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친정

남자의 고향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마을이었다.
평생 고향을 벗어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도시로 상경하게 되었다.

이유는 사랑 때문이었다.
남자는 가난했기에 여자의 부모님이 반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와 함께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함께 상경,
가난했지만 행복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남자의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면서 남자는 여자에게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밖에서 여자를 만들어 집에 들어오지도 않는 날이 많아졌고,
그런 날이 계속 되었다.
두 달이 넘게 그런 생활이 지속되자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여자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남자는 이미 다른 여자에게 팔려있는 터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고향 친구에게서 그녀의 자살을 알게 되었다.

"야, 장례식 올 거지?"
"왜? 나 바빠. 그것보다 왜 자살한 건데?"
"그건 네가 알고 있잖아! 너 정말 변했구나. 안 오면 나도 절교다."

남자는 갈 생각이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밀려 마지못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그런 남자가 여자의 친정에 도착한 건,
결국 장례식이 끝나고 3일 후였다.

일단 분위기가 안 좋을 것 같으니 엎드려서 빌자.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현관을 열었다.

"장모님 저 왔습니다."

잠시 후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먼 곳에서 잘 왔네."

장모님의 밝은 태도에 조금 놀랐다.

"……."
"오느라 고생 많았네. 배고플 때 일단 앉게."
"네에……."
"자네도 힘들지? 우리 딸이 못나서 자네에게 늘 민폐구만."
"아,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오랜만에 보는데, 우리 딸하고 같이 지낸 이야기 좀 들려주게."

아무래도 장인어른은 자실의 원인이 남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남자를 볼 때 분개 하긴 커녕, 반갑게 웃으면서 대한다.

"이제 밥이 다 됐네. 뭐 한잔하면서 이야기합세."
"네."

남자는 즐거운 이야기만 했다. 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점점 이야기가 길어지고 밤이 되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자고 가게."
"아, 아닙니다."
"밤엔 위험해. 술도 마셨으니 자고 가게."

여자의 집에서 남자의 고향집까지 걸어가도 1시간 걸린다.
길도 포장되어 있지 않고, 불빛도 없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가고 가겠습니다.
남자는 꺼림칙했지만 여자의 방에서 잤다.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올 리가 없었다.
남자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돌았다.

유서도 남기지 않은 건가.
부모님에겐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은 모양이군.
그래서 부모님은 우리들을 반대해서 자살했다고 오해하는 거구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남자는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으아아아아악!"

새벽 무렵, 갑작스런 비명에 잠이 깼다.
장인어른, 장모님 방이다.
무슨 일이지?

남자는 방문을 열었다,
방에는 여자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사체가.

"무슨 일이죠?"
"일어나보니 옆에 누워있었네." "도대체 누가 이런 심한 짓을……."

그날은 힘든 하루였다.
시신을 다시 매장하고 뒤처리 하고 오니 벌써 밤이었다.
장모님께서 불안하다고 말씀하시기에 고향집에도 가지 못하고 또 하룻밤 묵기로 했다.

설마 무덤에서 나온 건가…….
아냐, 그럴 리 없다.
죽은 사람이 되살아날 리가…….

"까아아아아악!"

그 날 새벽.
비명소리에 잠에서 깼다.

장모님 방에 가니 또 여자가 있었다.
시신은 썩기 시작해서 구더기가 눈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름다웠던 여자의 모습이 아니다.

장모님은 미친 듯이 혼잣말을 하고 계셨고,
장인어른은 공포와 분노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날 역시 힘든 하루였다.
시신을 다시 매장하고 뒤처리 하고 오니 벌써 밤이었다.

남자는 억울하게 죽은 여자가 되살아오는 것 같아,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 날도 장인어른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남자는 여자가 돌아오는 걸 막기 위해
현관에서 자지 않고 기다렸다.

'일단 현관문을 잠갔으니 들어오지 못할 거야.'

1시. 2시. 3시.
이틀 동안 피곤했던 남자는 알게 모르게 쭈그리고 자고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다리에 뭔가 부딪치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천천히 눈을 떠보니 눈앞에 다리가 있었다.

'여자인가?'

남자는 현관문을 통과해서 들어온 여자가 두려웠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생각했다.

'아니, 다리가 네 개. 두 사람이다!'

남자는 천친히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여자의 시신을 들러 맨 범인이 있었다.
여자의 부모였다.
그들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제쯤 사과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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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니

    허헉. 결국 부모님은 자살한 딸이 슬퍼서.. 매번 시체를 가지고 짊어와 옆에 뉘어 두었던거군요 ㅠㅜ
  2.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3. cojette

    자고로 -> 자기로 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꼐서 남자가 딸에게 직접 사과하기를 원하신 걸까요!
  4. 이제이

    으헉 ㅠ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하셨으면 딸의 시체까지 다시 들고와 저러셨을까요 ㅠㅠ 그나저나 실시간으로 올라온 글을 본건 처음이군요 ㅎㅎ
  5. 으아

    나쁜놈같으니라고 ㅜㅠ
  6. 차차

    불쌍 ;ㅁ;
  7. 셀렉션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올려 봅니다. 요새 잠밤기에 푹 빠져 살아요 ㅋㅋ
  8. 알고보니부모님은몽유병

    왠지섬뜩하네요
  9. 용자

    남자:사...사과 하겠습니다!!


