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87화 - 나무 공구함

초등 학교 때의 일로 기억됩니다.

[글쎄, 아주 새 건데 이런걸 누가 버렸네, 아깝게] 퇴근길에 아버지가 예쁜 공구함 하나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아버지가 들고 오신 물건은 한눈에도 잘 마른 나무로 곱게 깎인 아주 모양 좋은 나무공구함이었습니다. 평소에 남이 버린 물건 주워 쓰는걸 못마땅해 하시는 성격의 아버지셨지만 새것과도 같은 그 정갈한 모양새에 마음이 끌리셨던지 선뜻 길에 버려진 걸 주워 오신 겁니다.

집에 있던 때에 절은 공구함에 비해 색깔이고 결이고 나무랄 데 없는 그 작은 상자가 우리도 마음에 들어 동생과 나는 들여다보고 공구를 끌어다 넣어보며 한동안 쓰다듬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밤에 그렇게 눈을 반짝이며 놀던 동생이 아침부터 식은땀을 흘리며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한겁니다. 병원에 데려가면 열을 내린 뒤 별말 없이 감기약정도만 쥐어주고 보내고 집에 오면 또 고열에 시달리고... 이틀을 그렇게 앓던 동생을 보던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혹시...]하며 아버지를 쳐다보셨습니다.

그때 엄마는 동생이 느닷없이 아프기 시작한 날이 바로 아버지가 공구함을 들고 오신 날과 일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별로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밑지는 기분으로 엄마와 아버지는 공구함을 앞마당으로 끌어내려 성냥을 그었습니다. 그때 저도, 그리고 우리 집 검둥이도 모두들 그 장면을 지켜봤고 저는 지금도 가끔 그 장면을 떠올립니다.

공구함은 잘 마른 나무답게 불을 지핀지 얼마 되지 않아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캠프파이어를 해보신 분들이 계실 테니 장작의 타는 모양새를 잘 아시겠지만, 붉은 혀로 묘사될 만큼 불꽃의 색깔은 밝은 오렌지 빛을 띠고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살랑거리는 게 보통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나무상자에서 나오는 불꽃은 그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본 적이 없는 묘한 모습이었습니다.

불꽃은 섬뜩하리만치 푸른 빛깔을 내며 2층 건물만큼의 높이로 치솟았고 칼 모양의 날카로운 모양으로 바람이 분명 부는데도 전혀 불꽃의 미동 없이 하늘로만 뾰족하게 치솟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짐승의 소리 같은 알 수없는 비명음. 평소에 순했던 검둥이가 불꽃을 주시하며 제 뒤에 몸을 숨긴 채 미친 듯이 짖어댄 것 까지...

그리고 그 공구함을 태운 이후.

모든 게 기괴했던 그 순간이 지나고 동생은 정말 거짓말처럼 말짱해졌습니다. 또한 그 일이 있은 후로 저는 길에 버려진 물건은 절대 줍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같이 따라오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투고] 무서버님
  1. Sensui

    흐미 공구함에도 달라 붙는군요.;;

    이런 도대체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2. 릿

    상상하니..무섭네;ㅜ_ㅜ
  3. 에프랑지아

    가끔 뭔가 주워오기도 했는데 이젠 그것도 하면 안되겠군요(...)
  4. 제니

    푸른빛깔 불... 짐승소리.. 아아 무서워요..ㅠ_ㅠ
  5. 쿠마

    귀신 제대로 씌인 공구함이군요 -_-
  6. 자하

    멋대로 상상해보자면... 나무에 붙어있던 귀신이 그 나무로 공구함을 만들면서
    옮겨간 게 아닐까 해요. 움.

    그래서 전 자연물이 싫다니까요. 콘크리트, 시멘트, 플라스틱같은 가공물이 좋아요;;;
  7. 안졸려

    세탁기, 테이블, 책장, 냉장고는 중고센터에서, 작은 암갈색 나무탁자는 동네 골목에서 주워온 저는 어쩌라구요~ 방안 가득 귀신들이 득시글거리는데 둔해서 모르는걸까요 아~ 이놈의 중고인생~ ㅜㅜ
  8. 검은머리소녀

    그 공구함에 많은 사연이 있나보네요...원래 밖에 버려진 물건은 집으로 들이는게 아니라고 들었는데...물건을 쓰던 사람의 한...그 집안의 귀신등이 붙어서 같이 들여진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9. Silver

    마지막 말이 참 섬뜩하네요... -ㄴ-;
  10. 무서버

    흠칫....했습니다 나무공구...까지 읽다가 다시보니 제글이어서 말이죠^^
    귀신의 존재를 믿게된 최초의 사건이었는데
    진짜 궁금한건 손때 하나 묻지 않았던 그 공구함은 대체 누가 만들고 누가 버렸나 하는 겁니다
    누군가 소유했던 흔적이 전혀 없었거든요
  11. thering

