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읽기
복무한 부대는 서해한 영종도와 연육교 사이에 있었습니다. 섹터 별로 청라도, 장도, 장미사 등으로 구분하는데, 새해안 해안의 주요 공장 및 발전소가 있는 곳이라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발전소 직원들을 위한 직원전용 버스가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것까지 체크하고 인원 점검했습니다. 출입증 비교해서 사진과 불일치하면 출입이 금지되고…… 그만큼 보안이 까다로웠던 해안 G.O.P였습니다.
어느 날, 새벽근무 나가던 길이었습니다.
초소까지의 거리는 2km…… 해안 G.O.P라서 손전등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달빛에 의지하여 폭이 1m도 되지 않는 철책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바로 옆은 바다로, 야간근무 중 졸다가 빠져 죽은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그날은 마침 비가 내려서 평소보다 신중하게 철책길을 걷고 있었는데, 앞에서 간부우비를 입은 사내가 오고 있었습니다. 좁근 길이라서 수화하기엔 위험해서 경례만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걸어 초소에 도착하여 전 근무자들과 인수인계하는데, 문득 방금 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야 오늘 순찰 돈다고 했냐?"
"그런 소리 못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70형 전화기를 돌려(70년대 쓰던 구형전화기라서 저렇게 부릅니다) 소초 상황실로 신호를 넣었습니다.
"너 왜 순찰 나온다고 미리 말 안 했냐. 근무 깨지게 하고싶냐!"
"아닙니다 그런 말 없었습니다"
"그래?"
"대대나 여단 급에서 순찰 나온다는 인수인계 못 받았고, 출입구 키도 제가 갖고 있습니다. 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철책으로 들어가는 예비분 입구 열쇠는 분명 상황실 행정병이 가지고 있고 순찰자가 나온다는 정보도 없었다니…… 저는 일단 상황병 말만을 믿고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혹시 부대로 복귀하는 하사관 계급장을 단 사병을 간부로 착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근무를 마치고 소초에 들어와 부사수와 라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다음 근무까지 남은 시간이 1시간. 자기도 뭐하고 안 자기도 뭐해서 출출한 배나 달래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 상황병 역시 커피를 끓이러 취사장 안으로 들어오길래 제가 물었습니다.
"간부우비 몇 개나 있냐? 남는 거 있음 나도 좀 줘라 입고 가게"
"간부우비, 사병들이 입다가 옆 대대에서 걸려서 몇 일전에 여단에서 싹 걷어 같습니다"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럼 간부우비 남는 거 하나도 없다고? 소초에?"
"네. 창고까지 싹 다 뒤져서 하나도 없이 흩어 갔습니다. 지금 병장 고참님들도 다 판초우의 입고 근무 나갑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분명히 부사수까지 같이 본 그 우비사내는 누구란 말인지... 잠결에 헛것을 본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습니다. 그 이외에는 이 상황을 선뜻 이해하기란 불가능했으니까.
마침 초소에 복귀한 고참 병장 근무자가 비에 쫄딱 젖은 판초우의를 벗으며 상황병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이 개**야 죽고싶냐! 순찰 나오는 거 왜 말안했어!"
김병장 왈, 두 시간 전에 철책길에서 초소로 오면서 하사관 계급장을 단 우비를 입은 순찰자를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수가…… 저만 본 게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해안 기동로 특성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걸어오려면 철책 끝에서 끝으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3미터 가량되는 철조망을 기어올라가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면 철책 끝과 끝의 초소에서 근무를 서는 근무자들이 그 우비 입은 순찰자를 못 봤을 리가 없습니다. 두 시간 간격으로 두 번이나 같은 자리에서 목격된 그 순찰자를.
다행히 그 날 이후, 그 우비 입은 순찰자를 볼 수 없었지만, 소대원들이 모였을 때마다 화자 되곤 했습니다.
[투고] 박비님
어느 날, 새벽근무 나가던 길이었습니다.
