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갇히다

여름휴가 마지막 날.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시다보니 어느새 술집이 문 닫을 시간,
모처럼 만난 것이 아쉬워서 근처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가서 더 마시기로 했다.

도중에 편의점에 들러서 술을 더 사고, 그 녀석의 아파트에 도착.

"미안, 오늘 엘리베이터 고장이래."
"진짜? 몇 층인데?"
"7층. ㅋㅋ"

투덜투덜 불평하며 7층에 겨우 도착했고, 2차를 시작했다.
기세 좋게 친구네 온 것 좋았지만,
밤새 마시다보니 친구들은 서서히 잠들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우고 나도 자야겠다고 싶었는데, 담배가 없다.
남은 친구에게 편의점 갔다 온다고 말하고 방을 나섰다.

술에 취해서인가. 무의식중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기다리고 있었다.
도중에야 고장 났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지만 이미 움직이고 있어서 그대로 탔다.
아무 문제없이 내려가는 것 같았지만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휴대폰으로 연락하려고 했는데, 방에 놓고 온 것 같다.
인터폰을 들었지만 응답이 없다.

역시 고장 났던 건가.
단념하고 내 힘으로 탈출해야겠다.
온 힘을 다 열어 문을 열어 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천장을 쳐다보니 위로 나갈 수 있는 조그만 탈출구가 보인다.
문제는 손이 닿지 않는 점…….
열릴지도 의문이다.

낑낑대며 탈출구를 열어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반 정도 탈출구가 열린다.
위를 쳐다보니 남자가 틈새로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구조대원이 도우러 온 것 같아 기뻤지만,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뒤로 주춤했다,
남자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로 머리의 한쪽은 어딘가에 크게 부딪친 것처럼 함몰되어 있었다. 분명 산 사람이 아니었다.

남자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필사적으로 날 잡으러 한쪽 팔을 내밀고는 흔들고 있었다.
탈출구를 닫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다가갈 수 없었다.
낑낑대며 겨우 탈출구를 밀어 남자를 밀어냈다.

쾅! 쾅!

엘리베이터 위에서 남자는 탈출구를 열어달라는 것처럼 두드리기 시작했다.
도망칠 장소도 없어서 그저 온 몸을 떨며 구석에 앉아 울고 있었다.

갑자기 인터폰에서 소리가 났다.

"** 서비스입니다. 괜찮습니까?"

살았다! 간신히 일어서서 대답한다.

"갇혔습니다! 빨리 도와주……."

밖의 남자가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점점 소리가 심해진다.

"빠, 빨리 도와주세요!"
"침착하세요. 엘리베이터 안은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빨리 가겠습니다."

휴, 살았다. 하지만 빨리 오지 않으면 남자가 안으로 올지 모른다.
점점 두들기는 소리가 커진다.

"지금 엘리베이터 안에 두 명이죠?"
"네???"

발밑을 보니 초등학생 정도 어린 아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쿵쿵 치고 있었다.

쾅! 쾅!

정신이 차리고 보니, 눈앞에 작업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내 얼굴을 보며 괜찮냐고 말을 걸고 있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구출되었고 복도에 잠시 누워있었다.
친구들이 모여 날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살았다."
"괜찮아?"

"응, 괜찮아. 아, 꼬마애는 어떻게 됐어?"
"꼬마애라니?"

"아, 엘리베이터 탔을 때 혼자였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초등학생 같은 꼬마애가 있었어."
"초등학생? 아닌데……. 아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CCTV에는 너랑 어떤 아줌마랑 둘이 갇혀있었다고 하는데? 그런데 들어가 보니까 아줌마가 없었대……."

곧바로 일어나 CCTV를 확인해보았다.
모니터에는 인터폰을 향해 말하는 나와 내 뒤에 긴 머리카락의 여자가 서있었다…….
발밑은 사각지대라 CCTV에선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친구가 이사할 적에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잘 나니 사용하지 말라는 것.
뜬소문에는 이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사고로 한 가족이 죽었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 어린 자녀, 이렇게 셋.

그 후, 엘리베이터에 나타난다는 이상한 소문이 떠돌았고,
되도록이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도록 한다고…….
도시괴담의 다른 글
  1. 낭만킹

    우리회사 엘레베이터는 사람을 찢어먹을듯이 문을 인정사정없이 닫아버리는데...
    이제 무서워서 어떻게 엘레베이터 탄담 -_-ㅋ
    1. 햄짱

      저희랑 같네요.ㅋㅋ 보통 뭔가 닿으면 다시 열릴 만도 한데 어떻게 된 엘리베이터가 뼈를 부수려고 한다니까요. 애가 지능이 있는 것 같아요.;ㅋㅋ
  2. (정체불명)H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에 대한 무서운이야기가 꽤 많네
  3. 기기묘묘

    왠지 디아이 생각이 나네요...

    어라 그러고 보니 수뉘권..ㅋ
  4. 시안

    엘레베이터에 같히다.feat.가족귀신.mp3
  5. 광팬

    이렇게 상상이 갈 수 있는 이야기가 좋아요..ㅋㅋㅋ
    앞으로 더 상상을 자극시키는 무서운이야기 많이많이 부탁드려요 ㅎㅎㅎㅎ
  6. 어잌후

    음 무서운 가족이군요.그런데 이제 엘리베이터 탈때마다 그생각나서 어떻게타지?
  7. 아이구야

    아버지가 먼저 올라가서 구해주려고 손을 뻗은건가?ㅠㅠ불쌍하다
    오늘 올라온 글이라니 햄볶네
  8. 으악! 왜나만 이해가안되는고야! 발밑에 초딩이 있었다는게 뭔소리죠?
  9. 해또

    2명이라실래초딩이랑자기랑둘인지알앗는데
    사람들이본화면에선초딩이작아서안보이고
    뒤에서있는여자까지둘이라한거...
    그리고위에잇던그귀신은아빠귀신이
    엘리베이터고장나서위에올라가봤다가죽은듯..
    엄마랑초딩도구출되지못하고안에서죽은듯..
    가족귀신불쌍하넴..
  10. 난주인꺼

    마지막 줄 '그 후 엘리베이터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이상한 소문이 떠돌았고' 로 수정하셔야 할 듯.

