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교 때의 일로 기억됩니다.
[글쎄, 아주 새 건데 이런걸 누가 버렸네, 아깝게] 퇴근길에 아버지가 예쁜 공구함 하나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아버지가 들고 오신 물건은 한눈에도 잘 마른 나무로 곱게 깎인 아주 모양 좋은 나무공구함이었습니다. 평소에 남이 버린 물건 주워 쓰는걸 못마땅해 하시는 성격의 아버지셨지만 새것과도 같은 그 정갈한 모양새에 마음이 끌리셨던지 선뜻 길에 버려진 걸 주워 오신 겁니다.
집에 있던 때에 절은 공구함에 비해 색깔이고 결이고 나무랄 데 없는 그 작은 상자가 우리도 마음에 들어 동생과 나는 들여다보고 공구를 끌어다 넣어보며 한동안 쓰다듬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밤에 그렇게 눈을 반짝이며 놀던 동생이 아침부터 식은땀을 흘리며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한겁니다. 병원에 데려가면 열을 내린 뒤 별말 없이 감기약정도만 쥐어주고 보내고 집에 오면 또 고열에 시달리고... 이틀을 그렇게 앓던 동생을 보던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혹시...]하며 아버지를 쳐다보셨습니다.
그때 엄마는 동생이 느닷없이 아프기 시작한 날이 바로 아버지가 공구함을 들고 오신 날과 일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별로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밑지는 기분으로 엄마와 아버지는 공구함을 앞마당으로 끌어내려 성냥을 그었습니다. 그때 저도, 그리고 우리 집 검둥이도 모두들 그 장면을 지켜봤고 저는 지금도 가끔 그 장면을 떠올립니다.
공구함은 잘 마른 나무답게 불을 지핀지 얼마 되지 않아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캠프파이어를 해보신 분들이 계실 테니 장작의 타는 모양새를 잘 아시겠지만, 붉은 혀로 묘사될 만큼 불꽃의 색깔은 밝은 오렌지 빛을 띠고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살랑거리는 게 보통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나무상자에서 나오는 불꽃은 그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본 적이 없는 묘한 모습이었습니다.
불꽃은 섬뜩하리만치 푸른 빛깔을 내며 2층 건물만큼의 높이로 치솟았고 칼 모양의 날카로운 모양으로 바람이 분명 부는데도 전혀 불꽃의 미동 없이 하늘로만 뾰족하게 치솟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짐승의 소리 같은 알 수없는 비명음. 평소에 순했던 검둥이가 불꽃을 주시하며 제 뒤에 몸을 숨긴 채 미친 듯이 짖어댄 것 까지...
그리고 그 공구함을 태운 이후.
모든 게 기괴했던 그 순간이 지나고 동생은 정말 거짓말처럼 말짱해졌습니다. 또한 그 일이 있은 후로 저는 길에 버려진 물건은 절대 줍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같이 따라오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투고] 무서버님
Sensui
이런 도대체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릿
에프랑지아
제니
쿠마
자하
옮겨간 게 아닐까 해요. 움.
그래서 전 자연물이 싫다니까요. 콘크리트, 시멘트, 플라스틱같은 가공물이 좋아요;;;
안졸려
검은머리소녀
Silver
무서버
귀신의 존재를 믿게된 최초의 사건이었는데
진짜 궁금한건 손때 하나 묻지 않았던 그 공구함은 대체 누가 만들고 누가 버렸나 하는 겁니다
누군가 소유했던 흔적이 전혀 없었거든요
thering
릿님| 불에 타는 걸 생각하니 문득 불꽃놀이가 생각납니다. 10월 9일이랑 10월 16일은 서울시에 매년마다 하는 [국제 불꽃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저도 매년 갔던 터라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죠.+_+
에프랑지아님| 저도 옛날부터 땅에서 많이 줍기를 잘 했는데 요샌 정신이 어따 팔아먹었는지 맨날 땅에 흘리고 다닙니다. 저번에 열몇번 남은 정기권을 잃어버렸었죠.ㅜ.ㅜ
thering
쿠마님| 사실 도구함이 아니라 귀신함였던 것입니다. 부제는 [귀신은 공구함을 타고~] 로 슥슥.
