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몸살 때문에 학교를 빠지는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빠지는 날이면 어머니께선 늘 안방과 제방을 왔다 갔다 하시며 저를 챙겨주셨습니다.
당시 제가 살았던 집은 꽤나 오래 전에 지어진 집으로 ㄱ자 형태로 되어 방과 방 사이가 조금 먼 구조입니다. 그래서인지 보온이 잘 되지 않아 방마다 한기가 도는 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집 옆에는 사용하지 않은 방앗간이 있는데, 방앗간이 저희 집보다 커서 햇빛을 가리는 일이 많아 저희 집은 늘 어두컴컴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환경이 저의 건강 상태를 더 악화시켰을지도 모릅니다.
그 날도 몸이 좋지 않아 학교를 빠지고 누워 있었습니다.
약 기운에 비몽사몽한 저는 손가락 하나도 까닥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어머니께서 저희 방에 뭘 가지러 가는 것이려니 하고 가만히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느낌…….
약 기운에 반 쯤 덮인 눈을 뜨며 어머니를 봤습니다.
어, 어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낯선 여자였습니다.
(하의가 치마라서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낯선 여자라고 말하기가 애매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반 쯤 토막 난 얼굴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려 옷을 적시며 저희 집을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전 처음 느끼는 공포에 저는 소리를 질렀지만 구토로 인한 것인지 가위에 눌린 건지 입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습니다.
방 안으로 돌아다니던 그녀는 제 시선을 알아챈 것처럼 이윽고 저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방 안은 그녀에게서 떨어진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점점 다가오지만, 저는 공포에 질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눈을 질끈 감아 그녀의 존재를 애써 부정할 뿐이었습니다.
"**야 병원가자."
이윽고 들린 친숙한 목소리.
어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눈을 뜨니 제 앞에 어머니께서 계셨습니다.
시장을 다녀오시느라 집을 비우신 것입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일어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께서 제가 학교를 가지 않은 날에 늘 간호하신 게 아니셨다고 합니다.
제가 눕는 일이 자주 있는 터라 큰 걱정하지 않고 외출하신 적이 더 많다고 하십니다.(이런…….)
그렇다면 제가 누워있을 때마다 본 어머니는 혹시 그녀가 아니었을까?
친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그 느낌…….
그 일이 계기가 된 건 아니지만, 나중에 저희 집은 이사를 갔습니다.
아무래도 방앗간이 저희 집의 햇빛을 너무 가려서 말입니다.
다행인 건 이사 간 후로는 제가 건강해진 것입니다.
지금은 흔한 감기도 안 걸리고 잘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느낀 그 한기는 조금 다른 느낌의 한기가 아니였난 싶습니다.
아, 이 이야기를 말씀드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저희 집 옆의 큰 방앗간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방앗간에서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래 전에 방앗간의 쌀가루 빻는 기계에 일하시는 여자 분의 머리가 끼는 큰 사고가 있었는데, 긴 머리가 빨려 들어가면서 머리 가죽이 벗겨져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투고] 트리스테님
1등이당
1등이당
저도 예전에 미국에서 일하던 멕시코 여노동자가 닫힘문에 머리카락이 끼여 머리거죽이 벗겨졌다는 얘길 들었는데... 정말 아프겠어요.. ㅎㄷㄷ 머리 가죽이 훌러덩~
꼭갱이
안타깝구만.....
싸우자귀신아
머리가죽 없는 귀신
아니면...옆집이 방앗간이 었다는게 감동... >,.<
은빛인형
그분이 투고자분을 돌봐준건가요 -_-?;; 아님 그냥 그렇게 느낀건가
2등이당
3등이당
4등이당
똥낀도너츠
5등이당
5등이당
호빵맨
이웃집또털어
Kmc_A3
gogigui
게다가 덧글도 13등.. 전 잠들 수 있을까요?
hello!
축하해요.^^
만약
타케마루
반갑네요 ~ ㅋㅋㅋ
이번 글도 잘 읽고 갑니다 ㅋㅋ
푸우
그저 걱정이 되서 나타나는
불쌍한 귀신.....
Elior
그 여자분이 돌봐주신게 되는건가요,,,?;
뭔가 무서우면서도 착한 귀신분이신겐가,,,;;
소녀오알
비밀방문자
더링
조언 감사합니다.^^
keap
투고해주신분께서 아파서 누워계시면 어머니께서 늘 병간호를 해주신게 아니라는데..
아흣, 이건.. 대체 무슨 경우인지?ㅜ.ㅜ
ReKHaN
자 형태 → 一자 형태.....이지 않을까요
무관심한 어머님
seimei
인디언치카
온누리
포렌상
사연이 있는가위..오늘따라 추운데 저도 덩달아 오싹!
해지네요..아 독서실가야하는데..근데..
독서실실화괴담같은 거 아시는분?
독서실
친숙하지만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적인 맛~
마치 이베리아 반도의 여인, 탱고를 추는 여인~
그 여인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호랑이
후훗
내방 온도 10도 일뿐이고
내방은 집과 떨어져있어서 보일러도 안돌아갈 뿐이고
바깥은 바람이 부는데도 내방보다 밖이 더 따뜻할 뿐이고
에이든
난 그 귀신땜에 자주 아플 뿐이고!!
peen
기다려늑대
신선꽃
무슨 글자인지 빠져있어요.
maraq
줄자,30Cm자 같은 자
더링
ㄱ자라고 쓰려고 했는데, 오타가 난 건지 사라졌습니다.
ggaogi
꾸와왕
JinSunnday
시몬
집행인
시몬
어머
깻잎과삼겹살
예전에 인기있었던 '자이로드롭사건'이 기억납니다.진실인가?아닌감
SyunKou
그 소문으로 시끌시끌 하던 당시에요..
햄짱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머리카락이 자이로드롭 본체에 끼려면 정말정말정말 길어야 하고 또 머리가죽이 뜯어지는 것보다 머리카락이 뽑히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배사장
123
아오우.J
햄짱
아무튼, 그 방앗간 기계 사건은 정말 끔찍하네요>_<;
--
Archer
트리스테
쑥이
얘기해서 다시 귀신은 보거나 그 당시에 겪었던 일과 흡사한 일들을 겪으신분들 얘기가 더러 있더군요ㅠㅠ
아햏햏
여자귀신은 간병했을 뿐이고!
자신의 피로 죄를 사하여주고(?)!
이봐 결국엔 그 여자는 예수인겐가?
바나나킥
보이진 않지만 항상 옆에 있어 그런거 아닐까요?
ㄷㄷㄷ
무서버
무서워 무서워 -0-...
실험해볼수도없고 -....-
누가 좀 실험좀 해주시길 ㅋㅋ
S'별
요즘은 안그러셔서 다행이네요 ㅇ_ㅇ..
무서워 무서워 -0-...님 덕분에 웃었어요.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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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 녀석들도 그러려니...
아무래도 그냥 신경성이었던 것 같지만...[본인이 본인에게 너무 찔려서 ]
알고보면
무서워
hello!
달마제자
양님
온누리
아 무서워... 여러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심심해요
♥ 카라멜마끼아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