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어느 일본인을 시작으로 그와 접촉된 사람들은 차례차례 눈이 멀게 되고,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부에 의해 눈먼 사람들은 수용소에 갇히게 됩니다.
단,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의사의 아내.
의사의 아내는 수용소로 가는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눈이 먼 것처럼 위장하고 수용소에 함께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앞을 볼 수 없어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린 사람들의 처절한 사투에 직면하고 아비규환 속에서 점점 희망을 잃게 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가장 의문을 갖는 건, 의사가 아내는 눈이 멀지 않는가. 인데, 영화에서 눈이 머는 논리적인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것처럼 아내의 눈이 멀지 않는 논리적인 이유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앞을 볼 수 없어 공황 상태에 빠지는 걸 목격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눈이 멀면 어떻게 될까가 아닌, 눈이 멀게 되면서 사람의 본성은 어떻게 변하는지 의사의 아내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온갖 무질서한 일들, 무차별한 폭력, 살인, 강간.
하지만 사람들이 눈이 멀었기에 자신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의사의 아내는 보이기 싫어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점점 지쳐 오히려 눈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살인, 강간, 전쟁 같은 사람들의 악행은 우리가 눈을 버젓이 뜨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환이 두려워 대부분 무시하고 외면하고 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영화는 이런 우리들이 영화 속의 눈먼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 말해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결말 역시 이러한 우리들이 앞으로 인간성 회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끼게 합니다.
비슷한 체험으로 해보려면?
물론 영화가 단순히 눈이 보이지 않는 것 아닌 인간성 상실에 대해 말하고자 했지만,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한번쯤 생각해보셨을 겁니다. 보이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될까.
1.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라는 전시회가 있습니다.
전시회라면 흔히 눈으로 체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전시회는 조금 다릅니다.
서울을 그대로 옮겨놓은 거리와 공원에서 직접 요금을 내고 버스를 타고 음료를 시켜 먹는, 우리들의 일상을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체험합니다.(영화를 보시면 시각장애인이 제3병동에서 활약하는 것처럼 이 전시회에선 시각장애인분들이 안내를 맡습니다.)
단지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 일상이 180도 다르게 느껴져 새로운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다소 전시회 가격이 높지만 특별한 경험이니만큼 추천합니다.
[추신] 조기 폐막되었다고 합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링크] 어둠 속의 대화 공식 홈페이지
2. 왕의 남자
우리나라의 단 하나 뿐인 블라인드 레스토랑입니다.
시각을 배제하여 잠들어 있던 다른 감각을 살려 특별한 식사를 하는 곳입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하는 곳으로 심지어 화장실까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둠 속에서 태초의 미각을 체험하는 즐거움만으로도 재미있는 곳입니다.
물론 음식의 맛도 괜찮습니다.
[링크] 왕의 남자 공식 홈페이지

feveriot
다시 볼 마음이 드네요. ^^
어둠속의 대화는 정말 재밌을 것 같습니다.
더링
소설을 그대로 영화화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설에 비해 비약적인 부분도 많아 아쉽습니다.
음..
더링
FeelBlue
우왕우왕 가고싶어요> _<ㅋㅋㅋ
더링
조금 지나면 익숙해져서 잘 먹게 됩니다.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죠.
AP
더링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이
왕의남자 사이트는 오오오 사람들이 예약도 굉장히 많이 하셨네요 ㅎㅎ
저는 눈먼자의 도시 보고왔답니다. 원작은 며칠 뒤에 책을 샀어요 ㅎㅎ
영화볼때 - 현실적이지 못하면서도 너무 현실적이라서 ㅜㅜ..
참 뭐랄까 묵직하게 볼수있는 영화인듯해요. ㅋㅋ전 사실..
공포인줄 알고 갔는데... 새삼 .. 현실의 공포를 자각했지 뭐에요;
더링
홈페이지만 보고 계속 진행중인 줄 알았습니다. 흑흑.
저는 일주일 전에 원작을 읽고 보러 갔는데,
사실 저도 원작 읽기 전에는 공포물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흐흐.
소녀오알
비공개
하지만 소설은 영화보다 더 복잡하고 더 무거운 내용으로 다가왔죠 ㅎ
어떤 의미에선 정말 진정한 공포물...
마로
완전한 어둠속에서 먹는곳이던데...
윈드.
때찌
화창*
뭘 먹고있는지는 아려나? ㅎㅎ
화창*
몰랐는데 ㅎㅎ
팬텀
Mazzy Star
나름 생각해 볼 점이있는 영화였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