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십여 년 만에 동창회가 열렸다.

동창회란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을 볼 수 있어서 기대되는 자리이지만, 이번엔 더더욱 그러했다.
졸업 후 친구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던 A가 동창회를 주최했기 때문이다.
연락이 끊겨서 제대로 된 근황을 아는 사람이 없었고 등산가서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약속 장소에 가보니 학창시절에 A랑 그나마 친했던 10명 정도 모였다.
A는 없었다.
A의 이름을 빌린 누군가가 동창회를 연 것인가.
하지만 그 중에는 자기가 동창회를 열었던 사람은 없었다.
이유가 어쨌건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를 보니 반가워 주최가 누구인지는 금세 잊어버렸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군가 들어왔다.
A였다.

모두들 놀란 눈치다.
A는 으쓱하며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놀래? 귀신이라도 본 눈치야? 라고 응수한다.
외국서 등산하며 살다보니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모임의 주인공이 등장하자 더욱 분위기는 올라간다.
오랜만에 만난 만큼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벌써 자정이 넘었다.

A군이 잠시 돌아온 터라 오늘이 아니면 언제 볼지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다들 2차를 가는 분위기다.

나도 2차에 가고 싶었지만,
와이프가 임신한 상태라 집에 가야만 했다.

"같이 가자. 너도 같이 가야지.ㅎㅎ"

모두들 아쉬운 터라, 특히 A군이 끈질기게 권유했지만 A군의 팔까지 뿌리치며 거절했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내가 걱정되어 서둘러 돌아갔다.

다음 날 A군에서 미안해서 전화해봤는데 연락되지 않는다.
벌써 출국한 모양인가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녀석들도 전화 받지 않는다.

2차에 갔던 친구들 모두.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을까.
나는 그 때, 모두 함께 가야했던 것일까…….
도시괴담의 다른 글
  1. 마법곰

    첫댓글에 실례지만...
    "다음 날 A군에서 미안해서" 오타인가요....? 에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합니다 후다닥
  2. 음흉

    음 나는 산속인가?
  3. 3등

    아니요
    왜 모두 함께 가야함?
    그런덴 빠져나와야지
  4. 후후

    이글의 포인트는 남은 삶이 너무 고달파서 차라리 다른 선택을 바란건가? ㅎ
  5. 토끼

    친구따라 저승간다는 태그 보고 피식^^ ㅋㅋ
  6. 탕면군

    다 같이 가자~ 저승 한바퀴?ㅋㅋㅋ
  7. 이름

    근데 실제로 저런 경험 자주 있지 않나요?
    저러고 나중에 오후에야 일어나서 술마시고 쓰러져서 지금 일어났다고...
    나만 그런가?
    저만 그런가요?
  8. 돼지의여신

    태그 깨알같네요 ㅋㅋㅋㅋㅋㅋ 친구따라저승간다/./
    1. 똥만드는기계

      닉넴 깨알같네요^^ 극사실적으로 본인을 표현한듯 ㅋ
    2. 류원

      똥만드는기계님도요ㅋㅋㅋㅋㅋㅋㅋ
      님을 극사실적으로 잘 표현하신듯
  9. ㄱ-

    아니면 오히려 주인공이 소외된 걸수도...
  10. 울적에

    흠;; 저것도 우정인가
  11. 토끼

    친구따라 피방간다
  12. Platon

    친구들은 디아3 나 블솔을 PC방에서 하다가 핸드폰 배터리들이 다들 떨어진.. ㅋㅋ
    1. ㄴㄴ

      ㅋㅋㅋㅋ 저는 문명나왔을때 어쩌다보니 잠수탄기억 있네요
  13. 앗!

    귀신이 외로웠나 보군요.
  14. 햄짱

    ㅋㅋ 그 친구들도 저승 친구들이었는지, 이승 친구였는데 A와 함께 간 건지... 중요한 건, 역시 와이프가 있어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 ㅋㅋ
  15. ...

    지만 아내잇다고 빠져나왓으니 왕따가됫네요.
    안쓰러워라ㅠㅠㅠ
  16. 세리스 에르네스

    친구 따라 저승간다. ㅋㅋㅋ..나중에 댓글 보고 자각.
  17. 초승달

    a군은 죽었는데 혼자가기 외로워서 데리고간걸지도...
  18. 나도 동창회나갓더니만 나쁜친구는 끝까지 술먹여 다음날 엄청 고생시킨다.
  19. 한우

    인간성이 들통나면 친구들이 등을 돌리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