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386화 - 고갯마루의 토째비

경상북도 반진개(신안)는 제가 자랐던 곳입니다.

그다지 특색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을 수시로 놀래키던 토째비가 있었습니다. (제가 철들기 전에 고향을 떠났기에 아직도 그 놈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이야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토째비라는 것입니다.
토째비란 도깨비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흔히 도깨비라고 하면 두 개의 뿔에 가시 방망이를 들고 다는 것으로 동화나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제 강점기 때 이민 온 일본 오니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토종 도깨비는 도포 같은 것을 입고 갓을 쓰고 다녀, 그리고 집에 눌어 붙어 서양의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유사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래는데, 이런 집을 터가 세다고도 하고 보통 도깨비집이라고 부릅니다.

여하튼 고향의 토째비는 어느 특정한 집에 머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넘나다니는 반고개라는, 애장터가 있는 고갯길에 주로 나타나 밤에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자주 골탕 먹였습니다.

이 토째비의 장난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 친척 할아버지께서 겪은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할아버지가 초상집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너무 약주가 과해서 사람들이 자고가시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혼자 기다리는 할머니가 걱정 한다고 만류를 뿌리치고 취한 걸음으로 반고개를 넘어갔습니다.

옛말에는 조용한 밤길을 걸을 때 어느 낯선 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세 번 까지는 대답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呂)아무개 영감 어디가나?"

너무도 친숙한 목소리 처음에는 잘 못 들은 줄 아셨습니다.

"이보게 여공 어디를 가나?"

할아버지는 그만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가는 길이네."
"나도 집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갈까?"
"그래그래, 가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친근하여 할아버지는 스스럼없이 같이 가자고 했고, 그 정체불명은 자시는 길 안내 한다고 앞장섰습니다. 할아버지는 취기가 올라 무작정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여기 개울인데 바지 걷게."

할아버지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여기는 가시덤불인데 이제 바지 내리게."

그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밤새도록 그것만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늦었네. 여기가 내 집이니 여기서 자고가게."
"응 그러지."

할아버지가 정신을 차리신 건 멀리 동이 트는 새벽.
축축한 논두렁에 누워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여기서 뭐하십니까?"

할아버지를 깨운 사람은 같은 동네의 조카뻘 되는 학생인데, 새벽밥 먹고 학교가다가 할아버지를 발견한 것입니다.

머리는 산발한 상태고, 상의는 온데간데없고, 하의는 죄다 찢어져 드러난 맨살엔 온통 가시덤불에 긁힌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으응? 여기가 어디지 분명 친구네 집에서 잤는데……."

학생이 불러온 동네 장정들의 부축을 받아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의 말대로 토째비에게 홀린 것 같았습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목소리를 친구라고 여기고 밤새도록 온 산을 헤매고 다녔던 것입니다. 가시덤불이 나오면 개울이라고 바지 걷으라 하고, 개울 나오면 가시덤불이라고 바지 내리라고 하고 등등.

할아버지가 토째비에게 홀린 이야기는 이웃 마을까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한 동안은 열시 넘어 어느 누구도 절대로 반고개를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투고] 법왕님
  1. 블라디미르

    와우~~~!! 드디어 일빠!!!
    내용도 안 읽고 댓글 달기는 처음이네..!!
  2. 블라디미르

    처음 일등해보니 너무나 감격스럽네요...ㅠ.ㅠ
  3. 무섭다

    무섭네요
  4. 시마리따

    두번째줄...옛날부터 사람들을 수시로 놀래던 토째비가...
    아홉번째줄...유사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래는데...

    이거.. 놀래던, 놀래는데가 아니라
    놀래키던, 놀렸는데(또는 놀래켰는데)...가 아닌가요 ㅠ
  5. 시마리따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 ;;ㅋ
  6. 이웃집토털어

    허걱!!...짱무서따!
  7. 렐로

    저희 증조할아버지께서도 겪으신 비슷한괴담이있는데 투고해볼까요?
    ㅠㅠㅠ어릴적에 그거듣고 잠을 못잤습니다
  8. 시엘바이스

    ....우리엄마의 고향에도 저런 도깨비가 많았다고 하는데...
  9. 비극

    본문 중, "나도 집에 가는 길인데 같이 깔까?"


    ........같이 깔까?;;
  10. 후훗

    역시 사람 엿먹이는게 재밌긴 하죠

    그나마 보증안써서 다행인...

    "여보게 저기 비누 좀 주워 주겠나?"
    1. 지나

      헛! 리플읽다가 뿜었습니다.ㅋㅋ
    2. 응앆

      비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 기기묘묘

    그래도 장난기만 느껴지지 악의는 없었던 행동같네요...

    간만에 훈훈한 괴담이었습니다~
  12. seimei

    그래도 이건 귀여운데요??ㅎㅎ
  13. 야생소년

    사람놀리는게 재미있는 장난꾸러기인듯
  14. JIN

    중간에 정체불명이라는 단어가 많이나오는 문단에서요^^
    정채 불명이라고 오타가 하나 있어요 ㅎㅎㅎ
  15. RANG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친근하여 할아버지는 스스럼없이 같이 가자고 했고, 그 정채 불명은 자시는 길 안내 한다고 앞장섰습니다. 할아버지는 취기가 올라 무작정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여기에서 '정채 불명'은 다른분이 지적해주신거같구요.
    그 뒤에 '자시는'이 아니고 '자신은'이 아닌가요?