    Sensui님| 그래도 공구함이라서 다행입니다. 만약 매일쓰는 컴퓨터에 귀신이 달라붙는다면 끔찍하겠죠. 아니 달리 생각하면 귀신이 괴담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더더욱 효과만점일 것 같습니다. ...사실 여태까지 숨겨왔지만 제가 귀신입니다.[두둥~! 썰렁반전]

    릿님| 불에 타는 걸 생각하니 문득 불꽃놀이가 생각납니다. 10월 9일이랑 10월 16일은 서울시에 매년마다 하는 [국제 불꽃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저도 매년 갔던 터라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죠.+_+

    에프랑지아님| 저도 옛날부터 땅에서 많이 줍기를 잘 했는데 요샌 정신이 어따 팔아먹었는지 맨날 땅에 흘리고 다닙니다. 저번에 열몇번 남은 정기권을 잃어버렸었죠.ㅜ.ㅜ
  12. thering

    제니님| 왠지 푸른 늑대의 영혼이 실린 공구함이 아니였나 싶습니다만, 생각해보니 푸른 늑대가 있을 리가 없죠. 너무 만화를 많이 보다보니 생물학적 지식이 퇴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쿠마님| 사실 도구함이 아니라 귀신함였던 것입니다. 부제는 [귀신은 공구함을 타고~] 로 슥슥.

    자하님| 백귀야행에서도 나무로 만든 장농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나무가 불타서 얼굴이 망가졌으니 시집을 못간다는 얘기였는데, 결국 나무를 깍아서 얼굴이 이뻤다는 얘길 보고 귀신계에서도 성형수술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13. Snakecharmer

    아니..전 많이 주서왔는데..헉헉..혹시 어렷을때 가위눌린겄이 야옹아 인형!.
    흑..앖으로는 조심해야겠군요..
  14. thering

    안졸려님| 앗앗. 안졸려님 존경스럽습니다. 게으르고 무기력한 저에게선 찾아볼 수 있는 생활력과 알뜰함.+_+ 저도 이제부터 중고의 세계로 뛰어들어 알뜰살뜰하게 살렵니다. 선배님 부탁드립니다.(_ _)

    검은머리소녀님| 왠지 만화 [백귀야행]이나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이 생각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그 공구함엔 무엇이 실려왔던 걸까요? 옛날같으면 역신이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다.

    Silver님| 정말 투고하신 분이 마지막에 쓰신 대사. 잠밤기 멤버들이 출연해서 짤막한 극으로 만들어서 마지막에 투고자 분이 나레이션으로 깔아주시면 최고일 것 같습니다.-_-b
  15. 박세나

    죽은사람은 애착이 강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아끼던 사람이 슬프게울면
    저승으로 쉽게 갈수가 없대요,

    죽어서도, 사랑은 가슴에 남기 때문일까요....

    암튼 이야기 무지 무서웠어요,
    이만자야게따 -0-
    새벽두시에 이러고있는
    고3,,섬뜩하지않아요?
    ((성적표위조 잘하시는분 -0-));;
  16. 박세나

    연락주세요 -0- <<이말을 빼먹었어요;;
  17. thering

    무서버님| 밝혀지는 뜻 밖의 사실. [손 때 하나 묻지 않은 나무 공구함!] 오, 오싹합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물건이었을까요? 그렇다면 혼을 연성할 수 있는 연금술사의 소행!... 죄송합니다. 요새 [강철의 연금술사]에 빠져있어서 말이죠.@_@

    Snakecharmer님| 야옹이 인형! 귀여웠을 것 같습니다.>_< 저번에[좀 된 일이지만] 길가에 새끼 고양이를 봤는데 집안에서 키울 수 없어서 아쉽게도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아쉽네요.ㅜ.ㅜ

    박세나님| 박세나님 덧글을 읽고나니. 무섭게만 느껴지던 이야기가 왠지 애절하게 느껴집니다.@_@ 그나저나 수능이 얼마 남지 않으신 것 같은데,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힘내세요~!!![참고로 전 성적표를 부모님께 거의 안 보여드렸죠...]
  18. Red Poppy

    주워오는 물건에는 한자로 '王'자를 써주면 된다고 합니다.
  19. 지렁이

    겁나서 뭐 주워오기도 힘들겠군요..
    요즘엔 벼룩시장같은데서 중고로 파는 물건도 있으니..
    중고 사기가 겁난다~~ 우엥~~
  20. snakecharmer

    아..야옹히 인형 시간있으면 사진을 보내드리죠..진짜 괴여웠는데. 서울 사촌네 놀러가서 주웠죠.
    그리고 저두 길거리에 버려저있는 동물을볼때마다 가슴이아파요...이런..
    저머에 차에치인 고양이 시쳬를 봤는데..우억..뇌수가..
    엄아도 놀래서 차를 아예 u 턴 해서 돌아갔죠..ㅠ_ㅠ..
    여긴 동물귀신이 만을거갔아요...
    비둘기 귀신, 너구리 귀신, 스컹크 귀신, 다람쥐 귀신..등등..-_=
  21. thering

