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393화 - 한기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몸살 때문에 학교를 빠지는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빠지는 날이면 어머니께선 늘 안방과 제방을 왔다 갔다 하시며 저를 챙겨주셨습니다.

당시 제가 살았던 집은 꽤나 오래 전에 지어진 집으로 ㄱ자 형태로 되어 방과 방 사이가 조금 먼 구조입니다. 그래서인지 보온이 잘 되지 않아 방마다 한기가 도는 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집 옆에는 사용하지 않은 방앗간이 있는데, 방앗간이 저희 집보다 커서 햇빛을 가리는 일이 많아 저희 집은 늘 어두컴컴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환경이 저의 건강 상태를 더 악화시켰을지도 모릅니다.

그 날도 몸이 좋지 않아 학교를 빠지고 누워 있었습니다.
약 기운에 비몽사몽한 저는 손가락 하나도 까닥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어머니께서 저희 방에 뭘 가지러 가는 것이려니 하고 가만히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느낌…….

약 기운에 반 쯤 덮인 눈을 뜨며 어머니를 봤습니다.
어, 어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낯선 여자였습니다.
(하의가 치마라서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낯선 여자라고 말하기가 애매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반 쯤 토막 난 얼굴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려 옷을 적시며 저희 집을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전 처음 느끼는 공포에 저는 소리를 질렀지만 구토로 인한 것인지 가위에 눌린 건지 입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습니다.

방 안으로 돌아다니던 그녀는 제 시선을 알아챈 것처럼 이윽고 저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방 안은 그녀에게서 떨어진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점점 다가오지만, 저는 공포에 질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눈을 질끈 감아 그녀의 존재를 애써 부정할 뿐이었습니다.

"**야 병원가자."

이윽고 들린 친숙한 목소리.
어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눈을 뜨니 제 앞에 어머니께서 계셨습니다.
시장을 다녀오시느라 집을 비우신 것입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일어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께서 제가 학교를 가지 않은 날에 늘 간호하신 게 아니셨다고 합니다.
제가 눕는 일이 자주 있는 터라 큰 걱정하지 않고 외출하신 적이 더 많다고 하십니다.(이런…….)

그렇다면 제가 누워있을 때마다 본 어머니는 혹시 그녀가 아니었을까?
친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그 느낌…….

그 일이 계기가 된 건 아니지만, 나중에 저희 집은 이사를 갔습니다.
아무래도 방앗간이 저희 집의 햇빛을 너무 가려서 말입니다.

다행인 건 이사 간 후로는 제가 건강해진 것입니다.
지금은 흔한 감기도 안 걸리고 잘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느낀 그 한기는 조금 다른 느낌의 한기가 아니였난 싶습니다.

아, 이 이야기를 말씀드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저희 집 옆의 큰 방앗간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방앗간에서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래 전에 방앗간의 쌀가루 빻는 기계에 일하시는 여자 분의 머리가 끼는 큰 사고가 있었는데, 긴 머리가 빨려 들어가면서 머리 가죽이 벗겨져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투고] 트리스테님
  1. 1등이당

    1등인가요!!!!
  2. 1등이당

    으흐흑 감동.... 올 6월부터 읽었지만 처음으로 글남기네요 ㅋㅋ
    저도 예전에 미국에서 일하던 멕시코 여노동자가 닫힘문에 머리카락이 끼여 머리거죽이 벗겨졌다는 얘길 들었는데... 정말 아프겠어요.. ㅎㄷㄷ 머리 가죽이 훌러덩~
  3. 은빛인형

    우왁 오랫만에 들렀더니 새글이!
    그분이 투고자분을 돌봐준건가요 -_-?;; 아님 그냥 그렇게 느낀건가
  4. 2등이당

    2등
  5. 3등이당

    3등~!!!!
  6. 4등이당

    4등이에염!! 흑 여자분 불쌍하시네요... 그래도 무서움 ㅋ
  7. 똥낀도너츠

    ...오옷
  8. 5등이당

    5등 ㅜㅠ 벌써 순위권 밀려나네요....
  9. 5등이당

    앗 자세히 보니 7등 ㅜㅡ
  10. 호빵맨

    호빵맨이 배고픈 사람에게 얼굴을 뜯어주면 팥이 나오듯이 이 여자는... 케찹우맨! (아님 딸기잼이라던가....ㅈㅅ ㅜㅠ)
  11. 이웃집또털어

    우와~ 1시가 가까운데도 잠밤기에 들르신 분들이 많군요.... 존경~~
  12. Kmc_A3

    헐...;;;
  13. gogigui

    하악 이 시간에 이걸 보다니...ㅜㅜ
    게다가 덧글도 13등.. 전 잠들 수 있을까요?
    1. hello!

