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425화 - 저승 가는 길

저희 누나가 겪은 일입니다.

7년 전, 2003년 6월.
아버지께서 폐가 좋지 않아 지방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되었습니다.
가족들 모두 폐암이라 생각하고 눈물로 보내야 했습니다.

아버지께선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는데, 앙상하게 마르시고 피부색이 검게 변해서 같은 병실 환자들도 병이라도 옮길까봐 말을 걸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22살이었던 누나는 시골에서 갓 상경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아버지를 병간호하고 정성스럽게 보살폈습니다.

하루에 4시간도 잘 수가 없었지만, 누나는 피곤함도 잊고 열흘 동안 아버지 곁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은 차도가 없었고, 누나가 열흘 동안 있는 사이에 말기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두 명이나 병원 창문에서 투신자살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피곤했던 터라 아버지 옆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누워계시던 아버지가 일어나셔서 어딘가 같이 가자고 하셨답니다. 누나는 아버지 몸이 괜찮아지신 줄 알고 따라갔는데, 서울에 계신 고모들과 돌아가셨던 할머니까지 한자리에 모여서 한상 크게 차려놓고 식사를 하고 계셨답니다.

얼떨결에 분위기에 휩쓸려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할머니랑 아버지가 사라지셨답니다. 누나는 그 와중에도 두 시간마다 받는 검사가 생각나서 시계를 보고는 검사시간을 맞춰 아버지를 모시러 가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밥 먹다가 식당을 나가 한참을 달렸는데, 안개가 가득한 언덕이 보이더랍니다. 언덕과 들판은 시든 것처럼 맥없어 보이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언덕을 가로질러 길고 구불구불한 길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구불구불한 길옆에 강이 하나있었다고 합니다.

누나는 언덕 위에서 아버지를 찾으려고 내려다보는데 그 구불구불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띄엄띄엄 한 사람씩 어딘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게 보였답니다. 마치 점이 찍힌 것처럼…….

한참을 두리번거리는데 뒤쪽에서 아무 표정 없이 할머니와 아버지가 그 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생생한 것은 할머니는 검정색 원피스를 입으셨고 아버지는 바지는 검정색 정장바지 윗옷은 하얀 와이셔츠를 입었다고 기억합니다.

누나는 급히 뛰어가서 아버지께 검사하러 가야된다고 했고, 아버지께선 검사를 받으러 갈 테니, 할머니를 대신 모셔다 드리라 하셨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검사받으시러 어디론가 가시고 누나는 할머니 뒤를 따라 그 길을 계속 걸었답니다. 한참을 걷다 문득 시계를 보고 아버지께 가야될 것 같아 할머니를 부르려는데 뒷모습이 친할머니가 아니었답니다. 왠지 어색하지만 낯설지는 않는 모습이었지만, 누군지는 몰라서 할머니를 향해 지금은 너무 늦어서 모셔다 드리기 어려우니 다음에 데려다드리겠다고 하고는 도망쳤다고 합니다.

(누나가 꿈속에서 시계를 확인한 시각은 저녁9시였고, 언덕길로 인해 시골길이라 착각했는지 버스시간이 늦어 지금은 갈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골은 버스가 도시와는 다르게 저녁9시가 되면 막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윽고 누나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30분 정도 잠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누나가 꿈을 꾸었던 날, 아버지는 차도가 안 생겨 투약하는 약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바꾸었던 날이었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버지는 폐암이 아닌 폐염증으로 판명되고 손바닥만 한 폐에서 종기 9개가 나왔고 고름을 뽑아내니 사이다병으로 2병이나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일주일 만에 퇴원하셨습니다.

한 달 후 쯤, 누나는 건강을 회복하신 아버지와 읍에 갔다 오는 길이었습니다. 평소로 다르게 산을 넘어서 오는데, 묘하게 낯익은 것이……. 한 달 전 병원에서 꾼 꿈에 나왔던 언덕이었던 것입니다.

꿈에서 본 구불구불한 길은 해남 미황사에서 땅 끝 방향으로 가는 길이며, 그 길 끝에는 조상을 모시는 선산이었습니다. 그리고 꿈에서 본 길 옆 강은 저수지였는데, 혜원저수지라고 저수지 중앙에 섬이 하나있는 특이한 저수지입니다.

