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525화 - 길찾는 할머니


10년도 지난, 1997년쯤에 겪은 일입니다.

당시 고3이었던 저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 집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이어서 유난히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집에 일찍 가지 않고,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 날도 독서실에 갔었습니다. 유난히 공부가 잘 되어서 정해놓은 분량을 일찍 마쳐서 한 시간 정도 쉴 겸, 독서실 봉고차로 먼저 내려갔습니다. 다니던 독서실은 봉고차를 운행했는데 새벽 1시에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1시까지 공부했지만, 그 날은 봉고차에서 음악 들으면서 좀 쉬려고 했던 것입니다. 맨 뒷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데, 가방을 뒤적이는데…….

똑-똑-

봉고차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어떤 할머니께서 봉고차 안을 보고 계셨습니다.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는데,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똑똑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음악 들으면서 눈이라고 감고 있었다면 몰랐을 텐데, 할머니가 계속 빤히 쳐다보셔서 어쩔 수 없이 차 밖으로 나갔습니다.

"학생. 여기가 어디야?"

할머니가 종이쪽지를 보여주시는 거였습니다.
종이쪽지엔 '1동 807호'라고 쓰여 있었는데, 봉고차가 세워진 곳 바로 옆에 있는 동이었습니다.

"할머니 여기 있는 동이 1동이에요. 여기로 올라가시면 되요"

할머니가 갑자기 제 손목을 꽉 잡았습니다.

"그러지 말고 데려다 줘……."

갑자기 손목을 잡혀서 깜짝 놀랐거니와, 혹시 인신매매 괴담이 생각나서 무서워졌습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도움을 요청하시는걸 그대로 무시할 수도 없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 아직 출발까지 시간은 있었습니다.

"네 할머니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따라 오세요"

좋은 일 하는 셈치고 같이 올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할머니가 중얼거리듯이 말씀하셨습니다.

"택시비가 너무 많이 나왔어. 택시비가 너무 많이 나왔어"
"얼마나 나왔는데요?"
"3만원"
"와……. 많이 나왔네요. 어디서 오셨어요?"
"망우리에서 왔는데 택시비가 많이 나왔어"

당시 목동에 살고 있었는데, 택시를 장거리로 타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8층에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갑자기 제 손목을 꼭 잡으시는 거였어요.

"발소리 내지마……."
"네 ?"
"발소리 내지마."

속으로 이상한 할머니라고 생각했지만 8층까지 일단 올라왔으니 집까지 모셔다 드리려고  807호를 봤습니다. 복도식 아파트였는데 807호 문이 반쯤 열려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할머니 들어가시는 거 보고 갈게요."
"그냥 가. 어서. 발소리 내지 말고……."

할머니 말이 이상했지만, 봉고차 출발시간도 다가와서 엘리베이터로 향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제대로 가셨는지 걱정되어 바로 뒤돌아보았는데, 할머니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807호까지 꽤 거리가 있었는데, 불과 2,3초 뒤돈 사이에 사라지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발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소름이 돋아 서둘러 봉고차로 향했습니다.
집에 가면서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새벽 1시 늦은 시간에 그 먼데서 할머니가 오시는데,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할머니가 오신 곳도 망우리였고,
사람들이 늦게까지 모여 있고, 문이 열려있었다.

아무래도 전 제삿날 할머니의 영혼을 모셔다드린 것 같습니다…….

[투고] 맛스타님
  1. 과학실의 인체모형

    으아! 오랜만에 새 글이 올라왔군요!!!
  2. 꿩은꿩꿩하고웁니다

    2014년 첫글이라니
  3. 닭은닭닭하고웁니다.

    태그가 ㅋㅋㅋㅋ본격 효도괴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소는소소하고웁니다

    태그 ㅋㅋㅋ
    새 글이 올라와서 좋네요!
  5. 꿩은꿩꿩하고웁니다

    뭐야 여기 닉네임들 이상해
  6. 삵은삵삵하고웁니다

    엄마 보고싶다,,,엄마아ㅠㅠ
  7. 행인김모씨

    귀신에게 좋은 일을 하셨네요. 꼬마 귀신에게 좋은 일을 하여 화를 면했다는 그런 이야기도 여기서 본듯.
  8. 마할

    허걱ㅜㅜ
  9. 도미너스

    그런데 할머니가 계속 택시비 타령하는 게 더 소름돋네요.
    어차피 귀신이라 돈도 안내고 타셨을 것 같은데...
  10. 한글대왕

    오랜만의 실화괴담...ㅠㅠ 자주 볼 수 있기 바래요..ㅠ
  11. 독자

    아~몇 달만에 올라온 글인가요? 진짜 반갑다.
  12. 얼터메이텀

    오랜만의 실화괴담~ 반갑습니다~
  13. 빠나나

    재밌네요 ~
  14. 우럭아왜우럭?

    발소리는 왜 내지 말고 가라고 했을까?
  15. 루돌프

    귀신이 아니고...... 인신매매 조직아니었을까요?
    학생이 착해서 그냥 보내준거
    2,3초 내에 사라진건 ㅜㅜ 모르겠지만요
    1. 나그네

      인신매매 괴담들을 보면 대부분 타겟이 착한사람이더군요.
      인신매매면 사실상 타겟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착할수록 말을 잘 들어서 꼬셔오기 편하니 오히려 더 땡큐죠...반대로 불친절할수록 끌려갈 틈을 안주니 더 싫어할테고요.
  16. 눈꽃

    왜발소리내지말라고한건지궁금해궁금해
  17. 얼크

    1997년에 고3이면 저랑 동갑이네요.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