+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없습니다]
흠.. 테클은 아니구여 그때의 기억이 없는데
절벽을 올라왔단건 어케 아시는지 ^^;
문법이 조금 안맞는거 같아서여 ^^
그리고 그건 아마 어떤 존재에 홀려서 일어난일이
아닐까요?
유키
저희 할머니도 그런일 겪으셨거든요 +_+;;
공
명탐정
무섭다 ㄷㄷ
재밌어
미스터파더
겉멋과 허세로 점철된 닉네임은 가라
부처님의 제자
저승가이드
지금 생각해도 떨릴만한 그런 이야기일 것 같은데요..??
이제는 추억이겠지만요..ㅎㅎ
다시는 귀신에게 안홀리게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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