    Red Poppy님| 오오..옷. 玉자를 쓰면 된다니 신기합니다. 그런데 혹시 그 이유는 아시나요? 한번 玉자에 대해서 연구해봐야겠습니다.+_=

    지렁이님| 그래도 저같이 빈곤신이 강림해서 현실이 눈 앞에 있는 사람이라면 괘이치 않고 덥썩덥썩 가져올 것 같습니다. 우후후...

    snakecharmer님| 저런! 깜짝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ㅜ.ㅡ 그나저나 스컹크 귀신이라니 왠지 웃깁니다. 큭큭... 하지만 나타나면 민폐.@_@
  22. mist

    "나무 공구함"을
    "나무 공동구매함" 으로 생각했다는..-_-;;
  23. Red Poppy

    thering님/ 정확하진 않지만 들은 바로는 '王'자를 주워온 물건에 쓰면 그 물건으로 인한 나쁜 일들이 예방 된다고 합니다. 무속인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내용인가 봅니다. 또 '손 없는 날'에 물건을 들여야 한다고도 하고요. 이건 아시죠? (아, '옥'자가 아니고 '왕'자 입니다.)
  24. thering

    mist님| 이 참에 [나무 공구함]을 공동구매하는 겁니다~! 업자[대체 누군데...]한테 연락해서 슥슥.

    Red Poppy님| 옷! 王자! 그렇다면 임금님의 힘으로 악귀를 &#51922;아내는 걸까요?[흑흑 저 계속 玉자로 찾았어요;;]
  25. Snakecharmer

    호오라..역시 스컹크 귀신이 제일 무섭죠.
  26. thering

    Snakecharmer님| 스컹크 귀신이라고 하니까, 아즈망가의 오사카가 생각납니다. 오사카가 이런 이야기를 하죠. [어느날. 방에 혼자 있는데. ...다른 사람 방귀 냄새가 나는 거야] [친구들: ...무섭겠다]
  27. 이름없는 자

    헉-ㅅ-;; 저는 미신을 좀 마니 믿는 편인데;;
    저두 비슷한 일이 있었어용 저희 언니가 어느날 길에서 농구공이랑 옷을 주워왔지머에요-_-;; 이게 모냐 해떠니 멀쩡한데 버려졌길래 주어왔어 새거같지 이러는데 왠지 찝찝했죠 성격상 저희 언니는 아무리 새거라도 버려진거면 주워오는 성격이 아닌데 말이죠-_- 머 별일이야 있겠냐 싶었는데
    어느날부터 저희집 강아지가 화장실만 보면 짖는겁니다-ㅅ-; 낑낑대구..
    용변을 화장실에서 보던 우리 강아지가 화장실 근처에만 가면 짖더니
    화장실에다 쉬아를 안하고 방에다 쉬아를 하기 시작하더군요-ㅅ-;;;
    혼내고 그랫어도 소용이 없길래 혹시..하는 생각에 농구공이랑 옷을 제가 언니한테 버리자고 해서 버렸는데 그뒤로 그런일이 없었지요-ㅅ-;;
  28. thering

    이름없는 자님| 트래블 츄리닝 귀신도 아니고 농구공 귀신! 역시 주어올땐 조심해야 되겠습니다. 혹시 밤마다 그 옷이 사람마냥 움직이는 걸 개가 본 게 아닐까요?
  29. Snakecharmer

    음핫핫...
    다른사람 방귀라니...역시 가스배출에도 dna 가 있는..
  30. thering

    Snakecharmer님| 가스에도 사람들의 혼령이 실려있을 지도 모릅니다. 이름하여 방귀귀신 아니 줄여서 방귀신! ...아, 이런건 좀 역시 아닌 듯.@_@
  31. Snakecharmer

    혼령이 방귀낄때마다 조금씩 나가는게 아닐까요?
  32. 한원

    그 수천,, 아니 수백;;
    무한대의 귀신이 방귀를 낄때마다 조금씩나가면 ;;
    설마,, 우주까지;; (엄청난 상상력 발휘 ;;)
  33. 클린;)

    저도 이쁜 머리끈이라던가, 브로찌(?) 같은 것을 주워오는데..... -_-;;; 그래도 돈은 주워도 되겠죠?
  34. wen9360

    저런것에도 들러붙는군요? - _<
  35. 취조반장ㅡㅡ+

    그나마 그러한 사실을 빨리 발견하게 되어서 다행이네여
    좀더 오래뒀다면 동생분의 건강이 훨씬 더 악화 됐을지도..
  36. Archer

    무섭군요 . . 후우
  37. 명탐정

    무서워서 닉네임도 무서버네요. ㅎ
  38. 아마란스

    오늘의 교훈: 이웃돕기를 활성화하자(귀신이 끌어감[죽어라!])
  39. 운명

    밖에서 주워온 물건에는 귀신이 있다는것이 사실이였군 ..
  40. 저승가이드

    무섭네요..;; ㄷㄷ;;
  41. 엠m

    어떤물건 주워와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젤 무서운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