초소까지의 거리는 2km…… 해안 G.O.P라서 손전등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달빛에 의지하여 폭이 1m도 되지 않는 철책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바로 옆은 바다로, 야간근무 중 졸다가 빠져 죽은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그날은 마침 비가 내려서 평소보다 신중하게 철책길을 걷고 있었는데, 앞에서 간부우비를 입은 사내가 오고 있었습니다. 좁근 길이라서 수화하기엔 위험해서 경례만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걸어 초소에 도착하여 전 근무자들과 인수인계하는데, 문득 방금 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야 오늘 순찰 돈다고 했냐?"
"그런 소리 못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70형 전화기를 돌려(70년대 쓰던 구형전화기라서 저렇게 부릅니다) 소초 상황실로 신호를 넣었습니다.
"너 왜 순찰 나온다고 미리 말 안 했냐. 근무 깨지게 하고싶냐!"
"아닙니다 그런 말 없었습니다"
"그래?"
"대대나 여단 급에서 순찰 나온다는 인수인계 못 받았고, 출입구 키도 제가 갖고 있습니다. 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철책으로 들어가는 예비분 입구 열쇠는 분명 상황실 행정병이 가지고 있고 순찰자가 나온다는 정보도 없었다니…… 저는 일단 상황병 말만을 믿고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혹시 부대로 복귀하는 하사관 계급장을 단 사병을 간부로 착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근무를 마치고 소초에 들어와 부사수와 라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다음 근무까지 남은 시간이 1시간. 자기도 뭐하고 안 자기도 뭐해서 출출한 배나 달래기로 한 것입니다. 마침 상황병 역시 커피를 끓이러 취사장 안으로 들어오길래 제가 물었습니다.
"간부우비 몇 개나 있냐? 남는 거 있음 나도 좀 줘라 입고 가게"
"간부우비, 사병들이 입다가 옆 대대에서 걸려서 몇 일전에 여단에서 싹 걷어 같습니다"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럼 간부우비 남는 거 하나도 없다고? 소초에?"
"네. 창고까지 싹 다 뒤져서 하나도 없이 흩어 갔습니다. 지금 병장 고참님들도 다 판초우의 입고 근무 나갑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분명히 부사수까지 같이 본 그 우비사내는 누구란 말인지... 잠결에 헛것을 본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습니다. 그 이외에는 이 상황을 선뜻 이해하기란 불가능했으니까.
마침 초소에 복귀한 고참 병장 근무자가 비에 쫄딱 젖은 판초우의를 벗으며 상황병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이 개**야 죽고싶냐! 순찰 나오는 거 왜 말안했어!"
김병장 왈, 두 시간 전에 철책길에서 초소로 오면서 하사관 계급장을 단 우비를 입은 순찰자를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수가…… 저만 본 게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해안 기동로 특성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걸어오려면 철책 끝에서 끝으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3미터 가량되는 철조망을 기어올라가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면 철책 끝과 끝의 초소에서 근무를 서는 근무자들이 그 우비 입은 순찰자를 못 봤을 리가 없습니다. 두 시간 간격으로 두 번이나 같은 자리에서 목격된 그 순찰자를.
다행히 그 날 이후, 그 우비 입은 순찰자를 볼 수 없었지만, 소대원들이 모였을 때마다 화자 되곤 했습니다.
[투고] 박비님
푸린
truth
원자폭탄
남들 2~3녕에 하 껏을 몇년동안 하시네...
전쟁나면 도와주실려나..
독운
그나저나 요새 군대 괴담이 유독 많이 보이는군요.[...]
꼬꼬
순찰차 이야기는 언제 나오려나 했습니다.
다시보니 순찰자...ㄷㄷㄷ
원자폭탄
회색종이
5등
알렉시스
더링님 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자칭 괴담요괴매니아랍니다ㅋㅋ
참이슬분수
군대얘기는 집중해서 읽어야해요 모르는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무섭군요;;오싹오싹
누레오나고
그 순찰자는 우비소년이었던 겁니다.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간부우비를 어디서 얻어 입고 다니나 보군요.
흠 역시 우비소년은 못 가는 데가 없습니다. 덜덜덜....
류주
상황이나 지형같은 것은 잘 이해 안되지만
나도 모르게 돋는 소름은 무엇이란 말인가?..
더링님 잼나게 보고 있습니다.*^^*
께록
요새 새로 일을 시작해서 여유가 전혀 없다보니...
암턴...