    그나저나 요즘 더링님 글 자주 올리셔서 잠밤기 매일 온다는...

    여름에만 그런가요?
  11. 스맛폰

    엘리베이터는 진짜 무서워서 탈때마다 긴장이되더라구요 ㄷㄷ
    1. 햄짱

      맞아요. 이상하게 화장실 다음으로 많은 괴담이 존재하는 곳인 듯 해요.ㅋ
  12. 으음

    어플 중에 believe or not 이었나...
    거기에 나온 엘리베이터 이야기 떠오르네요..
    건물은 2층인데 3층까지 버튼이 있어서
    신기해서 눌러봤더니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1. 햄짱

      ...그런 거 누르는 분도 참 신기해요.ㅋㅋ
    2. 취키풍

      @ 햄짱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막상 저런 상황이 생긴다면 호기심때문에 눌러볼것 같네요
    3. 뭐야...

      2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그리고 2층 가는데 그걸 타는 사람도;;
  13. 아이유

    진짜로~
    무...섭...다...
    꿈속에 나오겠다.!!
  14. 엠마누엘

    아버지가 위로 나가서 탈출하려다가 실패를 했나봐요....
    으아.... 전 이런저런 이야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싫어요 ㅜㅜ
  15. gks0726

    워메
  16. 얼른자고 출근하세

    정말 무섭네요... 소름이 쫙 ㅠㅠ

    내 뒤에 긴 머리카락의 여자 ㅎㄷㄷ
  17. 20위권이넷

    하하핫 20위권이넷
  18. 우리집7층인뎈ㅋㅋㅋㅋㅋㅋ
  19. 크라이네

    여기서 교훈..담배는 어느순간에서라도 꼭 돗대는 남겨놓자~
  20. stich50

    헐 나 이제 엘리베이터 어케탄데??? ㅠㅠㅠ 8층은데 무섭다 ... 경비실도 멀리 있는데 ㅎㄷㄷ 아이거 괜히밨네 ㅠㅠ
  21. 비밀방문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2. 냉무부

    하핫 다행이당 난 담배 안피니까^^:
  23. 으 소름끼쳐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어떤 한 사람이 나한테 와서 우리 집에 놀러올래?해서 괜찮다고 했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나를 끌고 가서 집을 봤는데 집에 온갖 칼이며 총이 있었어... 으 그때만 생각하면 소름 끼쳐
  24. 햄짱

    뭔가 산만한 가족이군요; 셋이 계획적으로 놀려먹는데요.ㅋ 저렇게 구도 잡는 것도 쉽지 않아요. 적절한 때 등장까지.ㅋㅋ
  25. Edf

    좀 복사해갈께요^^
  26. Ji7

    화장실과 엘리베이터는 '밀실'이면서도 '자주 찾게 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자주 이용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엘리베이터는 '마음대로 나올 수 없음'이라는 특성과 '추락'에 '카메라', '무게 인식'등의 요소도 있다보니 엘리베이터가 흔해지는 시점에선 화장실보다 자주 사용되는 괴담 배경인 듯.

    이 이야기 기준으로는 엘리베이터가 정지해 있는 동안 아이는 무서워서 계속 문을 두들기는 상황에 어머니는 인터폰 곁에서 연락을 시도중인 상황. 아버지는 정 안되겠다 싶었는지 위로 올라가서 가족들을 끌어 올리려고 손을 뻗은 순간, 엘리베이터 추락으로 가족 모두 사망... 그 후 가족들은 마지막 하던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형태로 지박령이 된 듯...

    그러나 실제로는 엘리베이터가 고장(정지)났다고 추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데다(추락할거면 오히려 정지하지 않고 바로 추락. 추락중엔 당연히 움직일 수도 없고...), 일가족 사망까지 이어진 엘리베이터 사고가 '뜬소문'정도로만 남을 리도 없고...
  27. 넘 재밌네요.
  28. ㅋㅋ

    재밌네요 저도 무서운 이야기 많이 알고 있거든요. 그럼 행복한 날 되세요.
  29. 로즈핑크

    소름끼쳐. 이런 건 지어네신 거예요? ㅋㅋㅋ
  30. 써니

    무..섭....다////
  31. 배둥이

    무섭다~~ㅠㅠ꿈에 나올것같아^$^
  32. 히카리

    그냥 가족 세명이 쌍으로 짖어대는구만ㅋㅋㅋㅋㅋㅋㅋㅋ
  33. 풍산개

    위에 있던 사람은 아버지,CCTV에 찍힌 사람은 어머니,그 사람이 본 아이는 아이...........
  34. 초승달

    워메.. ㅜㅜ 무서버..
  35. ㄴㄴ
  36. ㅔㄴㅇㄹ

    아오... 엘리베이터 공포라늬... 오늘은 걸어다녀야지
  37. 맹이

    아.. 씁. 엘리베이터 어캐타냐... 괜히 읽은건가....?
  38. ㅇㅇ

    좀 슬프기도 하네요. 결국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서 어떻게든 가족을 구출하려 했던 거고 그걸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