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남구 용호동에는 오래 전에 독수리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는 독수리산이 있었습니다.(지금도 독수리들이 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독수리산 너머에는 이기대라는 천하 절경이 펼쳐진 바닷가가 있습니다. 기암괴석이 많지만 지역 주민 외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기대를 가기 위해선 독수리산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어느 날, 노래미가 제철이라 친구와 함께 이기대로 노래미 낚시를 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가서 포인트를 잡았는데, 짭짤한 손맛에 해가 저무는 줄 몰랐습니다.
어두컴컴한 밤에 독수리산을 넘어가려니 주변은 칠흑 같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상용으로 가져온 미니 랜턴으로 왔던 길을 더듬어 독수리산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중간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올 때는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서 몰랐는데, 산을 도로 넘어 오려니 저희가 온 길이 왼쪽이었던가? 오른쪽이었던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오른쪽으로 합의를 보고 한참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친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랜턴도 없으면서도 어디로 간 건지, 목이 터져라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친구를 부르며 계속 주변을 헤맸고 그러다가 처음 갈림길까지 돌아왔습니다.
링반데룽(Ring-wanderung)이라고 산을 오를 때나 넓은 고원 등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현상을 지칭하는 등산 용어가 문뜩 떠올랐습니다. 달도 없는 깜깜한 산을 헤매다보니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차분히 맘을 가라앉히고, 계속 오른쪽 길에서 돌았으니 이번엔 왼쪽 길로 친구를 부르며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는 한참을 가도 길만 이어져있을 뿐 도무지 끝이 안 보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헤매다 도착하니 약수터가 나왔고,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움직이려고 보니 너무 오래 켜놓고 있어서 그런지 랜턴이 꺼졌습니다.
마침 구름 사이로 달이 희미하게 비쳤고, 그 달빛을 따라 약수터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곳을 몇 번 왔다 갔다 했지만 처음 보는 곳이었습니다.
걷다보니 뭔가 군에서 쓰는 물건들이 많이 보였고, 그 가운데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예비군일거라 생각되어 길이라도 물어 보려고 멀리 거리를 유지한 채 물었습니다.
"실례지만 길 좀 묻겠습니다."
공터에 있는 사람들은 대답이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지금 입고 있는 군복하곤 많이 달랐습니다. 분명 흔히 보던 군복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다가가려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간첩'
그 때만 해도 간첩선이나 간첩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나왔으니, 간첩이라 생각하니 콧등이 오싹오싹 해졌습니다. 한 명도 아니고 다섯 명 씩이나.
숨죽이고 한참 지켜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서로 마주보고 꼼짝을 안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 같이 고개를 푹 숙인 모습.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좀 더 다가갔습니다. 10미터 정도 되는 거리까지 다가가자, 갑자기 다섯 명이 일제히 제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윽, 다섯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거리며 숨이 콱 막혔습니다. 제가 본 것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철모 속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거무죽죽한 해골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너덜너덜 군복도 다 헤어지고 땅에서 오랫동안 묻었다가 꺼낸 것처럼 흙이 묻어 삮아버린 모습들이었습니다.
소름이 온몸을 뒤덮었습니다.
뒤돌아서 달아날 생각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엉덩방아 찧고 뒤로 슬슬 기어갈 뿐이었습니다.
해골과 시선이 마주치자 눈도 깜박거릴 수 없고 시선을 외면하기기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어느 순간에 해골들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전 간신히 힘을 내 독수리산을 거의 굴러서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분뇨처리장 근처였고, 전 친구고 나발이고 택시 잡아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이야 시들해졌지만, 어머니 말씀으로는 며칠동안 식은땀 흘리며 자다가도 몇 번이나 일어났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면서 알게 되었는데, 용호동에는 예전에 일본군이 판 진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군의 망령이 자주 출몰한다는 동굴도 있다고 합니다.
[투고] 법왕님
허엉ㅇ
으응..?
