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380화 - 마지막 방문

1999년 12월 자대 배치를 받고 막내생활을 시작했습니다.
8월 군번이었지만 후반기 교육 때문에 자대를 늦게 갔습니다.
물론 다른 운전병들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내무실과 수송부에서 막내생활을 하고 있던 저는 석 달 먼저 온 선임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좀 까칠한 성격이었지만 저에게 무척이나 잘 대해줬었습니다. (A로 표기하겠습니다.)

A는 청주에서 나름대로 부잣집 아들이었고 그 당시 빨간색 티뷰론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씩 자신의 애마 사진을 보여주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A에게도 불행이 있었습니다. 바로 심장이 좋지 않다는 것. 제가 일병이 되기도 전에 그는 국군 수도통합병원으로 후송되어 갔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못했고,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에 아직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5월 달쯤 유격 가기 직전에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그 쯤 해서 저는 일주일간 유격훈련을 떠났는데, 유격훈련 마지막 날 오전 교육 중에 활차를 타기 위해 산을 뛰던 저는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미끄러지고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렇게 아픈 몸으로 기나긴 행군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을 때도 여전히 그는 의무과에 입실 중이었습니다. 저는 갈비뼈 아픈 것을 핑계로 일과시간에 의무과 가서 진통제 한대 맞고 A 선임하고 노는 것이 하루 중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저는 상병을 달게 되었고 얼마 후 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선임이 조만간 의가사 제대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냥 흘려 들었습니다. 짧은 휴가 기간에 정말로 가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휴가를 간 사이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이하 내용은 A선임과 근무를 같이 했던 다른 선임의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내무실로 돌아와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A선임이 새벽에 야간 근무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선임들이 많아서 어지간해서는 대우도 못 받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A선임은 부사수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근무를 서는 도중 초소뒤쪽 철조망 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자세히 보니 사람형체를 한 희뿌연 것이 보였답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답니다. 사수였던 B선임은 정말 겁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그쪽을 유심히 주시했고 초소로 다가오자 수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거수자는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수는 부사수인 A에게 초소를 맡기고 추격했답니다.

B선임은 잡으면 포상휴가를 간다고 좋아했답니다. 상대는 비무장 상태의 나이가 있어 보이는 어른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제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쫓았는데 거리가 줄어들 것 같으면서도 줄지 않았답니다. 총을 들고 있어서 그런가 싶어 더 열심히 쫓았는데, 철조망 앞에 다다르자 그 거수자는 그냥 철조망을 통과해버렸습니다. 그때서야 그 선임은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초소를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뭔가를 느끼면서…….

초소에 도달했을 때 부사수 A는 그대로 있었답니다. 초소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기분 나쁜 근무를 끝내고 막사로 돌아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일직사관이 A선임에게 집에서 온 전화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A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 전화는 어젯밤에 A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였습니다.

사업이 기울어 힘들어 하시던 아버지께서 끝내 병으로 숨을 거두신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중대원들은 뭐라 위로의 말도 제대로 건네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근무를 같이 섰던 B선임은 불현 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젯밤에 본 정체불명의 거수자. 그는 아마 자신의 아들을 보러온 A선임의 아버지였을 것입니다.

자신이 후임의 아버지를 쫓아버렸다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해서 A선임이 제대할 때까지 휴가비로 쓰라고 돈도 주고 아침에 옷도 다려주고 했었답니다.

제가 휴가를 복귀하니 이미 A선임은 휴가를 나간 상태였고 복귀 후, 얼마 안 있다가 의가사 제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소식을 알 수가 없습니다.

[투고] Kenneth님
  1. 빛다른이☆

    와와~ 맨날 눈팅만 했었는데...
    1등이라는게 이런 기분이군요... ^^;;
    뭔가 안타깝네요...
    마지막으로 오신 아버지를 쫓아버렸다는 것이...
  2. 나의파우스트

    어머 제가 일 등이네요.
    짧은 휴가 기간 동안 갈거나 생각을 안했기 때문에.
    이부분 오타가 있습니다~
    1. 나의파우스트

      앗 글을 읽는 동안 등수가 밀려났네요 ^^
    2. 빛다른이☆

      하하;;
      죄송해요~
      제가 먼저 낚아챘답니다.
      그리고 오자 하나 더,,,
      마지막에서 둘째줄
      '복귀우 > 복귀 후' 로 고쳐야 맞는거죠?
  3. 공포매니아

    저두 첨으로 일찍 명록이달아보내용ㅋㅋ
  4. 호로소설매니아

    아 군대괴담은 정말 재밌어요

    이번편은 무섭다가 마지막에 찡...

    ㅠㅠ
  5. 최대다수의행복세상

    군대.....참 많은 곳이 일어나는 곳이죠. 아마 예비역 군인 모아놓고 '귀신 혹은 미스테리한 일을 겪은 사람', '아무것도 겪지 않은 사람'이렇게 설문조사를 한다면 반 수 이상은 전자에 손을 드는 것 같습니다.(순전히 제 생각으로)

    지금도 먼 곳에서 힘겹게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모두 건강하길 바랍니다.
  6. 졸린곰돌

    심장이 약한 아들이 걱정돼어서 오셨나보네요 ㅠㅠ

    역시 부모의 사랑이란 ㅠ
  7. 행인 1

    후후.. 밤에 잠안자고있다가 10위권에 드는 기쁨을 맛보았군요..