그리고 그 날 밤. 누나가 피곤해서 바로 드러누웠는데 평소에는 잘 보지도 않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시골집에 어르신 초상화나 사진이 액자에 끼워져 벽에 걸려있는데 누나는 사진을 보고 소름끼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사진은 증조할머니 사진이었는데, 꿈에서 할머니인줄알고 따라갔다가 본 그 할머니가 바로 증조할머니였던 것입니다.

손자(그러니까 저희 아버지)를 데리러 와서 손잡고 함께 선산으로 가는 걸 누나가 말린 것입니다.

7년 전 이야기이지만, 부모님 일손 도우러 그곳을 지날 때면 아직도 소름이 끼칩니다.

[투고] 소똥벌레님
  1. 하야늘

    선리플 후감상 처음으로 일등해보내요. 어째꺼나 오랜만에 업데이트!
  2. 신기전

    오늘 입대하는데 새 글을 보게 돼서 좋네요. ^^
    앞으로도 종종 들리겠습니다. ㅎㅎ
    1. 아이젠

      몸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__)
    2. 토페마

      지금쯤이면 이미 논산이나 306이나 102 가실 시간...

      잘 다녀오시길 ㅠ
  3. 후달달

    왜 늘 조상은 돌려보내지는 못할망정 같이 가자고 그러는 걸까요?--;;
    1. 배고프당

      동감요..

      조상 뿐만 아니라 친척, 친구들도
      같이가자고 하고.. -.-;;
      이모나 고모.. 할머니나 할아버지.. ㅠㅠ
      아빠엄마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2. 그렇지만

      조상이 저승으로 오려는 후손을 말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조상을 사칭한 악마거나 조상이 못 됐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4. ㄷㄷㄷ

    오랜만에 업이네요 ~감사
  5. winnie

    꺄-소름 쫙.
    오랜만의 업뎃 반가워요!
  6. 와~

    매일매일 들어왔는데 드뎌 업데이트! ㅎ 왜 조상님들은 보통 데려가시려는 쪽일까요- - ;;;지켜주시지..
    1. 빙그레녀

      그러게요ㅋㅋ 조상님의 법칙이라거나..거나..거나..
  7. 비공개

    지금이 2010년이고,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라면 2003년이 아닐까요...?
  8. 은근팬

    넘 오랜만이네요. 감사!!
  9. 2

    효녀다^^
  10. Eternal

    오 누님이 아버지를 구하셨군요, 다행이네요;ㅂ; 누님 장하십니다
  11. b~B

    섬뜻하다...
  12. 히히

    으..무섭네요 ㅠ.ㅠ....
  13. 무섭네요;;;

    내용도 무섭고 분명 들어올땐 댓글이 없었는데 읽는 사이에 이렇게 좌라락 달리다니;;;
    둘다 무섭습니다;;;;
    그래도 윗분 말씀대로 누나분이 구해내셨군요
    아버지도 구하고 본인도 구하셨어요
    장하십니다
  14. 사람

    더링은 미소년이다!!!!!!!!!!!!!!!!!!
    엉엉 드디어 나왔다.....
    그런데 이제는 무서운 이야기 면역이 생겼나...
    안무서워...ㅠㅠ
  15. 어머!

    아늬 언제 올라왔죠. 올라온 거 보고 엄훠나 세상에 하며 급히 들어왔어요. ㅠㅠㅠ
  16. 소녀오알

    와 드디어 업뎃이!!!
    더링님 설날 떡국 많이 드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업뎃 좀 제발!!!!!!!!!!!!!!!!ㅎㅎ
  17. Kmc_A3

    으헛 올라왔다 ㅇㅅㅇ
    그나저나 아버님 다행이시군요.
  18. ㅁㄴㅇㄹ

    아ㅠㅠㅠㅠㅠㅠ젠장 어제중간에끄는게아니엿는데
  19. 뇽배어부바

    아버님 다행..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20. 긔엽긔는 거꾸로하면 긔엽긔

    그리고 그 증조할머니는 길을 잃었다는 소문이 ...
    1. 소주 만병만 주소는 거꾸로해도 소주 만병만 주소

      아아아... 할머니 죄송했어요...

