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준지 공포콜렉션 - 목매는 기구(伊藤潤二恐怖コレクション 首吊り気球)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가진 공포만화의 대가 이토준지. 그도 처음부터 지금같은 인지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데뷔이후 격월간지 네무키류의 마이너한 잡지에 연재하는 터라,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알아주는 건 소수의 독자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네무키에서의 꾸준한 인기를 눈여긴 코믹 빅 스피리츠의 담당자에게 소용돌이의 연재를 권유받게 되고, 상대적으로 네무키보다 인지도가 높은 코믹 빅 스피리츠에 연재된 소용돌이의 히트로 폭팔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에 따라 그의 작품들은, 참신한 소재를 목말라하던 일본영화계의 눈에 띄어 경쟁적으로 영화화되기 시작했는 데, 이토 준지의 공포 컬렉션 - 목매는 기구 또한 그런 시류에 타고 등장한 작품입니다.





이토준지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극장 개봉없이 바로 비디오 발매를 목적으로 한 이 작품은 이토준지 공포만화 콜렉션에도 수록된 악마의 이론, 다락방의 긴 머리, 목매는 기구를 원작으로 한 30여분 정도의 단편들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로, 이토준지의 작품을 그대로 영상화하는 데 골두한 나머지, 실사영화로 보는 의미를 잃어버린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첫번째 에피소드 악마의 이론





주인공 오카모리는 애인인 카즈미가 바람을 피고 있다고 의심하게 되어 그녀의 교복에 도청기를 설치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그녀가 자살을 하게 되고, 남겨진 도청기를 통해서 오카모리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됩니다.





충격적인 반전이 매력적이었던 원작과 달리 악마의 이론에 조종되는 학생의 자살들이란 매력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밋밋한 연출로 인해 매우 지루하게 느껴진 에피소드입니다. 훗날 이 에피소드의 감독(시미즈 타카시)이 주온을 찍는다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괴작입니다.





두번째 에피소드 다락방의 긴 머리





애인 코우이치를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있던 치에미.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 집착하는 치에미가 두려워진 코우이치는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그 날부터 코우이치의 집에선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집니다.





애인에게 배신당한 여자가 자살하여, 무서운 모습으로 애인에게 복수한다는 전통적인 괴담으로, 막판까지 서서히 긴장감을 조성하다 터뜨리는 연출이 볼만합니다. 다만 특수효과가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쉽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목매는 기구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이 옴니버스에서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목매는 기구. 여태까지 느릿느릿한 전개의 두 에피소드와 달리, 긴박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공포스러운 기구의 습격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원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경악스러움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전개가 펄쳐집니다.





앞의 두 에피소드의 햠량미달도, 16000엔이나 하는 가격도 이 작품의 황당함과 해괴함으로 용서할 수 있습니다.





* 이토준지 영화의 단골 히로인인 하츠네 에리코가 우정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