    무서운얘기 좋아하는데 이 사이트 발견하고는 일주일동안 이곳의 얘기들 읽느라고 정신 못차렸다죠. ㅋㅋ
    일주일이니 다 읽더라구요.
    언젠가 저도 제보 해야겠네요. ^^
    1. 대전차오함마술

      보통 방언에서는 'ㄱ' 이 'ㅈ'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길쌈을 질쌈으로 부르는 게 좋은 예죠.

      이 경우는 가시는의 방언이라고 보심 되겠습니다.

      저도 고향이 경북인지라 ㅎㅎ
  16. 지후

    '놀래던'이란 단어는 고어체이긴 하지만 맞는 표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되려 '놀래키던'은 번역 피동문의 냄새가 강하게 나죠. 사실 정확하게 쓰자면 '놀라게 하고는'이 맞겠지요.
    1. 더링

      아항, 지적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지식을 얻고 갑니다. 잇힝.
  17. 별쥐

    뭐 짓궂긴 해도 자기가 돈 빌린 것만 기억하고 갚은 건 기억 못해서 돈 쪼금 빌려주면 갑부된다는 풍설도 있다더군요. 그거 말고도 재밌는 얘기들이 참 많던데 다 그냥 얘기들이란 거....
  18. WB

    제가 알고 있던 도깨비가 일제강점기 시절에 넘어온 이미지였다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본래 우리나라의 도깨비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네요..

    나만 그런가...;
    1. 더링

      우리나라 도깨비에 관심있으신다면,
      김중대교수님의 도깨비가 간다 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19. Elda

    그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밤새도록 그것만 따라다녔다. 그러다가…….

    ~습니다 에서 갑자기 ~다 로 바뀌었어요~^^;
    1. 더링

      헉, 쥐구멍(청와대?)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입니다.
      12시에 맞춰 올리다보니 맨날 오타가 난무합니다.ㅜㅜ
  20. Elda

    아 그리고 조카뻘 되는 학생이니까 조카가->학생이 로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요^^;
  21. 럼블피시

    엄청난 오타네요;;
  22. 신5차원소녀

    엄마나 외가 친척들은 "초째비" 라고 말하시는데(경북 상주)
    상주쪽이 사투리가 워낙 심해서 토째비나 초째비나 같은 거 같네요.

    토째비는 지금도 많습니다. 아는 길을 빙빙 돌게끔 만들거나 사람 목소리를
    흉내내서 위험한 곳으로 유인하거나 말이죠.

    저희 외할아버지도 토째비한테 홀리신적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투고로 하겠습니다 ^^

    여하튼 토째비한테 홀렸을때는 그 자리에서 앉아서 담배한대를 피우던지
    찬물 한모금으로 정신을 차리고 가야한다고 하네요 ^^
  23. 소녀오알

    BGM으로 노래 한곡 들어갑니다-

    귀여운 내 친구 꼬마 도깨비 꼬비 꼬비
    천년만에 잠 깨어 나타났다네

    귀여운 내 친구 꼬마 도깨비 꼬비 꼬비
    북치고 장구 치며 나타났다네

    삼태기 절구통 몽땅 빗자루 도깨비
    바구니 깨진 사발 꿔다 논 보릿자루 도깨비

    마음씨 나쁜 악당들이 우리를 괴롭히면
    요술 방망이로 혼네 주네 꼬비 꼬비~
    1. 햄짱

      꽃신이던가, 꼬비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새록 생각나는...ㅋ
  24. 방가워요다

    와우! 이이야기는
    제가 어렸을적에 저희 할머니께서
    할머니 마을에 있었던 이야기라며
    들려주셨던 이야기와 똑같네요!!!ㅋㅋㅋㅋ
    오랜만에 들으니까 소름이 돋네요.. T_T
  25. 냐냐냐요

    좀 짓궃고 애교스러운듯 토째비라니 이름도 귀여워요!
  26. 이치

    나도 그런적 잇는데 그것은 마입니다.
    내가 어두운 산길을 내려오고
    잇는데 갈림길이 나와습니다.
    그런데 다정하고 착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떤쪽으로 가야 한다고해서
    그런거같애서 그쪽으로 가서 2시간정도
    엄청헤맸습니다. 근처엔 중들무덤인 부도가 많앗습니다.
    이런데서 오헤가
    생길수 잇습니다.

    중이 이리 만든건 절대 아닙니다.
    왜냐면 그목소리는 내가 아는 사람의 목소리엿기 땜입니다.

