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에서

지방출장을 갔다.
술을 즐겨 마시진 않지만, 거래처의 부담스러운 접대에 어쩔 수 없이 평소 주량보다 많이 마시게 되었다.

회사에서 지정해둔 숙소는 유흥가에서 조금 멀었다.
택시를 타고 가기에도, 걸어가기에도 애매한 거리.
술도 깰 겸, 걸어가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는 철도 건널목이 있다.
도시에선 낯설지만 이 곳에는 주택 근처에도 철도 건널목이 있다.
건널목에 도착하자 차단기가 내리고 경고등이 켜졌다.

잠시 후 기차가 지나간다.
하지만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는다.

몇 분을 더 기다려 봤지만 차단기는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손으로 올려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취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왠지 오기가 생긴다.
온 힘을 다해 올려보니 차단기가 올라가는 것 같지만 다시 내려온다.

악전고투하고 있으니 뒤에서 경적소리가 들린다.
택시기사가 손짓하며 부르고 있다.

"손님! 손님!"

택시 탈 거리가 아니어서 안 탄다고 말하고는 다시 차단기를 올리려 했다.
그런데 택시기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까보다 더 큰 소리를 부르고 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택시기사에게 갔다.
택시기사는 내가 오자 일단 타라고 재촉하며 자신도 자리에 탑승했다.

"봤어요?"
"네???"

택시기사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흠, 손님은 못 봤군요……"
"뭘 봤냐는 거죠, 뭔데요?"

택시기사는 다행이라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아까 손님이 건널목에 서 있길래, 차단기에 매달리고 있는 아이한테 내려오라고 하는 줄 알았죠.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까…….
없었어요. 그림자가.
그 아이한테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필사적으로 부른 거에요."

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였을거다.
내겐 보이지 않았던 그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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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hxownsyc

    일등이다
  2. 담요

    차단기에 치인 아이일까요. 에그, 무서라...
  3. 소녀오알

    오랜만에 글을 올려주셨어~상냥해~('다이어터'상냥드립)
  4. 짬뽕먹구싶다~♨

    4등!
    전 택시 기사가 그 얘기하고 반전으로 납치하려하나 했는 데.
    아니였군요ㅜㅜ
  5. 새벽이언니

    헐;;;
    그아이는 무슨 사연으로 차단기에서 떠나질 못하고 있는걸까요;;
  6. 드디어 업뎃이군요 처음으로 상위권에 올려봅니다. 재밋어용
  7. ㅇㅅㅇ

    혹시..
    차단기에서 걸려 죽은걸까요...? ;;;;
  8. 개망이아빠

    택시기사의 엄청난 영업수완이군요~ㅎㅎㅎ
    농담이고...오랜만에 아침부터 오싹하네요~^^;
  9. 9등이야

    오케이
  10. 나는

    10등이다이야기는 무서웠다잼있었고 나중에 또 보고 싶었다
  11. 11등

    항상 즐겁게보고갑니당~~
  12. 전 왜자꾸 '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였을거다. 내겐 보이지 않았던 그 아이는……'

    이 대목이 택시기사가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는것이라고 말하는것같죠......
  13. 비록 유령이지만

    그래도 아이는 아이인지라 밤에 혼자 있기 무서워 쥔공이 어디 가지 못하게 하려고 차단기 안 올라가게 필사적으로 매달려있었던게 아닐지. 뭐 ㅏ님 말고.
  14. 크라이네

    한밤중에 택시에 탄 남자 두명이 차단기가 올라가는 걸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하니...좀 으시시해지는 것 같네여 .. ㅎㅎ
  15. 택시기사

    그렇게 미터기의 돈은 올라갑니다
  16. asds

    영업수완 쩐다 ㅋㅋㅋㅋ
  17. 아진짜 왜 눈치를 못채요...

    마지막에 아마도 이세상사람이 아니였을것이다 내겐 보이지 않았던 그 아이.. 이뜻 모르겠음???? 택시기사에게는 그아이가 보엿잖아요 그러니까 택시기사도 귀신이라는 거죠
    1. 다 알아요 ㅇ아는척 하지마세요 괜히 와서 잘난체임;;
    2. 소년

      무슨소린지.. 전혀 택시기사가 귀신이라고 연결이 안돼는것 같은데..?
    3. 소년

      택시기사가 귀신을 볼수있어 귀신이다 라고 말씀하시는거 같은
  18. 느금마

  19. 세라~

    무섭당?! 그래도 별 이건 무섭지않은편 이데요? 와~~오늘이제 내가5학년 되는해다(2012년)ㅋㅋgngn
  20. 무서운이야기 사랑함

    그아이 불쌍하다 차단기에 무슨 한이나 미련이있어서 못가나봐...그래도 안보이는게 다행이네 ㅋㅋ
  21. 초승달

    아 반전이 아니였어 ㅜㅜ

    "아까 어떤 남자가 칼을 가지고 몰래 지켜보고 있었어" 라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