재밌네요^^(내가 안겪어서 그런가.. 흐~)
매장에서
여단에서 우의 걷어갔대서 어찌할까 고민고민하다가.. 바다에풍덩...
그리곤 귀신이 되어서도.. 우의 어찌할가 고민하며 초소와 초소사이를 왔다갔다
거리는 거라면;;;
쑥이양乃
맨 마지막 화자되곤 했습니다가 아니고 화재가 아닌가요??~
vize
그렇지만 회자되다라는 말은 칭찬하여 입에 오르내림을 말하는것이니 회자되다도 조금은 다른이야기가 될수 있겠네요.
지금경우에는 화제가 가장적절한 표현이겠네요.
-소대원이 모였을때마다 화제가 되곤 했다- 가 맞는것같습니다.
군대에서는 참 별일이 다있나봐요. 히히
체로이
....
난 전역해서 정말 다행이야 ㅠ_ㅠ
아, 그리고 마지막에는 회자..가 맞을듯 합니다;
완이
빅트레인
margairta
달의 축복
우음~~;;
저도 margairta님처럼 중간에 졸다가 빠져 죽은 사람도
많다는 구절에서 오싹했답니다;ㅅ;
대략 그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멋진 괴담이군요>_<ㅋㅋ;
White_Ash[白灰]
내가 갈 부대에는 어떤 괴담이 있을까, 내가 봤던 괴담을 실제로 겪게되지않을까 히는 기대가 군대에서의 괴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1%정도 없애주네요.. 아 군대 싫다.
부처의축복
Kain
저는 그 위로 많이 날아다녔습니다. (주로 밤에)
3년전 만우절 새벽의 일(그 발전소 상공에서 겪었던)이 생각나네요 ^_^
사유리
안졸려
Kmc_A3
태극
문득.... 떨어져서 수영하고 살아 돌아오신 분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
모습까지 상상이....;;
:^)
뻬꼬뻬꼬
제절초
저기요.
알퐁
거기서 조절하시면 되심.
염산원샷
취조반장ㅡㅡ+
순찰 나온다는 보고도 없었는데 그런 사람을 봤으니...
아직도 그곳에 혼이 떠도나 봅니다
비오는날 운명을 달리하게된 영혼이..
무섭다
너무 늦었지만..
새해안-서해안
아닌가요....?
또 서해한- 서해안....
고양이의하루
마지막 줄에 '화자' 가 아니라 '회자' 가 맞는듯 ^-^;;
깡보
미자
섹터가장도랑청라도일도
그리고장미사는오타인듯?삼미사랑경인...이었는데...
어쨋던되게반가운...옛날생각이..ㅎㅎ
나마유
곰선생
미자
삼미사로 갔으면 2소대네요..
김꼬부기
가 아니라 걷어갔습니다 입니다.
기러기아버지
페로스
전 그곳의 괴담은 수류탄 사건 이외에는 전혀 못들어봤습니다.
보일러실에서 수류탄을 까서 상반신이 날아가고 피로 가득한 보일러실이라던가?
무섭다
순찰 도는거 말 안하면 욕하면서 죽고싶냐고하는 그 고참 병장이 더 무섭네요;;;;;
순찰도는거 말 안하면 어떻게되는지는 알지못하지만
역시 욕하는사람은 너무 무서워요
남자가 아닌게 진심으로 다행스러움
보살아들
우훗ㅋ
음
우리집 강아지는 숏다리강아지~
영종도 해안경계
08년도인가는 기동근무자가 하얀색 물체가 해안선에서 왔다갔다 왔다갔다해서 대대 5대기까지 출동했었던 적도 있구요. 현재 폐쇄된 고XX소초는 부소초장실인가가 귀신나온다고 해서, 사용안하기도 했구요.
보일러실에 내려가는 발자국소리도 가끔들린다는 이야기도 들은거 같네요.
dd
재영
온누리
z
나비
그때가 언제쯤
흠야리
비 오늘날 두 시간 간격으로 보인 우의는 간첩의 침투입니다. 처음 본 사람이 가장 척후병이며 , 님이 보고 그냥 가는 걸 확인 후 두시간 동안 들어왔으면 못해도 소대 병력입니다.