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저는 입시를 치르기 위해 일본에 가 있었습니다.
날짜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12월 19일 새벽.
입시는 이틀간 계속되는 일정이었고, 19일은 그 두 번째 날이었습니다.
전날의 소논문(한국으로 말하자면 논술)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불안감은 극도에 달해있었고, 결국 우황청심환을 마시고서야 제대로 잠이 든 참이었습니다.
당시는 꿈이란 것도 몰랐지만 꿈속에서 숙모님이 나오셨습니다.
꿈속의 배경은 여름 낮이었고, 저는 평상에 누워 있었죠.
숙모님이 옆을 지나가시기에 저는 몸을 반쯤 일으키며 물었습니다.
"숙모, 어디 가세요?"
"니도 올래?"
보나마나 하릴없이 뒹굴 거리고 있었을 게 뻔해서 꿈속의 저는 숙모를 따라가기 위해 급히 평상에서 내려오려 했고, 그러다 아차 하는 사이에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눈에서 불이 번쩍하며 순식간에 주위가 검게 변하더군요.
네, 전 실제로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잠에서 깬 것이었습니다.
우스운 상황이었지만 어디를 어떻게 부딪쳤는지 눈물 나게 아프더군요. 어디 삐끗하기라도 한 건 아닌지, 내일 시험은 치를 수 있을지……. 별 걱정을 다 하며 일단은 계속 자기로 하고 침대에 기어 올라가 잠을 청했습니다.
꿈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시 여름 낮, 저는 평상에 누워 있었죠.
아까워 같이 누워 있는 제게 숙모님이 다가오셨습니다. 또 어딘가 가시려는 모습이었죠. 저는 꿈속에서도 아까 떨어져 부딪힌 곳이 아팠지만, 그것은 평상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숙모, 저 아까 숙모 따라가려다가 굴렀어요, 아파요."
"조심하지 그랬노. 이리 온나!"
네, 하고 대답한 저는 이번엔 평상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내려왔습니다. 마당을 조금 걸어 대문 앞에 도착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문이 눈앞에서 사라지더군요. 저는 순식간에 벽으로 변해버린 그 앞을 더듬어가며 다른 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또 다른 문 하나는 손을 뻗으면 닿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문고리를 찾은 저는 그것을 잡아당겼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밀어보니 문이 열리긴 했지만, 무슨 일인지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로밖에 열리지 않는 겁니다.
저는 답답해서 문을 힘껏 밀어보았지만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습니다. 숙모는 한 마디도 말씀하시지 않고 뒤에 서 계셨지만, 왠지 절 재촉하는 느낌이 전해져 왔습니다. 전 울상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숙모, 이 문 안 열리는데요……."
숙모는 그런 절 빤히 바라보시다가 말씀하셨습니다.
"마 됐다."
예? 하는 사이 숙모는 몸을 돌리셨습니다. 웬걸, 그러자 그 앞에 흰 문 하나가 부옇게 나타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숙모는 그 문으로 휑하니 나가 버리셨고, 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가 다른 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찬바람이 느껴지더군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왜 한여름 낮인데 주변이 이렇게 어둡고 추운지,
왜 나는 눈으로 보지 않고 손으로 더듬어서 문을 찾고 있는 건지…….
순간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더듬고 있던 건 방 벽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열고 나가려 밀어대던 것은 창문이었습니다.
안전장치 때문에 더 이상 열리지 않았던 것이죠.
그때 제가 묵고 있던 방은 8층에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하신 숙모님이 왜 꿈에 나와서 가자고 하셨는지 걱정이 되어, 아침에 전화로 안부를 여쭙고 갔지요. 다행히 숙모는 건강하셨기에 제 걱정은 기우로 판명이 났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친구들과 농담조로 그때 떨어졌으면 분명 신문에선 '한국인 유학생, 입시를 비관해 자살' 이런 식으로 기사를 썼을 거라며 웃고 말지만, 그땐 정말로 섬뜩한 경험이었습니다.
[투고] 향님
김치볶음밥
꿈에서는 아는사람도 믿으면 안되려나요-
김치볶음밥
자주 들르지만 첫댓글은 처음입니다!
낭천이
링고쥬쓰
낭만이
귀신중의 상귀신...세뱃돈귀신들이랍니다.ㅠㅠ
나이트메어
와사비초코
꼬북꼬북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
고로 님은 3등
물논
J
무섭다
독빵
으아아아
코카콜라
zzz
꽤 섬뜩하네요ㅋ
ㅎㅎㅎ
닭님
뒤에 이어지는 썰이 매우 오싹하군요..