      아마 두려움과 설레임에 잠을 못 이룰듯.
      축하해요.^^
  14. 만약

    워워 평소땐 아무렇지않게 잠밤기 잘 보는데 오늘은 유독 한기가 도네요
  15. 타케마루

    오랜만의 업뎃인것 같아요 ~ ㅠㅜ
    반갑네요 ~ ㅋㅋㅋ
    이번 글도 잘 읽고 갑니다 ㅋㅋ
  16. 푸우

    자신이 내뿜는 한기때문에 아픈 것을 모르고,

    그저 걱정이 되서 나타나는

    불쌍한 귀신.....
  17. Elior

    음,,,,그럼 어머니가 돌봐줬다고 느낌 느낌이,
    그 여자분이 돌봐주신게 되는건가요,,,?;

    뭔가 무서우면서도 착한 귀신분이신겐가,,,;;
  18. 소녀오알

    너무 좋은 귀신분이시네요ㅠㅠ .(이런........)
  19.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더링

      곰곰히 생각해보니 핏방울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입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20. keap

    아음, 착한 귀신같단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인가요?ㅜ.ㅜ
    투고해주신분께서 아파서 누워계시면 어머니께서 늘 병간호를 해주신게 아니라는데..
    아흣, 이건.. 대체 무슨 경우인지?ㅜ.ㅜ
  21. ReKHaN

    당시 제가 살았던 집은 꽤나 오래 전에 지어진 집으로 자 형태로 되어
    자 형태 → 一자 형태.....이지 않을까요

    무관심한 어머님
  22. seimei

    마지막 반전이 오옷...
  23. 인디언치카

    3일전에 이사이트를 어쩌다 알게되서 매일마다 찾아와 글감상하고있어요 2004년꺼부터 쭈욱 열심히 읽고있답니다. 글을 읽다보니 여기분들 리플이 어쩜그리 잼있는지 글하나읽고. 리플쭉 읽고.. ^^ 왠지 인간미가 풍겨요 저만 그런가?
    1. 온누리

      저도 넘 재밌어서...ㅎㅎ 한달도 안되서 알게 되었답니당
  24. 포렌상

    흔한 가위인줄 알았는데 아니였군요..
    사연이 있는가위..오늘따라 추운데 저도 덩달아 오싹!
    해지네요..아 독서실가야하는데..근데..
    독서실실화괴담같은 거 아시는분?
  25. 친숙하지만

    친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느낌~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적인 맛~

    마치 이베리아 반도의 여인, 탱고를 추는 여인~

    그 여인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1. 호랑이

      소믈리에 드립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6. 후훗

    난....
    내방 온도 10도 일뿐이고
    내방은 집과 떨어져있어서 보일러도 안돌아갈 뿐이고
    바깥은 바람이 부는데도 내방보다 밖이 더 따뜻할 뿐이고
    1. 에이든

      이 귀신은 자기땜에 아픈지도 모를 뿐이고!!
      난 그 귀신땜에 자주 아플 뿐이고!!
    2. pee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기다려늑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 터졌어요
  27. 신선꽃

    오래전에 지어진 집으로 자 형태로 되어 있어서.
    무슨 글자인지 빠져있어요.
    1. maraq

      자형태잖아요..자
      줄자,30Cm자 같은 자
    2. 더링

      아, 죄송합니다.
      ㄱ자라고 쓰려고 했는데, 오타가 난 건지 사라졌습니다.
  28. ggaogi

    뮌하우젠 신드롬 바이 프록시를 앓는 귀신이군요.
  29. 꾸와왕

    흠;; 기다렸는데 새글이 안올라오네여
  30. JinSunnday

    이야 요거 오랜만에 제데로인데;
  31. 시몬

    투고자 분이 모르는사이에 종종 옆에서 지켜봐주기도 했던걸보면 악의가 있어서 일부러 괴롭힌거 같진 않은데...만약 원한품은 악령이라면 그 오랜시간동안 가만내버려두진 않았겠죠.
  32. 집행인

    조금씩 생기를 흡수하는... 그런 종류 아니었을까요?
  33. 시몬

    으...듣고보니 그럴지도
  34. 어머

    ㅋㅋㅋ
  35. 깻잎과삼겹살

    죄송하지만.머리가죽이 뜯어져서 돌아갈수도 있군요.
    예전에 인기있었던 '자이로드롭사건'이 기억납니다.진실인가?아닌감
    1. SyunKou

      그건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들었었는데요...