    나중에 보니 딴갈림길은 길도 평탄하고 5분만에
    훨신 수월하게 내려오는 길이엇습니다.
  27. 류사화

    헉.......너무무서운데요 ㅠㅠ 특히 제일 무서운 부분은 가시덤불이면 바지 걷으라고하고 개울이면 내리라고 하고...와우...
    이건무슨놀부심보입니까 ㅠㅠ
  28. 햄짱

    많이 들었던 이야기예요. 하지만 토째비란 건 처음 들어봐요. 남자귀신인 건가요.
    그래도 할아버지는 세상 모르고 단잠 주무셨으니 귀엽게 봐줘야 하는 건가..;ㅋ
    1. 법왕

      비슷하느이야기가 의외로 많은가 보군요.
  29. 침묵

    저.. 그럼요.. 혹부리 영감과 도깨비 방망이는 일제시대 이후에 만들어진 이야기인가요?
  30. 감사요

    퍼가요
  31. 주물럭3인분

    저도 많이 들었던 얘기.어느 선생님이 해주셨지요.
    저는 아저씨, 죽은 친구가 등장했었는데ㅋㅋ
  32. 강이스이

    오니 와 도깨비 .... 에 대한 부연설명 감사합니다 .

    덧붙이자면 ... 서울에서는 도까비 라고 하였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1. 법왕

      도깨비, 토째비, 돛재비, 도채비, 돗가비, 독갑이, 도각귀, 귀것, 괴귀, 망량, 영감, 물참봉, 김서방 등등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죠.
  33. 법왕

    혹부리 영감 이야기는 일본 전래 동화입니다.
  34. 왕의남친

    어렸을적에 혹부리 염감 재밌게 읽으면서
    당연히 우리나라 전래동화라고 생각 했었는데..........
    낙였구나 ㄱ-
  35. 시력1.5

    아는 사람이 안양에 법왕이라느 점 잘보는 곳이 있다는데..
  36. 앗...

    저희 아빠가 해준 이야기랑 같은 ㄷㄷ
  37. 0_0

    우리 외할아버지도 저거 하고 똑같은 일을 겪으셨습니다..약주 한잔하시고 고개마루넘어 오시다가 홀려서 밤새도록 산이고 들이고 뛰어 다니셨던..
  38. s

    아 이런 토속적인 이야기 너무 좋아요>< 많이 없어서 안타깝..
  39. ㅁㅁㅁ

    저희 할아버지도 이런 일있었는데,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니셨습니다.
    지금은 마을로 가는 산에 터널이 뜷려있지만 예전에는 고개를 넘어서 가야 했고,
    이 고개에는 밤만 되면 여우가 나온다 하여 밤에는 아무도 안다녔다고 하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워낙 술을 좋아하셔서 항상 밤늦게 술을 드시고 자전거로
    고개를 넘어다니셨다고 합니다. 어느날은 새벽이 될쯤에 돌아오셔서 그대로 앓아누우셨다고
    하는데 자전거 뒷자리에는 웬 다 낡아빠진 몽당빗자루하나가 걸려있었고 할아버지께서는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하시면서 있으니까 증조할머니께서 이건 도깨비한테 홀린거라고 하시며
    그 몽당빗자루를 태워버릴려고 하는데 암만 해도 불이 안붙어서 기름을 부어서 불을 붙였는데
    그래도 안붙더랍니다. 그러자 증조할머니는 안되겠다 싶어서 옷장속에 오래된 치마를 하나 꺼내
    피를 묻힌다음 그걸로 빗자루를 감싸서 불을 붙히니까 그제서야 타서 그 재를 땅에 묻고 나니
    할아버지께서 정신을 차리셨는데 깨어나신후 하시는 말씀이, 고개를 넘어오는데 처음보는 사람이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해서 술김에 태워줬는데 가면 갈수록 무거워져서 겨우 집에 도착했다는거
    밖에 기억이 안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할아버지댁에 갈때는 그 고개에 있는 터널을 지나는데 생각하면 오싹해지곤 합니다.
    1. stingss

      앗! 이야기속으로에 나오는이야기랑 비슷하넹.ㅋㅋㅋ 깨비들은 다 장난꾸러기인가봐염
  40. 알고보면

    ㅋㅋ 도깨비 ㅋㅋ네이놈 너는 다구리에 장사없다지 친구 한 17명이랑 같이 다닐테니
    다시 질문해봐 ㅋ
  41. 보살아들

    제가보기엔 도깨비보다... 잡귀가 아닌가 싶네요... 잡귀에 홀린듯 하네요... 그니까 자기몸에 부적이나... 달마그림 지니고 다니면 좋아요...염주나...등등
  42. 양님

    도깨비에대한 올바른 상식을 배우고가네요..
    도깨비에대한 이야기는 저도 몇몇아는데요
    밤새 씨름을 했다는둥 뭐 이런 전래동화격인 이야기라 따로 하진않겠습니다만..
    햐... 그래도 섬뜩하네요 물귀신같았으면 그날로 황천길아니었겠어요..
  43. 공식적

    께어나보니 논밭인것이 정말 다행입니다..
    원양어선이였다면...ㄷㄷ
    1. stingss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공포인데요??? ㅋㅋㅋㅋ
  44. 온누리

    아잌후야 -ㅣ- 이름은 '토째비'라...귀여운데....하는짓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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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오시어요!
  46. 일본괴담이 주를 이루는 요즘 이렇게 토속적인 이야기가 나오니 보기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