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522화 - 검은 소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화산암반지대로 비가 오면 거의 대부분이 땅으로 흡수 됩니다.

그래서 2~300mm의 비도 별거 아닐 때가 많죠. 그런데 땅에 흡수 안 되고 하천으로 해서 바다까지 내려가기도 하는데 하천의 물이 불어났다가 조금씩 말라가면서 상류의 여러 연못들이 생기는데 이를 제주도 방언으로 '소'라고 합니다. 해방 이전까지의 제주도 사람들은 이 '소'를 식수원으로 했습니다.

그 중 제주시 도평동에 있는 검은 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이 검은 소라는 이유는 소의 수심이 깊고 검게 보기 때문인데, 그 이유인지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가기 꺼려합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많이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희 작은 아버지와 제가(당시 중학교 1학년) 목격한 것으로 실제로 제가 빙의되어 죽을 뻔 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탈곡기와 보리를 익혀주는 곳이 많았지만 옛날에는 아스팔트 위에 깔아 햇빛에 말렸는데 이 작업을 하면 상의가 축축이 젖었었습니다.

그럴 때면 작은 아버지와 인근 하천의 소를 찾아 멱을 감곤 했는데, 하루는 인근 소를 찾다가 검은 소 하류 부근에서 멱을 감는데 작은 아버지가 한눈 판 사이에 제가 없어 졌다고 합니다.

저도 멱을 감던 기억은 나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검은 소 앞까지 갔던 것입니다. 작은 아버지도 한참을 찾다가 저를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고 하대요. 제가 눈을 뒤집고 돌아봤다는데, 전 기억이 없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에 저희 할머니가 저를 데리고 유명한 신방(제주도 무당)을 찾아가서 액막이굿을 했는데, 액막이 안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유인즉,
바로 제 옆에 처녀귀신이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신방이 귀신에게 물어보길 무슨 한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신방의 입에선 귀신이 하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귀신에 의하면, 자기도 옛날에 중산간 마을로 식게(제사의 제주 방언)먹고 오다가 귀신한테 홀려 빠져 죽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빠져서 죽은 사람이 99명이고, 제가 죽으면 100명째라는 것.
제가 죽어 귀신이 되면 나머지 귀신들은 그 소에서 풀려나 자유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귀신이 되면 앞으로 또 100명을 홀려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곳을 못 벗어나는 귀신들이 왜 사람을 홀릴까 하는 것은 바로 거기 사는 귀신들의 자식들이 차린 식게도 못 먹으러 가기에 하도 원통해서 지나가는 사람 홀린다고 하더라고요.

이유야 어쨌든 저를 살리기 위해, 앞으로의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그 소 찾아가서 굿도 하고 액막이도 했습니다. 덕분인지 저는 아직 살아서 이 글을 쓰고 있지요.

그 후, 지하수 관정이 많이 뚫리는 바람에 소의 수심이 아주 낮아져서 사고도 많이 줄은 상태입니다.

21년이 지난 지금, 저는 이 지역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소 근처로 올레길이 났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괴이한 소문이 들렸습니다.

한 여자 올레꾼이 근처를 지나다가 여자 울음소리에 끌려 그 소로 가다가 갑자기 신발이 벗겨지는 바람에 정신을 깨보니 절벽 바로 앞에 있어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로 올레꾼들 사이에서는 절대 오후 4시 이후로는 혼자 다니지 말라고 소문이 났었습니다.

저는 경험자이기에 진상을 파악하고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더군요. 그 무시무시한 연못이 아니라 하나의 그림 같았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공포는 어둡고 으스스한 곳보다는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 더 치명적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겁니다.

아직도 저녁 늦게 그곳을 지나면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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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사진은 그 무시무시한 검은 소를 찍은 겁니다.
[투고] 몽돌바당님
  1. 몰라

    아... 소름이 ㅠㅠㅠㅠㅠㅠㅠ
  2. 별로 멱을 안감고싶게 생겼는데...
  3. 차차

    전 물만 보면 겁이 나서......빨려들어갈거같은 예감....
  4. 베츙이

    워매 ㄷㄷ 연못보소;; 아름다우면서도 섬찟하네 딱봐도 분위가 으스스한데 ㄷㄷ
  5. 우왕

    정말 보기만해도 아름다운데 밤에 보면 섬뜩할듯ㅠㅠ
  6. 다누다누

    ㅜㅡㅜ이쁜데ㅋㅋ반대로무서움ㅋ
  7. 꺄오

    역시 예쁜건 독을 다 가지고 있기 마련이군요;;
  8. 타이탄

    아.....전 소라고 하길래 움메 하는 그 소인줄....ㅎㅎ
  9. 허당

    저도 움메하는 소인 줄 알았는데... 한마리 검은 놈이 있었는데 이놈이 주인을 위해 죽었는데 제사 안 지내줘서 해꼬지하는 내용 아닐까등등...별별 혼자 상상하다 보니 그 소가 아니네요.
  10. 메루

    무셔... 이번에 제주갈때 함 들러볼까.... 친구랑 갈꺼니 괜찮겠지 -_-;;
  11. 노아노아

    모르고 사진 봤으면 '오 멋있는데?'했을텐데
    읽고보니 찜찜한 사진...
  12. 이쁜소

    이쁘긴이쁘네요.......홀린건가?ㅋㅋ한번가보고싶네요
  13. 이의제기

    음... 딴지 걸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거 예전에 돌던 이야기이라서 다른 곳에도
    많이 올라와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제주시 사는데 지금 가보면 물이 거의 없습니다. 올레길이랑도 가깝지 않구요.
  14. 호양이

    수심이 낮아져서 그런지 정말 루비색이라서 아름다워요. 그 '검은 소'라고 생각 안 할 것 같아요.
    저, 그런 비슷한 이야기 들은 적이 있어요. 다만 저는 100명이 아니고, 그저 빠져 죽은 사람이 그 수문을 지키는 귀신이 되고, 다른 사람을 빠져 죽게 만들면 수문 지키는 역할을 넘겨주고 본 귀신은 자유롭게 된다는 이야기였죠.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분한테 들으니 정말인가 싶네요.
    그런데, 마치 짠 것 같이, 왜 히어로 이야기도, 본인이 마지막 구세주라든지 그렇잖아요? 하핫. 투고자님이 하필 또 100명째라니, 정말 신기합니다. 99명의 귀신들이 자유가 되었을지 안 되었을지, 전혀 궁금하지 않군요(;;).흠흠.=ㅂ=;
  15. 맨뇽

    지금 인터넷으로 관련정보를 찾아봤는데, 저 사진이 유독 예쁘게 나왔네요. 다른 사진에서는 그냥 평범한 어디 연못이나 계곡 입구에요.
  16.  손 

    이 무서운 것입니다.장소는 섬뜩한 느낌을 갖고있는 것 같다.
  17. 낚시

    하고싶다 뭐잡힐까
  18. ♥ 카라멜마끼아또♥

    저도여소라고하길래음메하고우는그소인줄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