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282화 - 동자

이모님은 젊은 시절에 이모부님을 잃고, 홀로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힘겹게 키워오신 분입니다. 궂은 일을 많이 겪으셔서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도 않으십니다. 그런 이모님께서 "나도 사실 젊을 적엔 겁 많은 색시였단다." 하시며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이모부님께서 돌아 가신지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이모님의 나이는 32세… 남편과 아이들을 보며 이제 알콩달콩하게 살아가기 시작한 때에 남편을 잃은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일인지라, 한동안 끙끙 앓아 누우셨던 이모는 옆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세 아이들을 보며 이렇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잣집에 삯바느질을 하러 다니셨는데, 이모님이 일을 해주시던 부잣집은 시원한 대청마루와 마당에 늘씬한 버드나무도 가지고 있는 큰 기와집이었다고 합니다.

부잣집에선 이모님께 식모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지만, 국군 중령의 아내가 다른 집에서 식모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에 거절했고 그런 꼿꼿한 태도가 주인 아주머니의 마음에 들어 아주머니의 집에서 나오는 바느질 거리부터 주변 사람들의 일까지 모두 주선을 해주셔서 (몸은 힘들었지만) 점점 돈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주인 아주머니가 남편이랑 어딜 다녀온다고 집을 봐달라고 하셨답니다. 오랫동안 일을 해와서 이모님을 신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모님은 흔쾌히 수락하고 대청 마루에 앉아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하고 계셨고, 그런 와중 갑자기 대문이 벌컥 열렸다고 합니다.

이모님은 벌써 돌아오셨나… 하는 생각에 대문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얼음처럼 얼어버리셨답니다. 처음 보는 꼬마아이가 머리에는 상투를 틀고 무표정하게 대문으로 들어 오고 있었는데… 기이하게 생긴 모습에 움직임 마저 기이하여 걷는 것도 아니고, 달리는 것도 아닌… "콩콩" 이런 식으로 대청마루로 뛰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도깨비구나…'

이모님은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시고는 '혹시 나한테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척이나 겁이 나셨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는 자기가 오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리는 세 자식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셨고 점점 다가오는 동자를 보며 '죽으면 안되지…' 우리 아이들은 어쩌라고…’ 이런 생각만 되뇌이고 있었고, 결국 동자는 대청마루까지 올라와 제자리서 깡총거리며 이모님을 빤히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보면 안 된다. 난 죽으면 안 된다.'

자신을 쳐다보는 동자의 눈은 마치 자신의 혼이라도 빼앗아갈 것 같은 기묘함이 있었고, 이모님은 필사적으로 눈을 감으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감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동자는 그런 이모님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한번 씩 웃고는 지나쳤고 총총걸음으로 집안을 한 바퀴 돌고는 대문을 나가더랍니다.

동자가 나가자마자 이모님은 실신을 하셨고 얼마나 지났을까… 이모를 깨우는 주인 아주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힘겹게 눈을 떠보니 주인아주머니와 그 남편이 자기를 걱정스레 보며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있었고 이모님은 반 울음 섞인 목소리로 동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허깨비를 봤다며 믿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와 달리, 주인 아저씨는 매우 당황한 모습으로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고 하시곤 황급히 집을 나가더랍니다. 주인 아저씨가 대문을 나서는 것을 보던 이모님의 눈에 문득 버드나무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제서야 주인 아저씨가 왜 집을 나섰는지 알게 되었고, 주인 아주머니가 주시는 설탕물도 내팽개치고 서둘러 도망쳐 나왔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예전에는 요즘처럼 말린 국수가 없었기에 집에서 직접 국수를 말려서 먹을 때마다 삶아 먹었다고 합니다. 그 날 역시 마당에 국수를 말리고 있었는데, 동자가 지나간 후 말리고 있던 국수가 전부 버드나무 가지 위에 올라가 있더라는 겁니다.

그 후로는 이모님은 그 집에 가지 않았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을 하더라도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대문 앞에서 일감을 받아 집으로 가져와서 하셨는데, 얼마 후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집이 망했기 때문입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급살을 맞아 돌아가시고 주인 아저씨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재산마저 사기로 전부 잃고 비참하게 동네 밖 논두렁에서 죽었다는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주인 아저씨가 옆 동네 한 여자 무당과 정을 통하고는 계속 만났는데 무당이 임신을 하자 유산하라고 배를 발로 차고 때리고는 발을 끊었다고 합니다.