김현우
파락호
햄짱
율릐우스
그때그친구
ㅋㅋ쩡
시드비
네 다리는 내 다리 내 다리는 내 다리 (니꺼 내꺼 내꺼 내꺼)
꽃순★
야생소년
비밀방문자
더링
더.링
시몬
그장소
왼쪽으로 휘돌이 내려가듯 사람도 알게모르게 왼쪽으로
돌듯이 걷게되고...또,보폭이 왼쪽보다 오른쪽이 넓어
직선으로 걸어도 원을 그리듯 제자리를 도는듯한 ..]
-내 사랑은 그 집에서 죽었다 中에서-김형경소설-
수년전 읽은책,요즘 재독하고 있는데..마침 몇달전 이부분
지나간부분이라..인상적이어서...^^ 태클아니어요!!
밝은미친세상
더링
친구 분 이야기는 차후 올라갈 예정입니다.^^
햄짱
AAA
샤키엘
미공원
해골들은 자신들이 적어도 죽은것은 아는듯..또는 모르는것일수도있고..시몬님이 말하는 그현상과는 상관없는듯 보입니다^^시몬님이 말씀하신 현상은 저승세계와 현세계가 만나는 지점과같은 것이고 쉽게말하면 귀신들이 자의적으로 넘어오는 현상이고..지금에 이현상은 말그대로 지박령과 터에 대한 현상같네요.넘어온게 아니라 그 터에서 예전에 전쟁통에 죽은 영혼들이고 그 죽은 장소에 머물렀을 뿐이고 단지 그장소에 주인공님이 우연히 지나쳤을뿐이고^^
키오도스
주스오빠
푸우
ㅎㄷㄷ
날상어
푸우
신병부터 2년 동안 생각하면...
ㅎㄷㄷ
거북이배
애초에 우리군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는 구 일본군에게서 물려받은 전통(?)이니까요....
지금의 우리군보다 더 심했다죠.....
럼블피시
Eternal
그나저나 친구분은 어찌됐는지 무척궁금하군요...
Elior
나중에 Part.2에서 말씀해주실려나,,,?
fancyydk
이거 실화인가요???
낭아
아 진짜 무섭다...
지박령이 되어서 백년 가까이 갈굼을 당하면 어떤 기분일려나
엉아
진짜 무서버 죽는줄 알았음...
똑같은길이 3~4번 나왔었는데
이대로 길잃고 죽는줄 알았었음...
햄짱
집행인
Part2와 이어지려나?
아님 링반데룽 관련인가?
noma
꾸와왕
seimei
소녀오알
ideal
알포인트가 생각나네.
반하루
Crimson
Crimson
재미
-0-;;;;;;;;;;;;;;;;;;;;;;;;;
저런소리 못들,,
법왕
별사탕
대연동에서 학교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면 학교가는 마을버스 말고도 한 대 더있는데 그 버스가 이기대로 가는 버스더군요; 매일 보면서 이기대가 어디지 하고 궁금했었는데 저런곳이었다니 ㅠㅠ 궁금한걸요?!??!?
리우이싼
친구 어케 됬어요?
햄짱
좀비맛참이슬
독도 우리땅이다 이X새끼들아 니들이 잘하는건 야동만들기와 성인애니,망가 나 쳐만들고
X치는 것밖에 없는 원숭이 새끼들 이다.라고 말하고 축지법 써서 튀어야 겠군요.
거북이배
뭐...용감한 놈은 철모따윈 필요없다고 생각했다나..(뭐..어디까지나 설일뿐..)
실제로는 안쓴 이유가 전투할떄 걸리적거려서 안썼다죠....
적어도 일본군은 아닐듯......근데 친구분은 어디에??파트2가 기대되네요...
법왕
비공개
ReKHaN+
파트 2가 기대되네요!
