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499화 - 대우그룹 연수원에서

지금은 해체된 대우그룹에 98년에 입사했습니다. 대기업 연수 가신 분들은 그룹 연수 분위기 아실 겁니다. 각 그룹의 신입사원들이 모여서 4인 1실로 한 달 정도 연수받습니다. 조를 나누어 방을 배정하는데 여자는 몇 명 없으니 조에 상관없이 방을 별도로 배정받았습니다.

교육 후 조 활동 준비도 하고 저녁에는 모여서 술자리도 가지니 남자들이 여자방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많았어요. 98년이면 핸드폰이 그다지 일상화된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방문 노크하는 게 편하죠.

각각 다른 조의 4명의 여자가 한 방에 있으니 4개 조에서 여성 조원을 데려가려 방문을 두드립니다. (여자는 각 조로 분산배치하니 같은 조가 안 되는 거죠)

2층 침상이 두 개였고, 침상에서 제 자리가 문 근처 아래쪽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자연스럽게 노크 소리에 대답하고 문 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삼일에 한 번 정도 저녁에 노크 소리에 대답하고 방문을 열어보면 아무도 없었습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옆방에도 여자 방이 있어서 그 방문 두드리는 소리를 잘못 들었을 수도 있고 워낙 복도가 소란스럽고 이런 저런 소리가 방에서도 잘 들렸으니까요.

연수가 끝나는 날, 동기들 몇 명과 모여서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죠.
그 때 남자 동기 한 명이 연수원 교관에게 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연수원에서 사람이 한 명 죽었는데 그 이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문을 열면 아무도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요.

저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습니다.

아, 이 사람이 여자들을 놀리려 한 달간 장난친 거구나.

제가 입사하기 전 해에 신입사원 연수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먼저 입사한 학교 선배를 통해 이미 들었거든요. 연수원에 차를 갖고 왔는데 밤에 차 몰고 나갔다 사고로 죽어서 이후 연수원에 차를 갖고 들어가는 게 금지되었다는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그 선배가 입사할 때 일어난 일이라 했어요.

그래서 씩 웃으면서 말해줬죠.

"아, A씨가 장난한 거네. 어쩐지 계속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문을 열어도 아무도 없더라."
 
그런데 그 사람이 정색을 하더니 자기는 문 두드린 적 없다며, 되레 저에게 장난치지 말라는 겁니다.
저는 그 사람이 여자 방을 놀래려 한 짓이라 확신하고 있었고요.

"무슨 소리야. A씨 맞잖아. 우리를 놀래주려 일부러 그런 거잖아."

그리고 같은 방에 있는, 제 위의 침상을 쓴 여자동기에게 물었습니다.

"J씨도 어제 들었잖아. 어제 우리 둘이 침대에 있을 때 밖에서 노크 소리 난 거. 내가 노크소리 듣고 문 열었던 거 기억하지?"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여자 동기 표정이 뭔가 기묘했어요.

"나는 노크 소리 못 들었어. 그런데 갑자기 준희씨가 '누구세요?'하며 일어나서 방문을 열었다 닫던데."

전 놀림당한 걸까요, 아니면 정말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 걸까요.


[투고] 준희님
  1. 마법부리는곰

    으으 급 소름이 돋네요 =ㅁ=!!!
  2. 별의조각

    우왕!!! 드디어 실화업뎃........ 역시 실화괴담이 잼나요 ㅎㅎㅎ
  3. 기기묘묘

    역시 문제는 디아였나ㅡㅡ?
  4. 시모

    여자동기와 A씨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5. 쓰잘데기

    역시 범인은 디아블로....
  6. A씨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두드린거다. 그러니 괴담이 아니지
  7. 라느님이진리

    오오..반년을 기다렸는데 올라왔다 ;ㅂ;...

    그렇다면 디아가 나빴네..
  8. DK

    놀림당한 겁니다.
  9. 불지옥Inferno

    디아블로가 잘못했네
  10. 물깨

    너무 재미 없다!
  11. 요새누나이상해

    누나요즘왜구래?
  12. 한글대왕

    이야~~~ 정말 오랜만이네요~~~~ 진짜 잠밤기 끝난줄 알았는데 앞으로도 계속 되길 바래요~~~
  13. 이호성

    나랑께? 문좀 열어보랑께.
  14. 햄짱

    놀림 당한 거라면, 그분들 진짜 대박 무섭네요. ㅋㅋ '마피아 게임' 수준.
  15. 금요일한시반

    ㅠㅠㅠㅠㅠ;; 으악 소름이 소름이 ㄷㄷㄷ
  16. 여러분

    98년도 대우그룹에 입사가 제일 공포네요...
    1. s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7. 젓까라 마이신

    젓까고 있네.98년도에 대우그룹이 IMF로 인해서 해체될려고 하고 있는데 그룹차원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고? 뭔 구라는 ....
  18. 얼터메이텀

    위키피디아에서 긁었습니다.
    " 1993년 세계경영 전략 채택 이후 1990년대 글로벌 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듯 했으나 외환위기와 확장경영에 따른 막대한 자금난으로 1999년 10월부터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그룹 해체를 맞았다."
    한국대학신문 기사엔 이런 내용도
    ""서로 축하하는 분위기, 그렇지만 살벌한(?) 정신 재무장" 지난 1월8일부터 24일까지 '98 년 대우가족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대우국제법무실'에서 수습사원으로 있는 위동일씨는 신입사원 연수중에 느꼈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
  19. 유서라

    귀신:난그저심심했었던것뿐이었는데
  20. ㅇ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ㅅ이라닠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