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1. 루우빈

    제가 실제로 겪었던 기묘한 이야기 하나 투고해봅니다.

    얼마 전, 저는 외할머니를 뵙기 위해 오랜만에 경주로 향했습니다. 몇 년 만에 온 외할머니집은 어릴 적 봤던 모습 그대로였지만 저는 외할머니집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어릴 적 소름끼칠정도로 무서웠던 일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고 계셨던 지라 대부분의 시간을 외할머니 집에서 보냈습니다. 외할머니집은 넓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었고, 마당 한가운데에는 외할아버지께서 만든 인공연못이 있었고 대문을 들어서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마당도 넓었고 그 당시에는 조그마한 강아지까지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어린 저에게 있어서 외할머니 집은 놀기에 최고의 장소였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기 전, 아마 6~7살 정도 였던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 날 저는 아침부터 석류나무 옆 담벼락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었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담벼락 밑에 화단을 만든다 해서 흙을 쌓아놨던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흙을 밟고 올라서면 담벼락 너머가 훤히 보였습니다. 담벼락 너머에는 다른 노부부께서 사시는 집 마당이 보였습니다. 저는 항상 마당에 누가 있나 두리번거리곤 했습니다.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그날 따라 저는 왠지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담벼락 너머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린 저는 무서웠지만, 조심스레 흙을 밟고 담벼락 너머를 조심스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담벼락 너머를 보는 순간 너무 놀라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담벼락 너머에는 여성의 모습을 한 사람형체가 옆으로 눕다시피 한 자세로 공중에 둥둥 떠있었습니다. 더욱 무서웠던 것은 팔 다리가 기괴하게 꺾여져 있었고 눈동자가 있어야 할 눈쪽은 뻥 뜷려있었으며 입 또한 뚫려있었습니다. 그리고 온 몸은 검은색 연기 같은 것으로 휩싸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곳에 머물러 있던 것이 아니라 위 아래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얼굴과 팔 다리 또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습니다. 도망을 가면 쫓아올 것만 같은 공포감이 엄습했습니다. 제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누군가 제 허리를 감싸고 저를 담벼락 밑으로 황급히 끌어내렸는데 놀랍게도 그 분은 제 외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다짜고짜 제 머리를 누르며 자세를 낮추셨습니다. 저는 거의 속삭이다시피 할머니께 횡설수설 말했습니다.

    '할머니.. 저기에..'

    그때 할머니는 손가락을 입에다가 대시며 '쉿'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기 이상한 거 있어..'

    '조용히 하그라.... 조용히 하그라...'

    외할머니께서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시며 담벼락너머를 보셨는데 저도 할머니 손을 팔을 붙잡고 담벼락너머를 다시 한번 봤습니다. 그 이상한 형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외할머니께서는 그것을 보자마자 다시한번 제 머리를 누르며 자세를 낮추셨습니다. 그리고는 제 손을 붙잡으시고는 말씀하셨습니다.

    '조용히 하그라...'

    '저거.. 저거... 이상한거 ...'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된다 알겠제?'

    정말 이상한 점은 제 기억은 여기까지밖에 없습니다. 할머니께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신 그 이후로는 정말 아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누가 제 기억을 일부 지운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저는 이상하게도 그 일을 잊고 살다가 성인이 된 지금 외할머니집을 오랜만에 온 것과 동시에 기억이 난 것입니다.

    외할머니께 이 일을 여쭤볼려고 했지만, 그냥 그 때 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본 그때의 그것, 그리고 일부 사라졌던 기억은 물론이고 지금와서야 그때 그 일이 생각난 이유는 뭘까요
  2. 비밀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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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밀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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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

    저도 하나 투고해봅니다.

    군복무를 의무대에서 했었는데, 입원실이 있는 군병원 본청과, 본청에 연결된 별관, 그리고 본청에서 3분거리정도 떨어진 의무병 생활관, 취사장, 수송부, 기타 자재물자 창고 등으로 이루어진 부대였습니다.

    인원이 상당히 제한적인 의무대 특성 상, 당직, 통신, 불침번 등의 실내근무가 주를 이루고 있었죠. 저도 물론 그 제한적인 인원 중 하나라서 지휘통제실 당직부관 근무에 들어갔습니다.
    상당히 널널한 부대였기에 당직사령은 12시를 넘기자마자 숙면에 들었고, 통신병도 CCTV병도 저도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네 시쯤 되었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수화기를 집어들었습니다.

    '통신보안? XX의무대 당직부관 병장 박OO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묻는 말에
    지직거리는 잡음과 약간의 바람소리가 답을 했습니다.
    '통신보안? 통신보안?'
    여전히 대답없던 수화기는 조그만 발소리를 들려주고는 뚝하고 끊어졌습니다.

    뭐야, 어떤 미X놈이야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감히 지휘통제실에 장난전화를 해 모두의 잠을 깨운 괘씸한 놈을 찾기 위해 통신병에게 말했습니다.

    '방금 전화 건 거, 내선이지? 어디야?'
    '잠시만 기다리십쇼'
    짜증 일색이던 통신병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박OO병장님?'
    '왜'
    '이거 좀 이상합니다'
    '왜, 어디길래?'
    '내선번호 204번입니다'

    내선번호 204번이 어딘지 기억을 더듬던 저는 잠이 확 달아남을 느꼈습니다.
    앞자리 1은 본관, 2는 별관, 3은 생활관, 수송부 및 취사장.
    즉 별관, 그 중에서도 204번은 사용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시체안치소였습니다.

    '야 뭐야 장난치지마'
    '장난 아닙니다 직접 오셔서 확인해보십쇼'
    에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직접 통신병 자리에 가서 확인해봤습니다.
    선명히 떠 있는 숫자 204.
    설마, 설마 싶어서 행정반에 전화를 걸어 당직병에게 물어봤습니다.
    '통신보안, XX의무대 당직병 일병 이OO입니다'
    '야 나가서 불침번한테 유동병력 있었는지, 인원수 맞는지 물어봐봐'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유동병력 없었고, 인원수 이상 없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어떤 정신나간 놈이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메X 기X 솔X드 하듯 불침번의 눈을 피해서
    단단히 잠긴 시체안치소를 어X신 크X드 하듯 뚫고 들어가 장난전화를 하겠습니까.

    전화 소리에 깼는지, 당직사관이 갑자기 수화기를 넘겨달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무슨 일이길래 새벽 네 시에 전화질이야?'
    저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가시 돋친 말투로,
    '알았어. 내가 가서 확인해볼테니까 근무나 똑바로 서'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통실 앞을 지나가는 당직사관에게 경례하고는 잠시 후 무전이 왔습니다.

    '여기는 당직사관, 별관 잠금장치 및 봉인에 아무 이상 없다는 통보'
    '수신 양호'

    다시 돌아가는 당직사관에게 경례하고 남은 시간동안 졸지도 못 한 채 당직근무 인수인계 및 교대 후에 생활관으로 올라와 퇴근을 준비하던 어제의 당직사관과 마주쳤고, 무전에 대한 얘길 하자, 자기는 무전을 한 적이 없다고, 별 일 없었길래 오다가다 경례만 받고 그냥 지나갔다는 겁니다.

    백 보 양보해서 시체안치소에서의 내선은 회선오류라 쳐도, 친 적 없는 무전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5. 비밀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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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하이림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