검은유령
하느
어머
우와,,,,,
이유정
혹시 알포인트처럼 친구 정신병걸려서 혼자서 살고있는것 아냐?어쨌든 친구분 생사가 궁금하네요 ㅠㅠ
마키아
마산
와
햄짱
ㅇㅈㄹ
...... .... ....... 무서워요 ㅇ
부모님 태국에 놀러가심 ㅇ..
오빠 여친집에감 ㅇ..
무서움ㅇ..
화장실가고 싶은데 무서워서못감 ㅇ.. 스피커에 지지직 ,< 이소리랑 하아하아 이소리 썩여나오는데 .
병맛체험
Archer
유키
미카엘
다른 사람은 이해를 하신건가요???
미유
우리 동네;;; 독수리산 소풍 진짜 자주 갔었는데 ..
흠..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이 패망했을 때도 한국전쟁 때도
부산은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았을 텐데..
하여튼 구 일본군이든 국군이든 미군이든
전쟁 때문에 죽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누가 수류탄을 떨궈서 억울한 4명이 억류하고
100년갈굼을 하는 거 아닐런지
Mr.YA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이유는..
코스프레1:(아 쪽팔려. 이런거 하지말쟀잖아."
코스프레2:(아우.. 하자고 한놈 누구야.)
코스프레3:(아 젠장 가만이 있자.)
코스프레4:(미친 니 때문에 쪽팔린다.)
코스프레5:(아나 왜 나만 갖고 그래. 지들도 하쟀으면서)
....였음 ㅋㅋㅋ
아햏햏
참 못된 산신령(?)이구만
달빛천사
친구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빨리 파트2를 보고 싶군요...
간다르바
헐
김희전
저도 친구분이 걱정됩니다! 친구분은 생사가... 어떻게..
엔슈
용호남
This D.J.
저도 낚시하러 자주 가는 편인데 예전엔 군사지역이었구요, 최근에도 야간사격등으로 밤낚시 제한하는 일이 있습니다.
해운대
거기에서도 이기대 나왔는데ㅎ
그나저나 무섭군요
용호동사람
알고보면
무서워라..
Horla
해변의 카프카 에 나온 두명의 군인이 생각나요
다섯명이 둘러싼 원 안으로 들어가면 차원의 공간으로 이동하여
어릴 때의 사에키 양을 만나는건가요?ㅋㅋ
달마제자
그장소
새우깡!!!막깡하죠??(응?!)
토리
엽아빠
16년전 용호동 소초에서 군생활했던사람으로 비슷한 점 많이 느낍니다..
독수리산;;하수처리장이랑 장산봉등 옛추억이 아련하네요..
이기대 공원 바로넘어 공동묘지가있어 더 무서웠던 곳입니다.
투입되던해 이기대가 군보호구역에서 일반인접근가능
지역으로 해제되었지요..
담해 봄에 첫 초등학교 학생들이 소풍오던 장면이 아직
생각납디다..ㅎㅎ 군인 아찌라고 하던~~
야식 짬공급한답시고 공동묘지넘어 시내(?)로가서 튀김이랑 과자랑 떡복기랑사서
한밤중에 통과했던 기억이 나네요..혼자~^^;;
흰비닐이 소나무에 걸려 바람소리에 휭휭거려 귀신으로 오인했다는
정말 땀이 삐질했던 기억도 아직 생생합니다.
아참 일본군의 흔적은 거의 없고,,
일본인들이 조선수탈한답시고 광산을 개발한적있습니다. 구리광산이라고 개곡 사이로 파공 갱들이 아직
존재하는데 한여름에도 서늘합니다..괜한 소리도
들려왔도 물도 중금속오염된물이 흘렀고,,
그물에 우리 부대 식수와 목욕물에 공급되었습죠..
벌써 15년 이상전입니다. 기억하실분은 기억하실란가?
무섭구.
저도 기억이 나네요
Ringwanderung
우리동네다.
제가 다니던 중학교 뒤에 이기대랑 연결된 산이 있었어요.
그 근처에서 독수리같이 생긴 새를 두 번이나 봤었죠.
하루히
하루히
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