      그 소문으로 시끌시끌 하던 당시에요..
    2. 햄짱

      루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0_0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머리카락이 자이로드롭 본체에 끼려면 정말정말정말 길어야 하고 또 머리가죽이 뜯어지는 것보다 머리카락이 뽑히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3. 배사장

      초기 놀이기구는 모터부분이 좌석 뒤쪽과 가까웠고 일부가 노출되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피해자인 여성분이 머리를 뒤로 모아서 위로 묶었기 때문에 머리카락 일부가 아니라 전체 머리카락이 전부 모터에 끼어들어가게 되었고 그래서 머리카락이 뽑히는 정도가 아니라 전체 머리카락이 다 당겨지면서 비교적 얇은 피부인 턱 바로 아래 목주위 피부에서부터 뜯겨져나갔다고 하더군요. 결국 목 위의 피부가 전부 뜯긴셈입니다. 그리고 놀이기구가 정지하자 옆에 타고있던 남자친구는 피부뜯긴 여친을 보고 정신이 훼까닥 훼밀리마트에 갔다고 하더군요. 피부 뜯긴 여친분은 존트라볼타의 면피로 수술받고 페이스오프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36. 123

    우와 무섭다ㅠ
  37. 아오우.J

    착한 귀신이네요
  38. 햄짱

    제보자 기억에 '돌봐줬다'가 사실은 그저 '왔다갔다'했다가 아닐까요? 아무래도 기가 안 좋은 것 같더래지 말입니다.
    아무튼, 그 방앗간 기계 사건은 정말 끔찍하네요>_<;
    1.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챙겨줬다는건 그냥 아플때 착각한거고 사실은 그저 왔다갔다 했던 것 같아요. 죽은 장소를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윗 댓글의 자이로드롭도 끔찍하네요 ㅠㅠ 저는 머리 다 풀었다고 들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친이 훼까닥 훼미리마트로 갔다는 언어 표현은 웃기네요 흑흑 ㅠㅠ
  39. Archer

    머리가 가로로 짤린거군요 . . . 아하!
  40. 트리스테

    투고자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한 다음날 급체를 해버려서 하루종일 토하고 머리아프고 해서 알바도 이틀이나 빠졌더랬습니다.ㅠㅠ급체의 원인은 글을 읽으면서 먹고있던 포테토칩(!)이더라구요ㅠㅠㅠ무슨 조화인지ㅠㅠ
    1. 쑥이

      헉....대부분 자신이 겪어던 귀신 이야기를
      얘기해서 다시 귀신은 보거나 그 당시에 겪었던 일과 흡사한 일들을 겪으신분들 얘기가 더러 있더군요ㅠㅠ
  41. 아햏햏

    제길 그 여자귀신은 그저 걱정되서 집안을 돌아다닌거 뿐이고!
    여자귀신은 간병했을 뿐이고!
    자신의 피로 죄를 사하여주고(?)!
    이봐 결국엔 그 여자는 예수인겐가?
  42. 바나나킥

    친숙하지만 친숙하지않은 느낌이라 ;;
    보이진 않지만 항상 옆에 있어 그런거 아닐까요?
  43. ㄷㄷㄷ

    ㄷㄷㄷ
  44. 무서버

    무서워
  45. 무서워 무서워 -0-...

    근데 머리카락이 낀다고 진짜 머리 가죽이 벗겨져여?
    실험해볼수도없고 -....-

    누가 좀 실험좀 해주시길 ㅋㅋ
  46. S'별

    무서우셨을 듯 하네요.
    요즘은 안그러셔서 다행이네요 ㅇ_ㅇ..
    무서워 무서워 -0-...님 덕분에 웃었어요. 헷..
  47. 1

    ......저는 늦잠잘 때 꼭 와서 한심하다는 듯 한 말투로 여러 귀신들이 왔다가 그냥가요.[아마]
    이젠 그 녀석들도 그러려니...


    아무래도 그냥 신경성이었던 것 같지만...[본인이 본인에게 너무 찔려서 ]
  48. 알고보면

    귀신이 감기 낫게 자주 돌봐드렸는데 ㅋㅋ
  49. 무서워

    머리가죽이...ㄷㄷ
  50. hello!

    몸이 허약해서 가위눌리신 거네요. 귀신 아닙니다. 우연적이네요. 참....
  51. 달마제자

    그 집안이 문제였네요... 진작에 그 집에서 나오지... 그 여자가 억울하게 죽어서 괴롭힌거같네요.. 진작에 나왔으면 몸 아픈거 없었을텐데...
  52. 양님

    왠지 그 귀신이 님을 보살펴주셨는데 그게 썩 좋은영향은 안끼쳤던거같습니다... 뭔가 오싹하네요
  53. 온누리

    흠...그 여자분 너무 불쌍하네요...근데 무서워욧... 아...머리가죽이 벗겨져서...으아앗....
    아 무서워... 여러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54. 심심해요

    잼네요언읽어돜
  55. ♥ 카라멜마끼아또♥

    불쌍해~~무섭기보단슬펴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