    그 선임 아버지는 철조망을 넘어 어디로가신걸까요..

    북한? 아버지가 이북 출신이셨나..
  8. 옥주

    어우..찡합니다..ㅠㅠ
    그 선임B분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었으니 얼마나 죄송하셨을까....착한 분이시네요...휴가날 돈도 주시고 옷까지 다려 주시고..
    어쨌든 A분께서 지금은 건강하게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길 바랍니다~~^^
  9. 이웃집훈이

    정말 슬프네요 ㅠㅠ A군도 그 사실을 당연히 알겠죠??
    어후 슬퍼
  10. 산소

    아버지의 마지막 방문이라..
  11. 산소

    아버지의 말 " 아들아~ 니 침대밑에 있는 이건 뭐냐~ " 좀 가져가지 그러냐? 심심할텐데.
    1. 햄짱

      "내가 좀 가져가도 되냐? 아이구, 쫓아오는 이 놈은 뭐여? 아들놈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는디~~"
  12. 네 다리는 내 다리 내 다리는 내 다리 (니꺼내꺼내꺼내꺼)

    어우.. 안습이네요.. ㅠㅠㅠㅠㅠ
  13. 검은유령

    그저 안타깝다는 말 밖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ㅠ,.ㅠ
  14. 소녀오알

    아 너무 슬퍼요 ㅠㅠㅠㅠ
  15. seimei

    이건 슬픈 얘기네요. .ㅜㅜ
  16. 디키

    왓!! 계속 읽기만 하다가
    댓글을 쓰니까 좀 어색?? 하네요
    별로 홈페이지를 모르는 새내기(?)지만
    많이 이 홈피 사랑할게요^^
  17. 네꼬히메

    그래도 사수로 나가셨던 B분은 할만큼 다 하셨네요 -_ㅠ..
    소름돋으면서 슬픈 이야기네요 ㅠㅠ
  18. 후훗

    역시! 군대는 SF적 환경에 판타지가 넘쳐나는 곳~!
    그곳은 시공의 균열교차점으로
    시간의 무한연쇄순환으로 인한건가,,,
    1. 얼터메이텀

      아뇨 군대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고단함이 넘쳐나는 곳~! 그곳은 시공의 균열 교차점으로 시간만 참 안가는 곳이죠..... (군대에서 아무 미스테리한 일도 겪지 못한 예비역 1인)
    2. 후훗

      SF적 환경은 밀리터리 환경
      판타지는 귀신이야기를 말하는 것이죠 ㅋ
    3. 햄짱

      ㅋ. 바로 뫼비우스의 띠가 존재하는 곳이죠.
  19. 유리

    아..왠지 슬퍼요...ㅠㅠ
  20. 야생소년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아들을 보기위해 찾아간거였군요 ㅠㅠ
  21. 람쥐

    아휴.. ㅠ_ㅠ 찡하네요
  22. 괴담가를 꿈꾸는 겁쟁이

    무섭고 슬프군요ㅜㅜ
    실화괴담에는 슬픈이야기가 많아요.
  23. jiny

    왁왁 겜만하다가 잠밤기 안들어오고 뒤늦게 보는자의 외침
  24. 완전소중돌X아이

    이건 무서운게 아닌데.. 좀슬프군여 B라는 사람은 착한사람이군여. 세상에B같은사람들이 좀만있어두 그렇 사회가 그렇게 빡빡하지는 않을텐데...
  25. 묘월

    이건 왠지 짠하군요 ㅜㅜ.....
  26. 레이나

    몇년전아빠가 돌아가셨을때 회사 사무실에 희뿌연 연기 같은게 저를 보고 있는 느

    낌이 들었었는데 몇초 있다가 사라지더라구요 "아~아빠가 보고 갔구나"라고 생각이 들더

    군요...마지막 가시기전에 절 보고 갔을거라는 생각에 울컥 해지더라구요....
    1. 빵상파교주

      ...
      레이나님 댓글 보니까 마음이 더 쓰라리네요...
      ... 부모님 마음은 어딜가나 언제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잘해드려야 겠다는
      다짐을 새삼 가득 안게되는 밤이네요...
  27.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8. 검은마차

    그래, 이런게 기이현상이나 귀신과 관련됐다고 할 수 있지..
    가위눌림을 갖고 뭐 귀신이네 어쩌네 그런거 보다는.
  29. 와..

    소름 대박이네요
  30. 햄짱

    초반엔 정말 무서웠는데, 사실 아주 찡한 얘기였네요.;ㅅ;
    B선임이란 분도 참 좋은 분인 것 같고요.
    하지만 정작 A선임이란 분이 직접 겪으신 이야기는 아니었잖아요.ㅋ 괜히 엄청 쫄았어요.ㅋㅋ
  31. 흑흑

    아 가슴아파..완전 찡하네요ㅠ
  32. 대 이 ㄹ

    재밌네요 ㅋㅋ
  33. 매친넘

    마지막 방위로 잘못 읽고 들어와서 잘 읽고 갑니다.
  34. 왕의남친

    초반에 은근히 무서웠지만 결말은 슬프네요
    만나러 오신 아버지를 쫒아내다니ㅠㅠ 안타까워요.
  35. 알고보면

    b선임 넌 주것슴 ㅋㅋ
  36. 수송대

    저희부대에서도비슷 한 시기에 그런 말이돌았는데 같은부대
    아니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