결국 유산을 한 무당은 적당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움막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명을 다 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모님이 본 동자는 주인 아저씨를 벌하러 온 (무당) 뱃속의 아이 아니었을까요?

[투고] 류주님
  1. 항해자

    저는 뱃속의 아이보다는 무당이 모시던 동자신이 아닐까 하네요

    저만의 생각이죠
  2. 후달달

    요즘 잠밤기를 하도 많이 와서 이런 글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건 읽고나서 유난히 후달달 했네요. 후달달 후달달;;
  3. SECRET

    인과응보일까요?....덜덜덜~
    결국은 죄 없는 마음 좋은 아줌마까지 죽었네요...쯧....
  4. luark

    으음; 국수가 버드나무 가지에 걸리는게 무슨 상징 같은건가요?? 이해가 잘 안돼서 뜬금없이 질문합니다....; 내장을 들어내서 걸어놓은 모양이라 그런건지-.-?
    1. 더링

      상징이 있기 보다는,
      국수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버드나무에 놓여있어서 놀란 것 같습니다.^^a
    2. 뭐링

      국수는 장수를 의미하잖아요. 그래서 목숨에 어떤 일이 있을 것이다, 전 그렇게 풀이했는데..
  5. 히기

    멀쩡히 널려있던 국수가 쌩뚱맞게 나무위로 올라갔다는건 단순한 허깨비가 아니었다는 거니까요..
    진짜 오늘껀 유난히 좀 무섭네요.. 사람이 죽어서 그런가. ㄷㄷㄷ
  6. pringsea

    어쩐지 전설의고향 스러운 느낌이 다른때보다 더 무서운것 같네요;
  7. White_Ash[白灰]

    아 아침인데도 무섭네요 오늘은 날씨도 흐리고 분위기가 후덜덜
  8. 피피

    오~ 무서워요~ 저도 항해자님 생각에 동감이예요 무당이 모시던 동자신이 아니였을까??
    콩콩에 강시가 떠올랐는건 저밖에 없는건가요?
  9. 께록

    우앙~~
    진짜 무섭네요-_-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_-
  10. coolgirl

    오랜만에 소름이 쫙 끼칩니다.
    그 아저씨 참 독하네요. 무당과 정을 통하더니 자기 자식을 발로 차서 유산시키다니!!!
    1. ENDLICHERI

      가정이 있는데 임신이라니 당황해서 유산시키려고 한거겠죠.
  11. 딸기주스

    지금 아침인데도 구름이 잔뜩껴서 분위기 죽이는데요. 진짜 그 아이 무당이 모시던 동자신아닌 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바람을 피우면 안되고 또 바람을 피우다 그런 일이나면 못되게 굴면 안됩니다. 그 아이도 자기 자식이잖아요. 에휴.....
  12. 시지프스

    아.. 정말 으스스스한 날씨에 잠밤기의 이야기는 찰떡 궁합인거 같네요..
    제가 보기에도.. 아기 귀신이라기 보단 무당이 모시던 동자신이 아니였을까요??
  13. 이호

    아무래도 성관계 후에는 신기가 많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죠..역시나 동자신이 직접 벌하러온거 같네요 ㅎㅎ
  14. acu

    섬뜩해요-
  15. margairta

    아저씨는 그렇가 치고.....아주머니는........ 불쌍하십니다.ㄱ-;;;
    콩콩 보고 강시와 여고괴담이 동시에 떠올라버렸어요.
  16. 개념교

    심심하면 식상하디 식상한 군대괴담에 허무한 기담만 올려놓으면서
    요새 주춤하는거같더니 언젠가부터 다시 전성기때로 돌아가는듯합니다
    계속 이대로 밀어붙여주세요
  17. 휴..