      어? 잠깐만 2월 17일이면 검은방3이 나왔을 때가 아닌데...?
  21. 산소

    고름을 사이다병에 담은건가... 만약에 의사나 간호사가 마셨다면..
  22. 셰이디

    ㅠㅠㅠㅠ올만에 오셨네요!
    이번편도 소름이 쫘-악~!!
  23. ㅋㅋ

    ㅠㅠ짱이네요 ㅋㅋ
  24. 추오꾼

    오오옷~! 새로운 글이 올라왔네요.
    실화괴담을 처음부터 읽다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5. Ja

    무섭습니다.;;
  26. 작은절망

    오랜만에 업데이트!!!

    그나저나 읽고나니깐 갑자기 소름이 돋아버리네요 아침부터 ㅜㅜ
  27. ㅋ흐흙

    무서버
  28. 피모가지

    이야기가...훈훈하네요
  29. dtd

    중환자실에서 보호자가 간병 못하는데;;;
    중환자실이 아니라 준중환자실아닌가여?
  30. 내가왜~

    아진짜무서워웜
  31. 갈섹푸들

    오호!! 드디어 올라왔다!!
    흠냐... 그러면 그강은 저승을 흐르는 강!! 삼도천인가? 황도천인가?
    정말 재밌게 잘보고 갑ㄴ;디
  32. 디맨

    저승 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서양 가릴것이 강이 꼭 등장하는군요.
    이번 이야기도 좀 다르긴해도 강이...물에서 생명이 테어났어니 돌아갈때도
    물을 건너서 간다이건가?!
    아니면 몸속에 베여 있는 조상들의 유전적인 각인?!
    1. 글쎄요...

      이승에서 강건너면 저승인 경우고 많죠. 옛 사람들 기준으로는 거대한 강은 건너기 힘드니까 그 건너편엔 저승이 있을거라고 생각한지도... 바다건너에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절벽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던것처럼
  33. 비데괴담

    실화괴담은언제나좋네요
  34. 영춘권

    헐..제 실화인데 정말 올라오게 되엇네요.
    편집도 좀 되었는데 정확히는 제가 작년에 쓴거라 거기에 7년..2002년이구요.
    실제 격은것은 6월 월드컵때입니다.
    투신자살또한 사실이되 길거리 응원하며 축제일때 일어났던 사고입니다.
    아무튼 글이 올라온게 신기하기만 하네요.몇가지 신기한 일을 적엇는데 제차 올려봐야겠어요.
  35. 달마제자

    이야~~ 누나분께서 아버지를 저승길가는길 막았네요... 잘했네요... 만약에 아버지가 따라갔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36. 또치뇬

    올만에 업글됬네욕
    뭐 화끈한게 안올라오네 도시괴담 사랑
  37. seimei

    이거 진짜 무섭네요...
    근데 왜 잘 사는 손자를 데려가시려는건지...
  38. 폭풍설사단장

    소름끼친다;
  39. LYS

    조상님이 도와주신게 아닐까요!!!!!?
  40. 국산돼지

    후달달님 다 그렇진 않더라구요.
    실제로 저희 어머님께선 꿈에 저희 친할머니께서 나오셔서
    저승사자에게서 벗어났고
    이틀 후에 다리만 다치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셨거든요.
  41. -

    사 .. 사일런트힐!
  42. 흐억

    와 읽고 있는데 소름이 ~.~
  43. 여기서 질문

    왜 증조모와 아버지가 검은 양복을 입었을까요? 왜냐하면 유가儒家에서 검은 색은 제사에 입는 옷이고 장례식에는 흰 색이 어울린다고 합니다. 마땅히 하얀 한복을 입어야지, 왜 검은 양복? 설마 저승도 서구화되었나?
  44. 지나가다가

    제생각은 조상님이 도와주신거 같아요 크게 한상 차려놓고 식사를 하셨죠 조상님을 기리고 자손들 돌봐달라고 제사를 지내잖아요 아버님께서 병이 드셨지만 살려줄려고 오셨고 보답상을 받으신거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누나에게 대신 바래다 드리라고 하셨죠 강제로 데려가려던 상황이 아니라 어르신 가는길 배웅해드리고계셨던걸로 보이구요 완쾌하시고 실제로 서산쪽에 가신건 예지몽도섞인걸로 조상님이 돌봐주셔서 완쾌되실걸 예지몽으로 꾸신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