자하님| 백귀야행에서도 나무로 만든 장농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나무가 불타서 얼굴이 망가졌으니 시집을 못간다는 얘기였는데, 결국 나무를 깍아서 얼굴이 이뻤다는 얘길 보고 귀신계에서도 성형수술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Snakecharmer
흑..앖으로는 조심해야겠군요..
thering
검은머리소녀님| 왠지 만화 [백귀야행]이나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이 생각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그 공구함엔 무엇이 실려왔던 걸까요? 옛날같으면 역신이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다.
Silver님| 정말 투고하신 분이 마지막에 쓰신 대사. 잠밤기 멤버들이 출연해서 짤막한 극으로 만들어서 마지막에 투고자 분이 나레이션으로 깔아주시면 최고일 것 같습니다.-_-b
박세나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아끼던 사람이 슬프게울면
저승으로 쉽게 갈수가 없대요,
죽어서도, 사랑은 가슴에 남기 때문일까요....
암튼 이야기 무지 무서웠어요,
이만자야게따 -0-
새벽두시에 이러고있는
고3,,섬뜩하지않아요?
((성적표위조 잘하시는분 -0-));;
박세나
thering
Snakecharmer님| 야옹이 인형! 귀여웠을 것 같습니다.>_< 저번에[좀 된 일이지만] 길가에 새끼 고양이를 봤는데 집안에서 키울 수 없어서 아쉽게도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아쉽네요.ㅜ.ㅜ
박세나님| 박세나님 덧글을 읽고나니. 무섭게만 느껴지던 이야기가 왠지 애절하게 느껴집니다.@_@ 그나저나 수능이 얼마 남지 않으신 것 같은데,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힘내세요~!!![참고로 전 성적표를 부모님께 거의 안 보여드렸죠...]
Red Poppy
지렁이
요즘엔 벼룩시장같은데서 중고로 파는 물건도 있으니..
중고 사기가 겁난다~~ 우엥~~
snakecharmer
그리고 저두 길거리에 버려저있는 동물을볼때마다 가슴이아파요...이런..
저머에 차에치인 고양이 시쳬를 봤는데..우억..뇌수가..
엄아도 놀래서 차를 아예 u 턴 해서 돌아갔죠..ㅠ_ㅠ..
여긴 동물귀신이 만을거갔아요...
비둘기 귀신, 너구리 귀신, 스컹크 귀신, 다람쥐 귀신..등등..-_=
thering
지렁이님| 그래도 저같이 빈곤신이 강림해서 현실이 눈 앞에 있는 사람이라면 괘이치 않고 덥썩덥썩 가져올 것 같습니다. 우후후...
snakecharmer님| 저런! 깜짝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ㅜ.ㅡ 그나저나 스컹크 귀신이라니 왠지 웃깁니다. 큭큭... 하지만 나타나면 민폐.@_@
mist
"나무 공동구매함" 으로 생각했다는..-_-;;
Red Poppy
thering
Red Poppy님| 옷! 王자! 그렇다면 임금님의 힘으로 악귀를 쫒아내는 걸까요?[흑흑 저 계속 玉자로 찾았어요;;]
Snakecharmer
thering
이름없는 자
저두 비슷한 일이 있었어용 저희 언니가 어느날 길에서 농구공이랑 옷을 주워왔지머에요-_-;; 이게 모냐 해떠니 멀쩡한데 버려졌길래 주어왔어 새거같지 이러는데 왠지 찝찝했죠 성격상 저희 언니는 아무리 새거라도 버려진거면 주워오는 성격이 아닌데 말이죠-_- 머 별일이야 있겠냐 싶었는데
어느날부터 저희집 강아지가 화장실만 보면 짖는겁니다-ㅅ-; 낑낑대구..
용변을 화장실에서 보던 우리 강아지가 화장실 근처에만 가면 짖더니
화장실에다 쉬아를 안하고 방에다 쉬아를 하기 시작하더군요-ㅅ-;;;
혼내고 그랫어도 소용이 없길래 혹시..하는 생각에 농구공이랑 옷을 제가 언니한테 버리자고 해서 버렸는데 그뒤로 그런일이 없었지요-ㅅ-;;
thering
Snakecharmer
다른사람 방귀라니...역시 가스배출에도 dna 가 있는..
thering
Snakecharmer
한원
무한대의 귀신이 방귀를 낄때마다 조금씩나가면 ;;
설마,, 우주까지;; (엄청난 상상력 발휘 ;;)
클린;)
wen9360
취조반장ㅡㅡ+
좀더 오래뒀다면 동생분의 건강이 훨씬 더 악화 됐을지도..
Archer
명탐정
아마란스
운명
저승가이드
엠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