    글 읽다가 동자신 나올때 제가 몸을 못움직였네요..무서워..ㅡㅡ
  18. 윈드토커

    사자의 상사병의 사거리의 미소년일까;
  19. 루나

    저도 그 아저씨 아이라기 보다는 무당이 모시던 동자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ㅂ'; 보통 아이라면 그런 신비한 분위기는 못내지 않을까요..
  20. Adriane

    저도 동자신에 한표를! 하다가 윈드토커님 말씀에.. 풋!
    미소년.. 흠.. 미소년이 쳐다보면 몸을 꼼짝할 수가 없죠. ㅋㅋ

    그나저나 그아저씨 정말 잔인하네요. 임신부 배를 발로 차다니..
    아저씨 바람과 잔인함땜에 급살맞은 부인도 불쌍하고 또 무당도 불쌍하고..
    에휴...
  21. 雜句(잡귀)

    우리나라가 일부 다처제 였더라면 이런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수 잇엇을것을.. 허허
  22. 키푸

    오랜만에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자식들을 생각하는 이모님의 모성애가 도깨비에게도 통해서
    이모님께는 아무런 해가 가지 않은 것 같아요.
  23. seimei

    우와~간만에 제대로 된 괴담이네요. 호호
    게다가 도깨비라니, 이건 정말 토속적인 괴담이군요.
  24. 천공

    아아..무당이 모시고 있던 동자님이 아니셨을까 싶은..그나저나 주인 아저씨 참 못 되셨군요..
  25. 달의 축복

    아아... 대략 아주머니만 안되었군요-_ㅠ
    아저씨는..자업자득인겝니다!!!
    산모의 배를 발로 차고 때리다니.....
    간만에 전통 한국 괴담, 잘 보았습니다^-^
  26. 이타카

    아휴 매우 오싹하기에 저만 그런 줄알고 담이 줄었나 했더니...강한 것이었군요;;;;
    정말 맘씨 좋은 아주머니만 안돼셨네요;;;;;
  27. 이타코

    우리 할머니는 진짜 무당이셧는데 ㅋㅋ
  28. 사유리

    못됬다;;;;;;;;
  29. 귀신을 본적이 없는

    뭐 호러 영화도 보고 하지만 이건 이건 심장과 맥박이 빨라지내요. 버드나무와 기이한 모습의 동자 신내린 무당인데 함부로... 그것도 대낮에 벌어지고....
  30. 완이

    밤에보니더 무서워
  31. cosmos

    무당에게 (씌였다고 해야하나?)붙은 신이 아니었을까요?
  32. kaei

    이찬군이 본다면 특히나 후덜덜하겠군요..임신한 여자를 때리는 것은 정말 천벌 받을 짓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느끼게 되는..- -
  33. 취조반장ㅡㅡ+

    주인 아주머니는 무슨죄로...
    그리고 웃으면서 동자가 그냥 지나간건
    '이모분께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께' 하는 무언의 표현
    아니었을까요
  34. 투지

    처음 글남깁니다. 가장 최근글부터 보다가
    여기까지 내려와서 읽어봤는데 지금껏 읽어본것중
    최고인것 같습니다.이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거 좋아요 ㅎㅎ
    그리고 단문이 아니라 장문이라 읽을것도 많네요
  35. 회색꼬리

    와 처음부터 죽~~읽어오고있는데
    이글이 제일 무섭네요
    투지님 말대로 저도 이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게 좋아요
    왠지 신뢰(?) 도 가고...;;;
    거기다가 기승전결이 딱 맞아떨어지고
    어떤이유로 동자귀신이 나왔는지도 알수있고
    귀신보단 한국토속적인 도깨비,무당 같은 얘기가 더 무섭거등요 ^^
  36. 버섯

  37. 회색꼬리

    아무리 봐도,,
    이 애기가 잠방기 최고 글인듯...
    진짜 무서워요...
  38. 보영

    위에 개념교님 식상하면 오지 마세요. 헛소리 하지 말구요
  39. 보살아들

    무당한테.. 함부로 하다니... 벌을받은겁니다.... 동자..라니...ㅎㅎ 동자,선녀 얼마나 귀여운데...ㅎ 근데 동자 선녀중에도 가짜가 있어요..ㅎ
  40. 소름쫙~~~~~~~~

    흐억~소름이 쫙 돋습니다.
    ㅠ.ㅠ 그런데 하나의 생명을 유산시키다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