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낚시

10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남동생은 아버지에 이끌려 바닷가 근처로 밤 낚시하러 갔습니다.



아버지가 도착한 곳은 바다 속에 쑥 내민 큰 바위로, 주위는 물결에 깎아진 듯이 솟아 오른 벼랑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섬이라고 부르기에는 작고, 바위라고 부르기에는 큰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배를 타고가, 아버지와 남동생은 밤새도록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새벽이 가까워져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만히 의자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던 남동생이 일어나서 바다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눈앞은 10미터에 가까운 절벽이었습니다. 물결은 난폭하지는 않았지만, 이 높이로부터 떨어지면 아무래도 무사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뭐하는 거냐!"





아버지는 당황하며 남동생의 팔을 붙잡았습니다만, 남동생은 갑자기 꿈으로부터 깬 것처럼 주위를 살펴보며 말했습니다.



"길이 있었어."





남동생의 말에 의하면, 어두운 해면을 보고 있는데, 주위가 갑자기 밝아지며 눈 앞에 곧은 길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보자 마자, 남동생은 그쪽으로 걷고 싶어져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잊어버린채,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밤의 바다에 사는 누군가가 남동생을 유혹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입에는 내지 않기는 하지만, 아버지나 남동생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지 그 이후로는 아버지는 남동생을 밤 낚시에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남동생도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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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eusii

    한국판 로렐라이?
  2. 치노

    밤바다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도 좋은;;;(음?;)
  3. 예지맘

    세이렌 [ Siren ]이 부른듯...^^

    밤배를 타고 가며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그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혹시 전생에 인어공주였을까요?
    (고래였겠지..ㅡㅡ;;;)
  4. 튜나

    예전에 해수욕장에서 술에 취해서 자살한다고 막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던 아줌마를 봤었는데..

    역시 밤바다는 신비합니다 ^^
    1. 까띠수앙

      헉.. 튜나님 저도 그 아줌마 봤는데!!!!!
      같은 장소에 있었던걸까요???
      어디 해수욕장이셨어요?
  5. ddonguri

    헉!
  6. only+

    호..;; 대략 섬
  7. Sensui

    로고 정말 잘 만드셨다고 생각되옵니다^^
  8. thering

    zeusii님| 저는 [로렐라이]가 느무 싫습니다. 고등학교때 음악시간을 싫어했었는 데, 가창시험 볼때 쉬운 다른 노래 놔두고 어려운 [로렐라이]로 시험을 쳐서 음악성적이 초를 쳤었죠. 그래서 다음번 시험에는 친구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치노님| 밤바다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죠. 그래서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예지맘님| 저는 전생에 새우가 아니였을까 합니다. 왜 이리 주변 일로 치이는 일이 많은지, 인생 좀 쉽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튜나님| 그러고보니 제가 해수욕장에 가본 것이 몇년 전 일입니다. 바다가 당최 어떻게 생겼죠?

    ddonguri님| 제 블로그 역사상 가장 짧은 코멘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짧은 한마디로 괴담에 대한 놀람을 표현하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only+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only+님 블로그는 또 변신하셨던데. 본문 뒤로 비치는 하늘색 무늬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Sensui님| 과찬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 사진을 직접 찍었다면 더 만족했을텐데 사진실력이 부족해서 안타깝습니다.
  9. 세가사탄

    오랫만이여~ 음 블로그를 무지 잘 특성화시켜 꾸몄구먼. ^^
    나도 실화라고 할만한게 생각나서 슥 올려보긴 했음. 알아서~ ^^
    언제 시간내서 함 보자공~
  10. 배화교[교주]

    ...바닷가만 이 아닌..

    물과 관련있는곳은 귀신이 많이있는듯..

    ...

    호수나...

    ...변소....-_-;
  11. thering

    세가사탄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요새 멤버들이 죄다 바쁜 모양인지 당최 얼굴 보기가 힘든데, 사탄형님은 잘 계신지 궁금합니다. 과찬의 말씀 감사드리며, 조만간 멤버들이랑 보도록 하죠.^^

    배화교[교주]님| 잘 보셨습니다. 음양론에 입각한 풍수지리에서도 물[水]은 음기[陰氣]의 속성을 가진 요소로 호수, 강가같은 음기가 가득한 곳에는 귀신이 존재한다고 여겨왔습니다.

    작명학에서도 여자이름에는 물수자[水]를 쓰지 않는 데, 이는 본디, 남자는 양기(陽氣)를 많이 가지고 있고, 여자는 음기(陰氣)를 많이 가지고 있는 데, 음의 속성인 여자에게 음기가 더해지면 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음양의 조화라는거죠]

    풍문이기도 합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장국영이 자살한 이유도 음기의 속성이 강한 [水]이 그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2. 자하

    "귀신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공기중의 수분에 투영되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 있습니다. 그래서 습한 여름에 귀신이 더 잘 보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호숫가나 안개 속, 비오는 날을 주의해야 하는 것이지요;;
  13. thering

    자하님| 와, 좋은 구절입니다.^^ 공기중의 수분말고도 연기에 투영된다고도 합니다. 문득 생각나는 괴담이 있습니다만.

    어느동네의 골목길에 언제부터인가 뿌연 연기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A라는 사람이 [우리동네에는 자동차도 자주 다디지 않는 데, 이게 뭘까?] 라고 생각했는 데, 당최 정체를 알 수 없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A군과 영감이 뛰어난 친구가 그 곳을 지나가게 되었는 데, 영감이 뛰어난 친구가 골목길에 뿌연 연기가 있는 걸 보더니 기겁하더랍니다. 그 친구왈.

    "이, 이건 연기가 아니라, 죽은 사람의 영혼들이 뭉쳐있는 거야!!"
  14. 예지맘

    오옷~!
    덧글에서마저 괴담을~!!!
  15. thering

    예지맘님| 진정한 괴담가로 거듭나기 위해서 [언제라도 괴담을~!] 이란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16. Lara

    `섬이라고 부르기에는 작고, 바위라고 부르기에는 작은 `
    --> 오타인듯... 아님 진짜 작아서? =.=a
  17. thering

    Lara님| 오타 맞습니다! ㅜ.ㅜ 궁색한 변명이지만 저 글 올릴때 덧글놀이하다가 정신이 나간 듯 합니다. 크헤헤...
  18. sai

    오타래요~오타~~예예~`오타~~ ;;;;
    그래도.. 밤바다는 .. 무서우니.. 나이어린분들은 가지마시실 --!!
  19. 타라쿠니

    해군 출신이라.. 밤바다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었습니다.
    밤에는 아예 현측(갑판의 가장자리)에 가지 못하게 하죠.
    밤바다에 사람이 떨어지면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답니다.
    망망대해는 낮에도 사람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ㅡㅡ;;;;
    망망대해의 밤바다는 모든걸 다 삼켜 버릴거 같습니다. 헌데 그게 매력적으로 보일때도 있다는. ㅎ
  20. 호숫가의늑대

    장마철에 개울이 물이불어 흐르는것도 계속보고있으면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가에서 넋놓고 물흐르는걸 보고있는 사람을 보신다면 한번씩 말한마디라도 걸어주십시오. 그사람의 운이 좋다면 한목숨 살릴수도 있습니다.
  21. 미키선장님

    아버지와 남동생? 시점과 이름이 참 색다르네요
  22. ehdrud

    ㅉㅉㅉ
    믿는 자에게는 길이 보이거늘. 믿음이 약한 것이야!!
  23. 멸치

    10점/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