잘 읽고 갑니다! 더링님은 참 부지런하신거같아요~
전자캐드
메롱
올만에 글올라와서 왓는ㄷ ㅔㅠㅠ
아나임 ㅠ 리쌍록 망하구 울적함
슬락
몽유병이라지만 현실이랑 맞물리면서 정말 섬뜩하네요;ㅅ;
졸린곰돌
연속으로 같은 꿈을 꾼걸 보니 귀신이 투고자님을 데려가려고 한듯?! ㅠㅠ
B
정말 오싹한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헐..?!
작은절망
생각하는갈대
전 처음에는 기절하는 수준이지만 여러번 겪고 나니까
익숙하더라고요.
아 그런데 진짜 짜증나게 왜 영어에 오타 생기냐고.
제기랄.
히히
보나마나 하릴없이<< 가 아니라 보나마나 할일없이
아까워 같이 누워 있는<< 여기서는 아까워가 아니라 아까와 같이 누워 있는< 이 맞는 거 같아요 ㅎㅎ
류크
히히
검색해봤는데 할일없이는 하릴없이의 북한말이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엥?
우리나라에서는 하릴없다라는 건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또는 '조금도 틀림이 없다' 라는 뜻이니깐
여기서는 틀린게 아닐까요?
히히
뭐가 맞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더륑님의팬클럽회장을먹은희소냐라고불리고싶은인간
빙그레녀
너무
ㅋ흐흙
무섭네요;;;
언놈인거야!!!
귀신들 사이에도 사칭이 문제인건가;;; (응?;;)
뜬금없지만 1등하신분 닉넴 보니 김치볶음밥이 확 먹고 싶다는;;
...
파랑
문 닫아라 춥다
twilight
역시 꿈 얘기가 무섭긴 무서운듯
저도 되게 소름끼쳤던 꿈을 많이 꿔봤거든요.
귀신이 숙모님으로 둔갑해서 데려 갈려던 건??!!
피모가지
ㅇ오
도깨비나 저승사자...
산소
전설의뮤지션GHK
원하는 곳에 꼭 합격하시길 바래요! 화이또!!!!
금빛고양이
데려가려다가 자꾸 도태되니 포기하고 갔나 봐요.
시험은 잘 보셨나요?
Pebble
별난 떡볶이
뻘짓에 어이가 없었을 뿐이고
향
물으신 분이 계셔서 말하자면 저 날 시험은 완전 망했고 재수해서 이번에 붙었습니다 ㅋㅋ
twilight
붙으신거 축하드려요!!
낭천이
동창중에 와세다대학 간애가 한명 있어요 ㅋ
1월말에 일본갔다오려 하는데 숙모귀신 조심해야겠군요?
히히
검색창에 뿡
ㅠㅠ
gks0726
물논
물논
근데 이런 생각을 하니 더 무섭네요...(밖에 망치소리)
우라질레이션스
뭐지 저 귀신?
생각하는갈대
사람생각:기독교:귀신은 사탄, 악마.불교:사악한 무리다. 불도수행을 방해하는...일반인(무교):헛것이다.
기 허한 사람에게 보이는 잔상에 불과해!
사람
귀신중에 선한 귀신도 있지 않습니까...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귀신
한이 맺힌 귀신
등..
그래도 귀신보다는 영혼은 있다고 믿쑵니다.
송준의는 미소년
비밀방문자
비밀방문자
윌 스미스
seimei
Horla
나도
OldDoll
빵꾸
집행인
로보
정시우
청솔 아파트102동 203호!!!!!!!!!!!!!
산소
달마제자
베이스에게
2ch어비스도 안올라오던데 인생의 낙이 사라졌어 ㅠㅠ
산소
베이스에게
근데 확실하다고 밝혀진게 아니라서
떠벌리고 다니기 좀 그래서요 ㅋㅋ
(수정)
사실이었군요! 그래도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두분다.
머링
사람
더링은 미소년이다
더링은 미소년이다
더링은 미소년이다
더링은 미소년이다
더링은 미소년이다
더링은 미소년이다
더링은 미소년이다
이정도 도배했으면 됐죠?
빨리 올려주세요...ㅜㅜ
비밀방문자
beartrice
잠수
사람
하긴 뭐 더링님 맘이긴 하지만....
그날밤
해피엔딩 ~
정시우
달마제자
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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