    장모님:...필요없어!!
    1. 알고보니부모님은수면장애성야경성몽유병환자

      둘다머리가이상한것같아
    2. 급훈훈

      아니 김화백드립이 묻히다니
  10. 블루

    오호- 오늘 올라온 따끈따끈한 글이군요
    처음이에요~
  11. Lovely

    ㅎㅎ 부디 더링님이 댓글을 달아셧으면 ㅋㅋ
    시신을 들러 맨 _=> 시신을 둘러 맨 아닌가염?
  12. 모모

    먼가 슬프네요...
  13. 그저 지나다가

    이거 내용이 전에 어디서 본듯합니다. 책에서 본건데.. 인물만 바뀌었네요. 극지방으로 탐사간 대원들중 한명이 어떤일로 해서 대원한명을 죽이고 밤마다 무의식중으로 뭍어둔 죽은대원을 파서 자기옆에 눕혀두고 깨서 놀라고 며칠 반복하다 한대원이 잠 안자고 지켜보니 죽인사람이 파오더라는.... 책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확실히 봤습니다.
    1. ㅇㅇ

      인물만 바뀐게 아니라 다른 바리에이션의 이야기네요
      원래 괴담류뿐만 아니라 도시전설 이라던가 유머글이라던가 묘하게 조금씩 닮은 이야기가 많죠
      어차피 큰틀의 비슷비슷하기도하구요
      님이 말씀하시는 이야기는 죽인사람이 일종의 죄책감이라던가 하는게 작용해서 시체를 파오는 종류의 이야기구요
      이 이야기에선 죽인(자살의 원인이니까)사람이 아닌 다른사람이 사죄를 받기위해 시체를 파오는 거구요
    2. 그 비슷한 이야기로

      예전에 기묘한 이야기의 '걷는 시체'편이 비슷합니다.
      그 때는 두 명의 남극 탐사 대원이 조난 당해 일어난 일이었는데요, 짧은 동영상이니까 검색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겠지용? ㅎㅎ
  14. AzuNyang

    무서워요~
    고와이~!?ㅎ
  15. Stormrage

    이제 이걸로 도시괴담 게시물이 444개가 되었네요ㅋ
  16. An9e10us

    남자: 사과 하겠습니다... ㅠ

    장모님:그랴 ㅋ

    해피엔딩 ^^
  17. 2266

    도시괴담 정주행 끝냈습니다! 이제 실화괴담 정주행하러 고고씽! 잇힝~~~!!!!
  18. 드뎌 끝~~

    2266님 저도 정주행 끝냈습니다 ㅋㅋ
  19. 한글대왕

    부모가 더 독하군.....
  20. 크라이네

    그정도의 원한이었으면 다른 방법으로 풀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여?
    가령 사위를 묶어 놓고 고문한다던지..
  21. RoyalblueRFM

    작가님 오랜만에 글 올라온거 보기 좋네요.
    꾸준히 연재 해주셨으면 더 감사하구요 ! ㅎ
    요번이야기도 슬프네요 ㅠ
  22. 하얀S구름

    그럼 사양하지 않고 가고 가겠습니다.
    문장에서 가고가 자고 아닌가요?
  23. 작은절망

    으어 오랜만에 오싹햇네용 ㅋㅋ 오싹하면서 찡한..
  24. Wraith1945

    이글이 도시괴담에서의 444번째 글이네요 ㅇㅅㅇ;;
  25. 그럼 사양 하지않고 가고 가겠습니다 에서 가고가 아니라 자고 인것같네요 ^^
    매번 잘 읽고있습니다.
  26. 이런 부모님가트니

    사람잌
  27. 쿠루루

    그남자의 머릿속을 해킹하겠어~!쿠루쿠루쿠루쿠루
  28. 쿠루루

    귀신을 해킹하자~ㅋㅋㅋㅋㅋㅋㅋ
  29. 귀신전문해커

    귀신을 해킹하자~
  30. ti-amo

    이레서 조강지처 버리면 안되는거임 ㅠㅠ
  31. 우왕

    아유 죽은 딸은 뭔 죄..
  32. 으음

    배고플 때 일단 앉게.....라기보다는
    배고플테니 혹은 배고플테지만..이 맞지않을까요
  33. 햄짱

    장면이 상상이 가서 기묘하네요. 담담하면서 차갑게 딱 내려다보면서 "언제 사과할거야?" 이보세요, 당신네 딸 시체라니까; 그런데, 연기가 수준급이시네요. 연기대상 타셔야겠어요. 후훗.
  34. By슬픈빗물

    또 오타다..
    천친히>천천히
  35. ㅇㅇ

    지금요
  36. 언더프린

    부모님"아닛 어떻게 알았지"
  37. 요요

    남자들이란 다 똑같군요ㅠ.ㅠ
    성공하니 바람이나 피고..흑흑 ㅠ,ㅠ
  38. 수지

    부모님의 마음이란..남자도 너무하네요.얼마나 한이 맺혔으면..어쨌거나 오싹하네요.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
  39. 지나가던

    매일 밤 딸의 시체를 옮기시는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셨을까요 ㅠㅠ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쁜 남자 때문에 편히 쉬지 못하는 딸이 너무나도 안쓰러웠을 것 같아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